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향기] 가슴속에 등불을 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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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좋은사람 좋은글 [http://www.joeungle.co.kr]
  • 09.05.12 10:54:37
  • 조회: 327
가슴 속에 등불을 켜고 보면
저 만큼 지나가 버린 사람의 뒷 모습도 아름답다.
젊음의 서투른 젓가락질 사이로 빠져 나간
생각들이 접시에 다시 담기고
사랑니 뺀 빰처럼 부풀어 오른 한 낮의 술 기운도
딱딱한 거리를 훈훈하게 한다.

나무들도 나처럼
한 잔의 술로 등 불을 켜는 것일까
겨울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여윈 저들의 어깨가
지나친 사람의 뒷 모습처럼 아름답다.

한 때 왔다가 흐르지 않는 사막처럼
모래성이 쌓이든 쌓이지 않든 일상도 생각의
양 쪽 어금니를 사용하면 잘게 부셔져 소화된다.

입 속을 헹구워 낸 한 모금의
수돗물로도 입 내음이 향기롭다.
가슴 속에 등 불을 켜고 보면 스쳐 지나간 사람의
옛 모습도 종이학처럼 작게 접힌다.
- 문정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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