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교육] 공부·운동 병행하는 서울 여의도고교 축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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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6.23 09: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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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와 운동, 병행할 수 있을까. 함께하면 어떤 소득과 어떤 애로가 있을까. 이 같은 질문에 해답을 줄 수 있는 학교 운동부가 있다. 서울 여의도고등학교 축구부다. 창단한 지 9년된 축구부에는 불문율이 있다. 매일 일반 학생과 똑같이 6~7교시 수업을 해야만 한다. 훈련은 빠질 수 있어도 공부에는 예외가 없다는 규정이다. 축구부 일과표는 가히 살인적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반 학생과 같은 시간에 등교한다. 인천, 시흥 등에 사는 축구부원도 예외가 없다. 합숙을 원래 하지 않았던 학교여서 어쩔 수 없다. 수업도 물론 일반 학생과 똑같이 받는다. 오전 수업만 하고 오후에 운동하는 다른 학교 축구부와 다르다. 그렇게 모든 수업을 마치면 오후 4시. 그때부터 공을 찬다.


부족한 잠, 힘겨운 등하교, 예외없는 수업, 휴식없이 이어지는 훈련…. 지난해까지 경기 시흥에서 등하교한 정다운군(3년)은 “너무 피곤해 늦잠을 자다가 아침을 못먹거나, 지하철에서 졸다가 역을 지나칠 때도 많았다”고 털어봤다. 그래도 여의도고는 선수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면서 얻는 소득은 무엇일까. ‘공부로 대학가기’가 아니다. 어릴 때부터 공부를 멀리해온 축구부원이 진도에 맞춰 학업을 따라가는 것부터 불가능하다. 그래서 축구부원들은 대개 독학을 한다.


곽경근 감독은 “일단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것만도 기특하다”면서 “학생들 스스로 영어, 한자를 공부하고 다양한 책을 읽어줘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축구부 학업성적은 대부분 중간 이하다. 그래도 지난해에는 3명이 고려대, 동국대, 국민대에 수능시험을 봐서 합격했다고 한다. 공부와 축구의 병행은 원만한 인간관계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 주장 이순석군(3년)은 “많은 친구들과 사귀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인격적으로 성숙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신규 축구부장도 “축구부원들이 말썽을 부리는 경우가 없다”면서 “생활과 훈련, 수업에서 모두 예의가 바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축구부는 좋은 성적을 내왔다. 지난해 전국대회에서 우승, 4강, 8강에 한 번씩 올랐고 16강은 세 번이나 차지했다. 지난해 3학년 12명 전원을 대학과 실업팀으로 보냈다. 그러자 전학을 오겠다는 학생과 신입생이 몰렸다. 현재 축구부는 49명. 3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공부와 훈련을 동시에 해야 하는 어린 학생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공부와 훈련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등하교 시간이 길어 대부분이 만성적인 피로감을 호소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해 합숙훈련을 제한하다는 지침을 내려 뾰족한 수가 없다. 오랜 시간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다 보니 허리, 관절이 아픈 경우도 많고 성장도 더딘 편이다. 곽 감독은 “지난해에는 주말에 쉬었지만 올해는 주말리그제가 시행돼 주말에도 쉬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제대로 육성할 수 있을까. 곽 감독과 이 축구부장은 교육인적자원부, 대한축구협회 등 관련 상급기관들이 먼 미래를 ○○○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당장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주기를 기대했다. 곽 감독은 “지금의 수능시험, 내신성적은 운동선수가 특기자로 대학에 가는 데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정말 운동하는 학생들을 살리고 싶다면 좀더 현실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도 “운동하는 학생들이 공부하지 않는다고 탓하지만 말고 학생들이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 공부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환경과 제도를 바꿔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지금과 같은 과도기에는 예체능 학생들을 한 반에 모아 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따로 해주는 게 그나마 차선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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