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스페인 내전의 맨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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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09.05.27 10: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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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내전 l 앤터니 비버 l 교양인
스페인 내전은 1936년 7월17일 ‘국민진영’이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공화진영’에 맞서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시작됐다. 전쟁 초반부터 파시즘 국가인 독일과 이탈리아가 국민진영을, 소련이 공화진영을 지원하면서 내전은 국제전 양상을 띠게 됐다. 전쟁은 39년 4월1일 국민진영의 승리로 종결된다. 50여만명이 숨지고 스페인 전 국토가 거의 초토화된 뒤였다. 승리자인 프랑코는 총통에 올라 공화진영 ‘잔당’들을 학살했으며 75년 사망할 때까지 파시즘 독재정치를 계속했다.

스페인 내전의 간략한 줄거리다. 내전을 뜻하는 영어 단어는 ‘civil war’다. 시민과 시민이 서로 싸우는 전쟁인 것이다. 우리가 한국전쟁에서 경험했듯 동족 혹은 같은 국민 사이에 벌어진 전쟁의 참혹상은 “어떻게 동족(국민)끼리 이럴 수가…”라는 전율을 불러일으키며 국가 간 전쟁에 비해 훨씬 더 큰 정신적 상처를 남긴다. 국가 간 전쟁은 적국을 야수에 비유하며 감정의 정화를 시도할 수 있지만 내전의 경우 그러기 쉽지 않다. 그래서 생텍쥐페리는 “내전은 전쟁이 아니라 병이다. 적이 내 안에 있고, 사람들은 거의 자기 자신과 싸운다”고 했다.

같은 이유로 내전은 전쟁이 끝나도 그들 스스로 객관적인 서술을 하기 어렵다. 패자와 그의 가족들이 전멸하지 않는 한 역사해석을 둘러싼 투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 혁명, 제2차 세계대전과 함께 20세기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전쟁 가운데 하나였던 스페인 내전(1936~39)이 대표적인 사례다. 스페인 내전 종전 70주년에 즈음해 국내에 소개된 이 책(원저는 2006년 발간)은 스페인 내전이 일어나게 된 정치적 배경과 진행과정, 승인과 패인 등을 추적했다. 한 편의 장대한 다큐멘터리처럼 꼼꼼하고 박진감 넘치는 서술은 800여쪽의 방대한 분량이 주는 부담을 덜어준다.

스페인 내전은 대단히 복잡한 이념과 계급, 종교적 지형이 빚어낸 참극이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아나키즘, 파시즘, 자유주의 등 온갖 정치 이념의 격전장이었으며, 자본가·지주계급과 노동자·농민계급이 맞붙은 계급전쟁이었던 것이다. 권위주의적이고 부패한 가톨릭교회에 대한 민중의 반발이라는 요인도 작용했다.

책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조지 오웰, 헤밍웨이, 생텍쥐페리, 앙드레 말로, 파블로 네루다 등 당대의 예술가·지식인들이 국적과 인종을 초월해 자발적으로 참전할 정도로 국제적 지지를 받았고 소련의 군사적 지원을 받았던 공화진영이 왜 패배했는가에 맞춰져 있다. 책은 파시즘에 대항하기 위해 몸을 던진 이들의 활동상이 불굴의 용기와 숭고한 이념, 양심의 투쟁으로 기록되면서 스페인 내전 역사 서술에 드리운 혁명적 낭만주의라는 장막을 걷어낸다.

들춰진 장막 뒤로 나타나는 것은 일사불란했던 국민진영에 비해 무능한 데다 초기부터 서로의 이질적인 성격을 극복하지 못한 채 내부에서 붕괴했던 공화진영의 모습이다. 특히 소련을 등에 업은 공산주의 그룹은 수세에 몰리자 성향이 다른 동지들을 탈주자, 반역자, 스파이로 몰아 고문하고 죽였다. 저자는 독일과 이탈리아의 지원이 국민진영의 승리에 도움을 주긴 했지만 그것이 없었더라도 공화진영은 승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결론내린다. 김원중 옮김. 3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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