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詩를 목숨처럼 품고 온 외길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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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 [http://www.khan.co.kr]
  • 09.05.13 08: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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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길이 있다. 시와 함께 가자. 죽을 때까지 시를 품고 책 속에 시를 심자. 이 시대에 소외된 시의 전령, 시의 사도가 되자.’ 이것이 창립할 때의 마음가짐이었습니다.” 김종해 시인(68)이 1979년 설립한 문학 전문 출판사 ‘문학세계사’가 이달 셋째주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김 시인이 처음 만든 책은 그의 스승이기도 한 박목월 시인의 유고 수상집 <내 영혼의 숲에 내리는 별빛>. 그후 30년 동안 1000여권의 책을 펴냈다.

김 시인은 30년 전의 마음을 지금까지 지켜왔다. 출판사 운영을 위해 ‘돈이 되는 책’에 시선을 돌릴 법도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가슴에 ‘시 정신’을 품은 채 외길을 걸어왔다. 문학을 중심으로 철학, 예술 등 다양한 종류의 서적을 펴냈지만 문학세계사의 출판 중심에는 항상 시가 있었다. 시집·시 평론집·시인연구서 등 시와 관련된 서적이 전체 출판물의 절반이 넘는다.

“현대시에 대한 폭넓은 해석과 사랑, 대중화를 위해 시를 위한 출판에 가장 많은 역량을 쏟았습니다.” 79년 출판사 등록을 하자마자 그의 시 사랑은 구체화됐다. 독자들에게 시를 좀더 색다르게 소개하기 위한 고민 끝에 ‘현대시를 위한 실험무대’라는 시극 운동을 펼쳤다. 정진규, 이근배, 김후란 등 이제는 문단의 ‘중진’이 된 시인들과 함께 85년까지 시극 공연을 펼쳤다.

80년 발간을 시작한 ‘문학세계 현대시선집’은 문학세계사의 대표적 시선집. 발간 10년째인 90년 국내 시집 시리즈 중에서는 최초로 100권째를 돌파했으며, 김초혜 시인의 <사랑굿>, 김소엽 시인의 <그대는 별로 뜨고>는 10만부 이상이 판매됐다. 91년부터는 젊은 시인들의 시선집 ‘시인세계 시인선’을 간행하기 시작해 장정일의 <천국에 못 가는 이유>를 시작으로 권혁웅, 함민복, 고영 등의 시집을 펴냈다. 지난해에는 문학평론가 이어령 교수의 첫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를 펴내기도 했다. 2002년부터는 시 전문 계간지 ‘시인세계’를 창간해 시뿐 아니라 시인들의 삶을 함께 조명하는 기획을 선보이고 있다.

“벼랑 끝에서 배수진을 치는 심정으로 출판사를 꾸려왔다”는 김 시인은 세월이 갈수록 시집이 점점 팔리지 않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공들여 만든 책이 반품돼 산더미처럼 쌓이면 그 책들을 파쇄기로 잘라 처리합니다. 잘려진 책을 트럭으로 싣고 나갈 때는 가슴이 찢어졌지요.” 힘들었던 시절을 회고하는 말끝에 눈물이 배어있다. 문학세계사는 해외의 뛰어난 작가들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역할도 맡았다. 91년 출간한 헨리 밀러의 문제작 <북회귀선>을 소개했고, 토니 모리슨, 살만 루시디, 아멜리 노통브 등이 문학세계사를 통해 국내 독자들에게 널리 읽혔다.

“문학세계사 상호에 문학이 들어있는 만큼 앞으로도 문학이 기둥입니다.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을 모두 포용하고 시 분야에 역점을 둬서 한국시문학 발전에 기여하겠습니다.” 시에 대한 한결같은 사랑을 누가 말리겠는가.
김종해 시인은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한 후 <인간의 악기> <신의 열쇠> <풀> 등 8권의 시집을 펴냈으며,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다. 문학세계사는 오는 12일 오후 6시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창립 3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김남조 시인과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축사를 하고, 이근배·신달자·하재봉 시인 등이 시낭송 공연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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