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한국식”-“중국식” 갈라진 춤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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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09.05.26 09: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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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계의 연례 행사인 석전대제(釋奠大祭) 봉행 시기와 문묘일무 내용 변경을 두고 유교계·무용계가 수년째 논란을 벌이고 있다. 석전대제에서 공자의 비중 문제, 중국 의식(儀式)의 한국화 문제를 두고 벌이는 갈등이다.

먼저 문묘일무 문제. 2006년 춘기 석전대제까지는 김영숙 전 인천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이 일무를 진행했다. 하지만 같은해 추기 석전대제 이후부터는 임학선 성균관대 교수의 일무가 연행되고 있다. 당시 석전대제 보존회가 임 교수의 문묘일무 개선안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양측의 갈등에는 수십년째 내려온 한국식 일무 고수와 중국 일무 원형 복원의 문제가 놓여 있다.

김 전 단장은 “임 교수는 대대로 전승된 한국 일무의 독자성·고유성을 인정하지 않고 중국 문헌만 중시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재현한 일무 비디오와 중국 문헌의 그림만 보고 기계적·단절적으로 우리 일무에 대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김 전 단장이 말하는 한국의 독자성, 고유성이 바로 우리나라 법도에 어긋난다”며 “(김 전 단장의) 일무는 거시적 안목에서의 역사성, 고증 문헌의 정확한 해석이 부족한 것으로 임의로 창작한 춤”이라고 반박했다.

일무 춤사위의 경우 ‘3진3퇴’의 재현 문제가 핵심이다. 임 교수는 “조선·중국의 각종 문헌을 보면 일무를 출 때 앞으로 세 번 나아가서 공경의 예를 표하고, 뒤로 세 번 물러가 사양·겸양의 미덕을 표현한다. (김 전 단장의) 일무는 ‘3진3퇴’ 없이 제자리에서 추면서 예의범절 의미가 없어졌다”고 한다. 김 전 단장은 “3진3퇴를 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우러러보고 굽어보며 구부렸다 폈다 한 내용이 세종실록 등 문헌에 나오는데, 이게 바로 우리의 독자성·고유성”이라며 “한국화된 중국의 다른 의례절차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것을 독자적인 우리만의 춤사위로 재현해 고유성을 지켜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묘일무 문제와 관련, 문화재청은 2007년 김 전 단장의 이의를 받아들여 논란 해소 때까지 (김 전 단장의) 기존 일무 유지 결정을 내렸지만, 성균관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측의 갈등이 심화되자 문화재청은 지난해 11월 충남대에 ‘석전대제 일무논란 해소 방안연구’라는 용역까지 의뢰했다. 용역 결과는 양측 일무에 모두 문제점이 있다는 것.

문화재위원회는 지난달 “학계 권위자와 국립국악원의 학술 연구를 장기적으로 실시해 내용을 정립하겠다”는 결정만 내린 상태다. 한국식·중국식 춤사위로 발생한 갈등에는 향후 인간문화재 지정 문제, 자신이 정립한 춤사위에 대한 자부심·자존심 문제, 제자 육성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매듭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봉행 시기도 논란의 대상이다. 석전대제는 전통적으로 음력 2월과 8월 첫째 상정일(上丁日, 매달 첫 번째 丁자가 들어 있는 날)에 봉행해 왔다. 그러나 성균관은 2007년부터 공자 기일인 음력 5월11일과 탄강일인 9월28일로 바꿔 지내고 있다. 성균관은 유림 설문 조사와 투표를 통해 시기를 바꿨지만 유림 일각의 반발은 여전하다. 반대하는 쪽 주장은 “석전은 성현(聖賢)에게 개학을 알리는 축제로 공자 기일이나 탄강일에 지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성균관 대성전에는 공자뿐만 아니라 최치원·설촌·안향 등 동국(東國) 18현도 모시는데, 공자를 중심으로 제를 올리는 중국·대만과 달리 우리나라만의 특색이라는 주장이다. 한국유림총연합회 안명호 총재는 “명륜당 안쪽에 고종이 2월 상정일 석전에 참여해 지은 어제시(御製詩)와 석전에 참여한 대신들이 지은 시가 각인된 현액이 걸려 있다”면서 “이런 역사성과 정통성, 원칙과 전통이 다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균관 측은 시대 변화와 세계적 추세를 강조한다. 고응배 성균관 총무부장은 “중국·대만뿐만 아니라 남미·유럽까지 모든 나라가 탄강일에 공자를 기리는 행사를 거행하고 있다”며 “유교 성인은 공자님이고, 지금 대성전에서 모시는 다른 선생님들도 모두 공자님의 제자이므로, 공자님을 위주로 섬기는 게 옳다”고 밝혔다. “여러 시비가 있지만 무엇보다 석전대제의 주체는 성균관”이라고 강조했다. 봉행시기, 문묘일무 춤사위와 관련된 반대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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