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서양것 익숙한 관객에 겁주자는 각오로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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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5.11 09: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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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이 순항 중이다. 역사 인물을 소재로 한 대형 창작뮤지컬 '이순신'의 작가 겸 연출가 이윤택(57)은 이제 막 한숨을 돌렸다.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3일 막을 내리는 '이순신'은 오는 7월에는 김해·창원·진주 등에서 열리는 세계합창축제 ‘월드콰이어챔피언십 코리아’의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돼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한층 달라진 '이순신'들이 꽉 들어차 있다.

“7월에는 이순신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을 덧붙여 진도씻김굿으로 풀어낼 생각입니다. 내년에는 이야기를 더욱 보강해 5시간짜리 뮤지컬로 만들고요. 18시간에 달하는 오페라 공연도 있는데 뮤지컬이라고 못할 게 없죠. 그만한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냐가 중요한 것이죠.”초연은 지난해 8월 경남에서 열린 통영한산대첩축제 야외공연에서 이뤄졌다. 이후 서울 동국대 만해광장에서 선보인 후 지난 4월 충무아트홀에 입성했다. 경상남도 지자체에서 제작 지원을 받아 지역의 문화 콘텐츠로 출발했지만 빈약한 창작뮤지컬계에 의미있는 작품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순신'은 드라마와 메시지를 강조한다. 서양 오케스트라 대신 우리 전통음악이 드러나 있고 춤도 마찬가지다. 깜짝쇼 같은 빠른 무대전환 및 볼거리가 강조된 작품들과 비교하면 무겁고 표현 양식이 촌스럽다.

“극단 ‘예그린’부터 시작해서 '장보고> '팔만대장경' 등 우리 스타일의 창작뮤지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외 유명 라이선스 뮤지컬이 쏟아지면서 마치 그 작품들이 뮤지컬의 전형이나 잣대처럼 여겨지고 있어요. 관객들도 익숙해져 있고요. '이순신'은 시작부터 ‘관객을 겁주자, 세상을 물어뜯자’ 그런 각오로 만들었어요.” 정조를 소재로 한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를 만든 적이 있는 그는 '이순신'을 통해 대중과 한발 가까워졌다고 한다. 뮤지컬 팬들 사이에 ‘안티 이윤택’ 기류가 있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 체감되는 지지자가 늘어났다. 비판적 지지와 응원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현 MB정권도 그렇고 지도자의 도덕성이 상실된 시대 아닙니까. 이런 시대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은 오히려 건강한 시민의식이라고 생각해요. 이치에 닿지 않는 것은 행하지 않고, 사람으로서 염치가 있고 체면을 차릴 줄 아는 건강한 시민성을 담고 싶었죠. 자기공직에 충직한 공무원이면서 가정을 잘 지키려 했던 시민 이순신의 모습에서 관객들이 더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아요.”

‘영웅이나 통치자의 철학’이 아닌 ‘시민의 철학’이 담겨있다는 얘기다. 작품 속에서 많은 식솔을 거느리고 새 부임지로 발령받으며 갈등하는 가장의 모습이나 군인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애쓰는 성실함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민영기가 이순신 역을 맡아 호연 중이다. 7월 ‘월드콰이어챔피언십 코리아’ 공연을 끝낸 후 이윤택은 연희단거리패와 짐을 꾸린다. 10년간 터전을 닦아온 밀양연극촌을 떠날 것이다. 그는 “스스로를 유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 보금자리는 오지로 꼽히는 김해의 도요마을. 내리던 비도 높은 산에 가로막혀 돌아간다는 무척산 품에 안길 생각이다. 마을 폐교를 단장해 연희단거리패의 새로운 창작공간으로 활용하며 공동체 생활을 지속할 작정이다. 밀양연극촌이 지역문화공간으로 자리잡으면서 자칫 ‘인디언 보호구역’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문명은 원천적인 상상력을 제안시킵니다. 예술가는 어린애 같은 심성과 야성, 시인의 마음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현장에서 연출한다며 허우적댈 시간도 없고요. 대본작가로 돌아가 작품을 쓰고 그동안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하는 작업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맡고 있는 교수직도 오는 6월로 관둘 거예요. 사실상 현역으로서의 은퇴라고 봐야죠. 세상과 떨어진 곳에서 거리를 두고 ‘장거리포’를 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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