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차별없이 살고 싶다” 사우디 여권신장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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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6.23 09:4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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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검은 베일 속 자유를 향한붉은 열망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국가들 중에서도 코란(꾸란) 엄수주의인 와하브주의에 뿌리를 둔 보수적인 국가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의해 통치되며, 여성의 활동에 제약이 많다. 그래서 사우디의 여성들은 ‘아바야’라는 검은 천으로 얼굴뿐 아니라 몸 전체를 가리고 다녀야 한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보호를 법으로 정해 놓고 있기 때문에 사우디 여성들은 일이나 여행, 공부, 결혼은 물론 보건서비스 등 공공서비스를 받는 것도 남성 보호자의 허락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사우디 여성에 대한 이 같은 족쇄도 서서히 풀리고 있다. 2005년 즉위한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스스로 이슬람 개혁의 지지자로 나서면서 사우디에 개혁·개방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지난 4일 “사우디 여성들이 얼굴을 드러내고 쇼핑몰로 가기 시작했다”며 “심지어 사우디 여성들이 얼굴을 드러내놓고 종교경찰(무타와) 본부로 걸어들어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수도인 리야드 시내에서는 10대 소녀들이 아바야를 두르지만, 바지가 드러나 보이는 채 무리지어 돌아다니기도 하고 패밀리 레스토랑 등에서 거리낌없이 이야기도 한다며 달라진 풍속도를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제 인권감시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 12일 ‘획기적인’ 사실 하나를 공개했다. 사우디 정부가 지난 10일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회의에서 ‘여성에 대한 남성 보호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앞서 유엔 회원국들이 지난 2월 사우디에서 여성에 대한 남성 보호제도를 폐지할 것과, 성차별을 금지하고 여성에게 완전한 법적 정체성을 부여할 것을 권고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이슬람 율법은 여성이 자신의 일을 하고 법적 능력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면서 “사우디의 여성에 대한 남성 보호제도에 관해 이슬람법인 샤리아의 개념이 법적 필수조건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니샤 바리아 휴먼라이츠워치 여성권국 부국장은 “사우디 여성들은 오랜 세월 이런 변화를 기다려왔다”면서 “그러한 약속이 제네바에서 문건으로만 남지 않고 사우디 여성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도록 사우디 정부가 즉시 구체적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우디 최초의 여성 차관
사우디의 변화는 2005년 제6대 국왕으로 정권을 잡은 압둘라 국왕이 이슬람 개혁의지를 밝히면서 본격화됐다. 그는 지난 2월 개각을 통해 누리 알 파이즈를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여성교육부 차관에 임명했다. 당시 압둘라 국왕은 강경보수 종교지도자들을 대거 경질하는 등 파격적인 개각을 단행했다. 사우디 여성들이 중앙의회나 지방의회 등의 선거에서 참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을 감안하면 파이즈 차관의 임명은 파격적인 것이다. 사우디 여성은 2005년 상업 중심지인 제다의 상공회의소 의원 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얻었다.


하지만 여권 신장에 앞장설 것으로 기대되던 파이즈 차관은 정작 ‘유리 천장’을 깨는 데 소극적이어서 사우디 여성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난 9일 보도했다. 파이즈 차관은 입각 당시 “나를 임명한 것은 단순히 정부의 생색내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한다”며 “다른 여성들도 고위 공직에 임명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파이즈 차관은 최근 현지 샴스신문을 통해 “정부의 허락 없이 얼굴 가리개를 벗지 않을 것이고, TV에도 출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여성 정치가로서 수동적인 입장을 보여줬다. 또 여성계가 여학생들이 학교에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요구를 시기상조라며 거부했다. 보수적인 종교지도자들이 여성 헬스클럽이 확산되면 여성들이 남편과 아이들을 돌보는 데 소홀할 수 있다며 헬스클럽을 강제폐쇄하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여성계는 실망스럽다는 입장이다.

사우디의 여성 기업가
사우디의 여성들은 경제활동에서도 크게 제약받고 있다. 이슬람권은 여성이 개별 기업을 운영하거나 독립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지만 사우디에서는 여성이 기업을 운영하려면 남성 지배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22일 ‘남성 지배인 의무 고용 조항’이 여성 기업인에게 때론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우디 여성 기업인들은 이 조항으로 인해 경영권 침해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사우디 여성 기업가인 알리아 반자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던 정보기술(IT) 업체를 정리했다. 반자는 “나 혼자 모든 위험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나도 모르게 계약을 체결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정부기관이 여성 혼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데다 여성이 혼자서 낯선 남성을 만날 경우 종교경찰에 체포될 수도 있어 여성 기업인 혼자 남성 고객을 관리하기가 불가능했다. 리야드 대학 역사학과 교수인 하툰 알-파시 교수는 대부분의 개혁안이 ‘눈속임’이라며 “여성의 권리 및 경제적 독립을 보장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분명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사우디 정부도 일부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 남성과 여성이 같은 사업장에서 함께 근무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폐지했고, 압둘라 국왕은 전통적으로 금녀의 영역이었던 IT 업계나 부동산 업계에 여성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사우디 여성 기업인들은 남성 지배인 의무 고용 조항이 폐지되어야 여성들이 진정한 경제적 독립을 이뤄낼 수 있다고 보고 관련 법규 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상에서 사우디 여성의 변화는?
사우디에서는 영화가 대중을 현혹하고 극장이 남녀간 교제를 유발하는 등 이슬람 가치에 맞지 않는다며 영화 상영이 수십년간 금지돼 왔다. 그러다 압둘라 국왕의 조카인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 왕자의 추진으로 30여년 만에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8일 리야드의 한 문화센터에서 <마나히>라는 제목의 코미디 영화가 개봉돼 사우디 관객들이 일반 영화관에서처럼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관람했다. 하지만 남성과 여자 어린이는 입장할 수 있었지만 10세 이상 여성의 출입은 금지됐다. 사우디 여성들은 30년 만에 상영되는 영화를 볼 수 없었다.


사우디의 젊은 여성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한편으로 자신들의 아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집을 떠날 수 없는 여성들도 있다. 사우디 가제트는 사우디의 여성 기업가인 림 하산 잠줌이 갤러리를 열고 사우디 여성들이 집에서 직접 생산한 수공예품을 판매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난 12일 보도했다. 잠줌은 “이 계획은 여성들에게 자신의 기술을 개발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이는 사우디 여성들의 창의성과 재능을 민주화시키고, 그들의 능력을 사회적 기능으로 조합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인 프리덤하우스는 지난 2월 ‘중동지역에서의 여성 인권’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사우디에서 여성이 투표하고, 운전하고, 일하며 더 나은 의료혜택과 교육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권리, 즉 남성과 같은 시민의 권리를 갖게 하려는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보수 성직자들의 반대와 정치적 역량의 한계 때문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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