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교육] 게임으로, 동영상으로, 랩으로, 사투리로 읊어볼까 詩를 갖고 노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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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09.05.19 10: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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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딱딱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시가 부드럽게 느껴져요.” 문학시간, 하품하고 딴짓을 일삼던 아이들이 시를 부드럽게 느끼기 시작했다. 교과서에 그어진 밑줄 아래서 딱딱하게 굳어 있던 시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준 것은 대체 무엇일까.

광주 숭의고등학교 학생들은 교과서 대신 휴대폰을 들고 시를 갖고 논다. ‘셀카’를 찍고 문자를 보내던 휴대폰으로 친구들이 신라시대 향가 ‘처용가’를 연기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친구들에게 보여준다. 대구 덕원중학교 학생들은 이상의 시 ‘오감도’를 컴퓨터 게임으로 재탄생시켰다.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벌이다 감옥에 갇힌 가족들이 탈출하는 게임의 중간중간에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오” 등의 시구가 컴퓨터 기계음으로 낭송된다.

교과서 안에 갇혀 있던 시들이 청소년들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재탄생한 것은 ‘전국 청소년 시낭송 축제’를 통해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사무국 주관으로 열리는 시낭송 축제가 올해로 3년째를 맞는다. ‘시읽기-멋대로, 맛대로, 맘대로’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 행사는 입시 위주의 문학교육 속에 시를 어렵게만 생각해온 학생들에게 시를 읽고 즐기는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됐다. 서울·부산·광주·대구·전남 담양·충남 계룡·강원 원주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참가신청을 한 중·고등학교 가운데 2007년에는 51개 학교가, 지난해에는 53개 학교가 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시낭송 축제를 벌였다. 교과서 안팎의 다양한 시가 낭송됐고, 정호승·안도현·손택수 등 40여명의 시인이 학생들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광주 숭의고등학교는 지난해 청소년들이 ‘영상 세대’인 점에 주목해 시를 주제로 휴대폰으로 손수제작물(UCC)을 만들게 하는 ‘숭의고 핸드폰으로 만나는 시낭송 페스티벌’을 기획했다. 시를 영상화하기 위해 시구를 곱○○○는 과정에서 선생님들이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수업시간 내내 잠만 자던 학생, ‘왕따’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학생들이 숨겨진 끼를 보이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친구들에게 인정받는 소득도 있었다. 축제를 기획한 안세희 선생님은 “영상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2차원적인 것을 3차원적으로 바꿔서 향유하게 해 거부감 없이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청소년 시낭송 축제 기념콘서트’를 열었다. 시낭송 축제에 참여한 학교 중 24개팀이 연극·노래·애니메이션 등의 형식으로 저마다 개성 있는 시 읽기를 선보였다. 광주고등학교 학생들은 “워매 요거시 머시다냐/ 요거시 머시여/ 응/ 머냔 마리여”로 시작하는 황지우의 시 ‘거시기’를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낭송했고, 서울 화곡고등학교 도완호군은 자작시를 랩으로 만들어 솜씨를 뽐냈다.

청소년들의 ‘제멋대로 시읽기’가 올해도 계속된다. ‘2009 전국 청소년 시낭송 축제’가 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사무국 주관, 경향신문·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전국국어교사모임·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창비·실천문학·문학동네의 후원으로 열린다. 오는 24일까지 인터넷 홈페이지(nangsong.munjang.or.kr)를 통해 참가 신청을 받은 뒤 심사를 통해 지원 학교를 선정해 6월 초 결과를 발표한다. 시낭송 축제는 ‘열린 행사’로 정해진 틀 없이 각 학교에서 자유롭게 축제 내용을 기획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는 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시낭송 UCC가 500개 넘게 올라와 있어 지난 행사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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