• [꿈/이야기] ‘진사백자’ 되살린 전통 고집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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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6.25 10: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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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명도와 채도가 높은 선혈의 색깔, 즉 진사(辰砂)였다. 12세기 처음 나타났던 진사는 맥이 끊겼다가 17세기에 다시 사용됐으나 색깔을 내기가 힘들어 귀족들이 쓰는 도자기에만 사용됐다. “조선백자는 세 가지 안료가 기본이 됩니다. 코발트의 푸른색으로 만든 청화, 철광석에서 노랑·녹색·갈색·검정 등의 색을 내는 철화(철사), 그리고 구리로 만든 진사입니다. 진사는 장작가마에서 색이 쉽게 바래기 때문에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진사의 기술은 1883년 관요(官窯)가 폐지되면서 맥이 끊겼다가 1950년대 중반에야 지순택·유근영 등에 의해 연구가 시작됐다. 그러나 임씨가 처음 진사백자를 만들 때만 해도 성공률은 2%였다. 100개를 가마에 넣으면 2개밖에 발색이 안되는 것이다. 그는 전통문헌을 뒤져 장석, 재와 산화구리가 혼합된 유약을 만들었으나 안정적인 붉은색을 내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려 2005년 특허를 냈다.


임 작가는 발색이 불리한 전통 장작가마를 고집한다. 이천의 1250개 도자공방 가운데 전통가마를 쓰는 곳은 10개 남짓이다. 가스·전기·석유가마를 쓰면 쉽게 온도를 유지할 수 있지만 전통자기 특유의 질박한 느낌은 장작가마로밖에 낼 수 없다. 한 달에 한 번 불을 넣을 때마다 한 트럭분의 소나무가 들어가며 24~30시간을 꼼짝없이 불 앞에 앉아있다. 그의 백자는 진사를 돋보이게 하는 홍시·매화·붓꽃·모란·국화·연꽃·장미 등의 문양을 주로 쓴다. 과거에는 풍속화를 많이 그렸으나 세태에 따라 화조도로 바뀌었다. 특히 새우는 그가 좋아하는 그림이지만 실선이 많아 색채가 바랠 확률이 높다. 또 대형백자의 경우 뜨거운 공기의 흐름이 균일하지 못해서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래도 요즘은 진사백자의 수율이 25%에 이를 만큼 큰 발전을 이뤘다.


백자진사목단문호 - 2004년 노동부가 지정하는 명장으로 선정된 그는 2007년부터 명지대 산업대학원 연구팀과 함께 황금진사를 실험하고 있다. 붉은빛을 나게 하는 재료 가운데 전통적으로 쓰이던 구리 대신 황금으로 실험을 하는 것이다. 황금진사는 중간색이 나는 데다 부가가치가 훨씬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임 작가는 국내외에서 20회가 넘는 전시회를 열었으나 1996년이 마지막이었다. 전시회를 연다는 것이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소중하게 여기는 지인들이 ‘항산진사백자연구재단’을 만들어 후원을 하면서 13년 만에 도예인생을 결산하는 대규모 전시회를 열게 됐다.

 

다음달 1일부터 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5전시실에서 열리는 ‘항산 임항택 진사백자전’에서는 그가 20여년간 만들어온 작품 160여점이 선보인다. 1년에 대여섯 점밖에 안나오는 특대형도 45점이 포함됐다. 초기작은 문양이 화려하고 도자의 면을 가득 채운 반면 나중으로 올수록 담박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임 작가는 요즘도 물레질에서 시작해 장작가마에서 도자기를 꺼내는 일까지 40여가지의 공정을 직접 한다. 전시기간 중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성형·조각·문양 등의 시연을 할 예정이다. (031)632-7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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