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지식 나눔 통해 즐거운 계몽 추구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09.06.04 11:40:12
  • 조회: 11821
인문학 블로그 ‘로쟈의 저공비행’ 책으로 엮은 이현우씨 로쟈(본명 이현우·서울대 노어노문학과 강사·42세)의 블로그 ‘로쟈의 저공비행(http://blog.aladdin.co.kr/mramor)’은 최근 총 76만6218명이 방문했다. “뜻하지 않게 ‘대표적 인터넷 서평꾼’에다가 ‘인문학 블로거’ 행세를 하게 되었다”는 그가 2600여편의 글 중 문학·영화·예술·철학에 관한 ‘에세이’를 모은 <로쟈의 인문학 서재>(산책자)를 냈다. 서울 신촌에서 만난 로쟈는 말쑥한 양복 차림이었다. 그가 블로그 소개 사진으로 올린 검정 티와 청바지, 덥수룩한 수염의 ‘슬라보예 지젝’과는 거리가 멀었다. 카메라를 응시하는 지젝의 이미지 컷과 달리 사진 기자의 촬영을 어색해했다.

인터넷에서 당대 최고로 꼽히는 ‘인문학 블로거’는 ‘첫 책’에 대한 민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책은 블로그(blog)와 책(book)의 합성어인 블룩(blook)이고, 문학·영화·예술·철학에 대한 ‘진지한 잡담’ ”이라며 “책 구성 제안에 ‘손 안 대고 코 푸는 심정’으로 적극 동의했다”고 말한다. “출판사에서 과장 광고를 해 책은 좀 팔려야 할 것 같고, 판촉을 위해 덩달아 (언론) 인터뷰도 하고, 사진도 찍고…”라며 겸연쩍은 웃음을 지었다. “학문의 바다를 종횡무진 섭렵하며 보여주는 지성의 풍경과 지식의 계보도는 ‘경이’ ”라는 평을 듣는 인문학자의 겸양은 과한 듯하면서도 솔직해보였다.

로쟈는 자신을 ‘곁다리 인문학자’로, 글을 ‘기생적 텍스트’라고 규정했다. “ ‘파라(para)’라는 접두어는 기생자·곁다리 의미도 있지만 ‘비사이드’ ‘어게인스트’ 의미가 있어 매력적이죠. 인문학을 옹호·광고하는 의미도 있지만 어깃장을 놓는다는 뜻도 있습니다.” “책으로 묶기 거북했지만 내칠 수도 없는 (기생적) 텍스트”를 묶은 첫 책에 대한 애착은 크다. 책과 글쓰기 이야기에 들어가자 느릿한 말이 빨라졌고, 힘이 들어갔다. 어색한 표정이 풀리며 ‘즐거운 말하기’가 시작됐다.

‘돈도 안되는’ 블로그 글쓰기에 왜 몰두했을까. 백수 시절 그의 아내는 남편의 블로그 중독을 막기 위해 한때 인터넷 전용선을 끊었다. “인문학하는 사람들이 잡담 늘어놓을 기회가 있네 싶어 하루 공부나 생각을 블로그에 올려놓았습니다. (인문학자들의 블로그가) 많이 생길 줄 알았는데, 대부분은 입다물고 있더라고요.” 겸양은 계속됐지만 독서와 글쓰기에 생각은 확고했다. 로쟈는 “우리가 어떤 책을 진정으로 읽고, 그 읽기를 완성하는 것은 그에 대한 글을 씀으로써”라며 “리뷰는 책읽기를 통해 얻은 걸 베푸는 것”이라고 했다. 이 ‘베풂’은 박식한 자의 무지한 자들에 대한 시혜가 아니라 고도의 정치 지향을 가진 ‘나눔’의 철학에 기반한다. “제가 경제적으로 나눌 수 있는 형편은 아니지만 지식이나 정보를 많이 공유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덜 속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요. 여론이나 정부가 선동, 거짓말을 많이 하니까요.”

로쟈는 “미국의 좌파 이론은 첨단을 가지만 보수적 사회가 개선 안 되는 건 소통이 안 되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것보다 발견된 지식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아 문제도 생산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편중돼서 생기는 문제고, 지식도 공유되지 못하는 게 문제”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공유에 바탕을 둔 일상적 커뮤니즘’과 시민 의식의 함양, 교양의 양생을 위한 ‘새로운 계몽주의’, 즉 ‘즐거운 계몽주의’를 추구한다. “인문학을 존중하는 사회도 있을 수 있고, 무관심한 MB식 마인드도 있을 수 있는데 지금 한국 사회는 무시하는 쪽으로 가려 하고 있다”며 “유감은 없지만 (그 무시의 결과로) 무얼 얻게 될 것인지는 알고 가자는 취지로 글을 쓴다”고 했다. 정치적 좌표에 대해 “지젝 식의 급진적 좌파와 고종석 식의 자유적 포지션 중간쯤에 있다”고 했다.

다시 그의 ‘독서론’을 들어보자. 로쟈에게 책 읽기는 ‘즐거운 도망’이자 ‘즐거운 저항’이다. “책은 무조건, 절대적으로, 악착같이 즐겁게 읽을 필요가 있다. 물론 애초에 그럴 만한 책을 고르는 안목이 중요하다.” 로쟈의 책과 블로그는 안목을 기르는 경유지나 근거지로 최적이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글수정
  • 글삭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