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세상에 딱 하나뿐인, 절망을 이긴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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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5.01 09: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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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 찌그러진 12발 상모. 때론 자신의 모습인 것 같아 아스팔트 위에 내려치고선 또다시 주워 쓰기를 수십번, 아니 수천번. 지금은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이다. ‘상모 비보이’ 김소망(25)도 하나뿐인 보물이 되고 싶다. 그는 비보잉을 하면서 상모까지 돌린다. 한 가지만을 잘 하기도 힘든데 한꺼번에 두 가지에 도전해 혼자서 2년간 고군분투하며 연마했다. 이제 그의 춤은 세계 단 하나뿐인 것이다.

김소망은 25일 무대에 선다. 대한생명 63아트홀에서 초연하는 코믹 소동 퍼포먼스 <꼬레아 랩소디>를 통해서다. 자명고 전설을 바탕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원수 가문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축을 이룬다. 정비소를 운영하는 타악 가문과 귀신인 현악 가문이 자녀들에게 호된 훈련으로 집안의 전통을 잇게 하는 장면이나 두 집안이 소리와 춤으로 한바탕 맞대결하는 내용이 코믹하다. 김소망은 타악 가문의 맏아들 세마치와 전설 속의 호동 등 1인2역을 맡았다. 실제로 국악을 연주하는 공연자들이 연기와 춤을 선보인다.

“꿈만 같아요. 공연 첫날 맨 앞자리에 아버지를 모시고 싶어요. 가장 힘든 시기에 묵묵히 지켜봐 주셨거든요. ‘널 믿는다’는 한 말씀에 큰 힘을 얻었죠. 응원해준 아버지가 안계셨다면 이겨내지 못했을 거예요.” 김소망은 중학교 3년 때부터 비보잉을 익혔다. 보란듯이 세계적인 비보이가 되리라 꿈꿨다. 그러나 고등학교 1년 때 프로팀의 오디션을 앞두고 고난도의 춤을 연습하다가 그만 허리를 크게 다쳤다. 비보잉은 고사하고 숨을 쉴 때마다 찾아오는 통증에 몸서리를 쳐야 했다.

“춤을 출 수 없다는 절망과 육체적인 고통에 그후 1~2년간 어떤 정신으로 살았는지도 모르겠어요. 고3 때 마침 아는 선배가 재활에 좋다며 상모 돌리기를 권했어요. 퓨전국악팀에 들어가 상모 돌리기와 타악을 배웠죠.”

상모 돌리기를 배우며 다리 힘과 허리근력이 좋아져 허리 부상도 거짓말처럼 나았다. 비보잉도 무난히 할 수 있게 됐다. 퓨전국악팀에서 활동하던 그는 군에 입대했다. 어느날 비보잉과 상모 돌리기가 머릿속에서 겹쳐졌고 그때부터 두 가지를 결합한 춤 연구에 들어갔다. “제대 후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갔어요. 12발 상모는 끈이 길기 때문에 한순간이라도 박자를 잘못 맞추면 끈이 몸을 휘감거나 모양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요. 앞서 한 사람이 없으니 물어볼 사람도 없고 혼자서 촬영하며 연습을 반복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연습 공간이 없어 아는 춤꾼들에게 사정해 연습실이 빈 시간을 찾아 다니며 춤을 췄다. 때론 새벽녘 인적이 드문 지하도에서 추위를 견디며 연습하기도 했다. 핸드팝을 하며 상모를 돌리는 동작 등 10여가지의 상모 비보잉을 마스터하는 2년여간 어려움도 많았다. 가뜩이나 어려운 가정형편에 아버지마저 회사의 구조조정 압력에 시달리고 있던 때였다.

“다 큰 아들이 직업도 없이 춤춘다고 돌아다녔으니 속으로는 얼마나 실망이 컸겠어요. 하지만 한 번도 내색하시지 않았죠. 어느날은 돈이 없어 몇끼를 거른 채 연습하다가 바닥에 주저앉아 울기도 했죠. 애꿎은 상모만 바닥에 내려치면서요.” ‘상모 비보이’는 화려하고 힘이 넘치는 동작에 전통이 조화돼 볼거리가 많다. 김소망이 공연할 <꼬레아 랩소디>는 퍼포먼스로 외국인들의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아들 혼자밖에 없다”고 자랑하는 그의 아버지 말처럼 김소망은 세계 무대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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