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뜰정보] “선거만 20번 … 너무 많은 일 겪어 아직도 꿈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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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09.05.13 09: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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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아요. 지난 1년6개월 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어서 현실감이 없어요.” 4·29 재·보궐 선거에서 압도적 표차로 승리를 거두고 화려하게 복귀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부인 민혜경씨. 하루 3~4시간만 자고 선거운동을 했는데도 하도 드라마틱한 일을 많이 겪어 몸이 피곤한지, 슬픈지 기쁜지 모든 감정이 아련하기만 하단다.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지난해 4월의 서울 동작구 국회의원 선거, 이번의 선거까지 1년반 사이에 선거만 3번 치르고 미국까지 다녀오느라 이삿짐만 서너번 꾸린 데다 온갖 구설수에 시달렸으니 그럴만도 하다. 지난 대선때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이미지가 좋은 영부인 후보’로 선정되는 등 좋은 이미지 덕분에 남편 정동영 전 장관의 선거는 물론 민주당과 관련된 선거까지 20번 가까운 선거를 돕느라 이제 선거의 달인이 된 민혜경씨. 남편이 다시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됐지만 갈 길이 첩첩산중이라 마냥 즐거워하지도 못하는 그를 전주에서 만났다.

-선거가 끝났으니 좀 여유를 찾아야 하는 건 아닌가요.

“선거 전보다 더 바쁘네요. 돌아온 정동영을 어머니의 마음으로 당선시켜준 전주 시민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새벽엔 성당에 기도하러 하고, 주일엔 아침엔 절, 낮엔 교회, 저녁엔 다시 성당을 갔어요. 또 아파트 단지나 노인정 등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감사하다고, 열심히 일하겠다고 인사합니다. 모두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시고 덕담도 해주셔서 기운을 얻습니다.”

-72.3%의 득표율로 압도적으로 당선됐는데 예상했습니까.

“아뇨. 처음에 남편이 전주에서 출마한다고 했을 때 민주당 내부는 물론 전주에서도 반기지 않는 분들이 많았죠.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이 재·보궐 선거에 나오는 게 초라해보인다, 서울 전략지역에 몸을 던져야지 비겁하게 고향을 선택했다며 말들도 많았고요. 무엇보다 늦게 선거운동을 시작하고 무소속이어서 어려움이 컸습니다. 하지만 직접 만나보신 분들은 ‘그래도 정동영’ ‘미워도 다시 한번’ 등의 말씀을 해주시고 ‘왜 민주당이 공천을 안주는 거냐’며 저희보다 더 속상해하고 심지어 제 손을 붙잡고 우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제가 ‘이제 번호가 2번이 아니라 8번이에요. 무소속이거든요. 하지만 마음은 민주당입니다’라고 얘기하면 ‘알아,알아. 정동영 죽으면 안돼’라며 다독거려 주셨어요. 전주는 굉장히 정치의식이 높은 지역이고 늘 야당을 하던 곳이라 정동영이 비록 허물이 있다 하더라도 정동영만한 인물을 다시 키우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같아요. 이곳저곳을 돌다보니 하루가 다르게 민심이 변하는 것을 느끼겠더군요. ‘어머니, 정동영입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도 성공적이었다고 봅니다. 어머니의 품으로 다시 돌아와 초심으로 정치를 시작하겠다는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었고 전주의 아들임을 자처할 사람도 남편 외엔 없지 않나 싶습니다.”

-이번에 한국에 돌아와 전주에서 출마하자고 권한 이가 민혜경씨라고 하던데….

“남편의 생각에 제가 동의한 거죠. 전국적 지지를 받은 대통령 후보인데 왜 그리 성급하게 귀국하느냐는 분들도 계셨고, 대의명분을 위해 민주당이 공천하는 전략지역을 받아들이라는 분도 계셨지만 남편은 야당인 민주당이 위기이니 얼른 정치 현장에 뛰어들어 당의 체질개선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 같아요. 남편은 자신이 정치에 입문한 15대 총선, 그리고 16대 총선 때 이곳에서 전국 최다득표를 했고 그 선거구인 전주 덕진에서 재·보궐 선거가 있으니 달려온 겁니다. 욕먹을 각오하고 비판받을 각오를 했지만 정치인으로 키워준 모태 지역 재·보선을 통해 다시 원내에 들어가겠다고 하더군요. 어떤 분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영국, 미국에서 오래 머물다가 돌아오라는 조언도 해주셨지만 마냥 머문다고 꼭 좋은 것도 아니고 달러도 너무 올라서 체류비도 은근히 신경쓰이고…. 저는 정치 현안에 대해선 문외한이기 때문에 다른 조언은 못하고 남편이 결정한 일에 따랐을 뿐입니다. 다만 좀 억울한 것은 전주에서 출마한 것을 두고 너무 쉬운 길을 택했다고 하는데 왜 제 남편에게만 험한 가시밭길을 걸으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전 정부의 황태자라고 하지만 장관한 분이 어디 정동영뿐인가요. 총리한 분도, 다른 장관한 분들도 대통령 후보 경선에 다 나오셨지만 당원들과 국민들이 후보로 선택해준 것을 마치 혼자 영광을 안은 것으로 보는 것은 부당한 일 아닌가요.”

