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종교 없는 과학은 ‘차가운 칼날’ 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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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09.05.29 11: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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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수의과학대 우희종 교수(51)는 학교에서 교수이고, 동네에서는 아저씨이며 불교 공동체에서는 ‘법사’다. 올해 연구년을 맞은 우 교수는 1일부터 서울 불광사에서 신도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생명, 과학, 불교, 존재의 문제에 대해 강의를 진행한다. ‘수행 공간’이기도 한 연구실에서 만난 우 교수는 불교 입문 30여년의 내공을 품고 있었다. “서양의 근대과학이 우리 시각을 규정하고, 심지어 과학을 하나의 종교처럼 받아들이는 시대인데, 그 과학으로 생명체로 살아간다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강의를 통해 과학적 생각과 불교적 생각의 접점을 모색하려 합니다.”

‘산처럼’ ‘산과 같은 부동심의 마음과 상태’의 뜻을 담은 ‘여산(如山)’이 법명인 우 교수는 부인과의 이혼 등 굴곡의 개인사를 거치면서 “진짜 자신의 삶을 사는 게 무엇인가”라는 화두와 불교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가 붙들고 있는 것은 연기론을 뜻하는 ‘관계’이다. “나라는 개념은 부모·형제뿐만 아니라 자연·생태·타자를 포함한 ‘너’에 의존해 있습니다. 나는 ‘너와 나의 관계’에서 규정되고 그게 바로 나의 삶입니다. 여기서 모든 생명체의 존재 의의가 나옵니다.” 우 교수는 1990년대 통계물리학에서 시작된 복잡계 과학으로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고찰하고 ‘통합’을 시도 중이다.

“과학이 먼저냐 불교가 먼저냐.” 우문을 던지자 “근대 과학의 한계가 환원론인데 정반대쪽 입장, 즉 통합론을 취하는 게 종교”라며 “환원론과 통합론이 서로 보완하지 않으면 과학은 인간의 삶을 보지 못하는 ‘차가운 칼날’이 될 뿐이고, 거꾸로 종교는 ‘추상적 신념 체계로서 인간 삶에 또다른 억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종교와 과학 간의 ‘통역자’를 자처하고 있다.

신종 인플루엔자 A 문제에 대해서도 “불교적으로 인간과 생태계의 관계, 연기적 관계성이 중요함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환원론적 관점, 근대과학적 시각으로 생태적·연기적 관계를 접근하다 보니, 생산성·효율이 좋다 해서 대량 사육하고 육식 문화로 갔기 때문에 결국 혼합된 신종 바이러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촛불집회와 광우병 같은 민감한 사안과 시사 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것도 불교적 태도와 무관치 않다. “지금의 정치·경제·사회 상황과 인간의 삶에서 부처님 입장을 보면, ‘관계성’을 통해 더 바람직한 관계에 살라는 겁니다. 우리 사회가 잘못되고 왜곡되어 갈 때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참여하라는 게 부처님 말씀이죠. 욕망·욕심에 매달리는 관계가 아니라 너와 나의 삶이 같이 갈 수 있는 바람직한 관계가 필요하다는 가르침입니다.”

개인 수행은 어떻게 할까. 우 교수는 “생활 자체가 화두이고 수행”이라며 ‘깨어 있음’을 강조했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 싸우는 소리가 다 음악이에요. 모든 게 삶의 수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깨어 있음’인데, 기쁠 때 기뻐하고 열받을 때 열받아 해야죠. 다만 매달려 가는 게 아니라 자기가 기쁘고 화나는 감정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화엄경’을 가장 좋아하는 경전으로 꼽은 그는 “욕망은 집착할 때 추해지고, 욕망의 주인이 되어 깨어서, 성찰해서 바라보면 아름다운 것”이라며 “이처럼 연기적 관계 속에서 ‘깨어 있음’으로 욕망의 종이 아니라 주인이 된다면, 그가 바로 부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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