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글방친구 같은 성생님 ‘현대판 서당’… ‘수유 너머 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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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6.23 09: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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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구로동 상가건물에 자리잡은 인문학 연구모임 ‘수유 너머 구로’에서 지난 15일 저녁 중·고교생들이 강사와 함께 <맹자>를 공부하고 있다. 지난 15일 저녁 7시30분 서울 구로동 상가건물 3층 가정집 거실. 남녀 중·고교생 21명이 앉은뱅이책상을 앞에 놓고 무언가를 열심히 따라 읽고 있다. 인문학 연구공동체 ‘수유 너머 구로’가 마련한 야학이다.


“태사공왈, 여독맹서…”(太史公曰, 余讀孟子書·태사공이 말하기를, 내가 맹자 책을 읽어보니…) 사마천의 <사기열전> 중 ‘맹자순경열전’에서 <맹자>를 소개하는 대목이다. 아이들은 생소한 한자를 읽느라 진땀을 흘리며 <맹자> 첫 수업을 시작했다. 강의를 맡은 ‘수유 너머 구로’ 연구원 김현식씨(28)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인문학을 접할 기회를 주고 연구자들에게는 아이들과 소통하며 사유를 넓히는 장을 제공하고자 마련한 강의”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시대의 서당 격인 <맹자> 교실은 ‘수유 너머 구로’가 지역아동센터 교사들에게 제안해 이뤄졌다. 지역아동센터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수유 너머 구로’는 아이들에게 <맹자>를 가르치는 일을 ‘문방사우(文房師友) 프로젝트’라고 칭했다. 종이·붓·먹·벼루를 뜻하는 사우(四友)가 아니라 ‘글방(文房)의 스승과 친구(師友)’라는 뜻이다. 김씨는 “친구와 스승은 하나”라면서 “이곳에서 각자 좋은 스승과 좋은 친구를 만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옛날 서당처럼 호랑이 훈장님의 회초리는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회초리보다 무서운 게 있 다”고 말했다. 김씨가 강의 도중에 ‘약속’의 중요성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다.


“강의 시간을 지키지 못하거나 무단 결석을 하면 용서할 수 없어요.” 돈을 내고 사는 사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수업이 무산되기 때문이다. 강의를 하는 연구원들은 <맹자> 수업이 아이들에 대한 봉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씨는 “우리도 여러분에게 여러분도 우리에게 선물이 될 수 있으면 한다”며 “나한테만 배우려고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강의를 함께 기획한 연구원 오선민씨(33·여)는 “우리는 애들한테 봉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애들 덕분에 내 공부 하겠다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빠른 것이 정답인 시대에 왜 한가하게 <맹자>를 읽어야 할까. 김씨는 “일단 고전으로 강의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맹자의 끝없는 자신감을 아이들과 함께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지식인은 병약하고 마음이 좁은 이미지”라며 “아이들이 손에 펜을 잡고 자신의 이야기를 써보고 소리내어 책을 읽어봄으로 써 마음이 넓고 몸이 반듯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교실에 ‘낭만적’ 모습만 있는 건 아니다. 연구원들은 아직 공부하는 습관이 들지 않은 아이들과 보이지 않는 기싸움도 치열하게 벌인다.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가리봉동 지역아동센터 ‘파랑새나눔터공부방’의 성태숙 교사(43)는 “지원만 받던 공부방 아이들이 어떻게 커 나가야 할지 목표를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방사우’ 1기 <맹자> 교실은 8월 말까지 매주 월요일에 총 9차례 강의한다. 마지막 시간에는 고전 읽기를 토대로 한 ‘나만의 글쓰기’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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