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강북의 오래된 골목길을 걷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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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09.05.21 13: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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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69)의 ‘한국 사랑’은 유명하다. 지난해 노벨상 발표 일주일 전까지 서울에 머물렀던 그가 노벨상 수상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스스로가 “수도사의 은신처”라고 부르는 이화여대 기숙사 방에서 머물며 작품을 쓰고 서울의 길거리를 유유히 거니는 한적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

“안녕하세요.” 11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또렷한 한국어로 인사한 후 “한국에 다시 돌아오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학술원 석좌교수인 르 클레지오는 이화여대 초청으로 지난 2일 입국해 작품 활동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생들이 늦잠 자느라 조용한 아침에 주로 글을 씁니다. 그리고 강북의 작고 오래된 골목길을 걸어다니거나 남산 쪽으로 산책을 다녀오는 조용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그가 집필 중인 작품은 서울을 배경으로 한 환상 단편소설로 ‘행복’을 주제로 잡고 있다. 그는 “행복은 하찮은 것들이 모여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며 “문학을 통해 행복에 대해 접근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2001년 한국을 처음 방문한 후 여러번 한국을 찾은 그의 한국어 실력은 수준급이다. 기본적인 한국어를 읽고 말할 줄 알아 혼자 택시나 버스를 타고 여행을 다니곤 한다. 그는 “서울뿐 아니라 민들레 꽃이 피고 아름다운 산이 있는 지방의 농촌 풍경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모리셔스 섬 출신 프랑스인인 르 클레지오는 아시아뿐 아니라 아프리카·중남미 등 해외를 넘나드는 유목민적 삶을 살고 있다. “문학이야말로 교류의 가장 적절한 장입니다.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분쟁을 끝내는데 문학이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전쟁은 한 문화권이 다른 문화권을 이해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에 벌어집니다. 아이들이 독서를 통해 다른 언어권의 문화를 잘 알게 되고 이해한다면 비극적 전쟁의 종말을 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 그는 “가능성 정도가 아니라 당연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웨덴 한림원을 방문했을 때 한국의 작가와 작품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아나톨리 김과 해외에 작품이 많이 번역된 황석영, 제가 좋아하는 작가인 이승우 등 많은 작가가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국 문학이 다루는 주제인 경제위기 속에 살아남으려는 사람의 모습, 집단 속에 남겨진 개인의 모습 등이 세계적 주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한 시대가 어떤 모양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증인이나 메아리 같은 사람들입니다. 해결책을 단호한 목소리로 제공하기보다 살면서 갖게 되는 여러 가지 문제에 질문을 던지고 의구심을 갖게 해 두통을 앓게 하는 사람입니다.” 르 클레지오는 28일 파리로 떠날 예정이다. 13일 이대에서 ‘여성과 문학이 세계화 시대의 희망’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22일 독자들과의 만남과 낭독회를 연다. 낭독회에서는 아직 한국에서 번역되지 않은 최신작 <배고픔의 노래>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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