-대통령 선거에 서울 동작선거 등에 연패하면서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소문이 들렸습니다.

“전혀 마음의 상처가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한국을 떠날 무렵엔 정말 몸과 마음이 탈진한 상태였습니다. 대통령 선거야 역부족이었다해도 동작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정말 속상했어요. 저희가 선택한 지역도 아니고 이계안 전 의원이 국회의원에 안나가겠다고 물려준 지역인데 갑자기 상대 후보가 정몽준 후보로 바뀌었잖아요. 당시 그 분 재산이 3조원이 넘는다고 알려졌는데 지역구를 돌다보니 마치 그 돈이 지역구민들에게 나눠질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저희의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서 경북 문경의 한 사찰에서 운영하는 명상 훈련을 받으면서 마음을 다스렸지요. 겨우 마음을 추스르며 미국 생활에 적응했는데 민주당에서 공천을 배제한다는 소식에 또 마음을 상하고….”

-다시 선거를 치르셨는데 선거운동을 할 때 뭐가 제일 힘듭니까.

“시간부족이죠. 전주 덕진만 해도 시민이 20만명이에요. 상가만 돌아도 제대로 인사할 시간이 없어요. 손오공처럼 털을 뽑아 몸이 여러개라면 모든 분들 만나서 진심을 전달하고 싶죠. 노인정, 노래교실, 시민장터 등을 돌다보면 어느 때는 점심을 세번 먹기도 하고 어느 때는 쫄쫄 굶기도 해요. 또 여기저기 걸어다니며 많은 분들을 만나 노래도 하고, 악수하다보면 밤에는 녹초가 되어서 적어도 불면증에는 안시달립니다. 또 저는 연설을 안하지만 남편은 연설을 하느라 목이 쉬니까 남편의 목을 보호하고 건강을 지탱해주는 음료수며 음식준비도 제 몫이고 선거운동 도와주는 분들을 살피는 역할도 해야 합니다. 어느 때는 ‘표를 줄테니 밥값을 내달라’는 엉뚱한 분들도 있고 냉소적인 분들도 많지만 먼저 안아주시고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 힘을 얻습니다. 정치인의 아내가 되면 모든 분들이 그저 고맙기만 해요. 특히 선출직은 유권자들이 표를 던져주고 선택해야 가능하기에 그 분들이 제일 고맙죠. 유권자들이 정말 고마워 사실 어지간한 상처는 금방 치유가 됩니다. 그 맛에 또 선거판에 뛰어드는 거겠죠. 이번엔 말도 많은 선거에다 신건 후보까지 돕느라 2인분의 선거운동을 하느라 하루에 3시간 정도 자면서 젖먹은 힘까지 내서 뛰었어요. 어떤 친구는 ‘백수남편이 취직해서 좋겠다’는 우스갯소리도 해주더군요.”

-지난 대선땐 영부인 후보 중 가장 인기여서 측근에선 후보를 부인으로 바꿔야 한다는 농담도 있었습니다만 남편보다 더 인기가 있으시던데 그게 더 부담스럽지 않나요.

“제가 항상 웃는 얼굴이어서 많은 분들이 좋은 이미지로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비서형 내조를 한다는 분석도 나왔더군요. 아내의 얼굴은 남편이 만들어 주는 겁니다. 저는 제 남편이 참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18대 종손 며느리인 데다 살림이 어려워서 신혼 초엔 피아노 교습을 하면서 시어머니 모시고 시동생들 장가도 보냈지만 단 한 번도 고생스럽다, 억울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아들사랑이 끔찍한 시어머니와 살았지만 남편은 항상 제 앞에선 제 말을 다 들어줬고, 두 아들에게도 믿음을 주는 아버지거든요. 물같이 유순하게 흐르기만 하는 사람이다가도 때론 불처럼 일어나 열정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가정에서 이렇게 신뢰를 얻고 노력하는 남자라면 한 지역구는 물론 나라를 맡겨도 된다는 자부심이 있으니까 선거때마다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도 또 나서겠지요.”

-다시 영부인 후보로 나설 생각은 있나요.

“아이고, 그건 제 의지가 아니죠. 무엇보다 지금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을 남편이 안타까워 하고 있더군요. 남편이 무슨 꿈을 꾸는지 잘 모르지만 정치인은 모두 꿈을 꿉니다. 제 남편만이 아니라 민주당원들이 대통령의 꿈, 정권교체의 꿈을 이루려면 우선 민주당부터 제자리를 찾아야 하고 민주당의 부활에 남편이 제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왜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그렇게 정동영을 반대하는지 모르겠어요. 남편은 민주당을 사랑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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