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부동산 문제 등 내 경고 기록해 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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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4.29 11: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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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들 가운데 가장 빈번히 언론에 인용된 사람은 아마도 이준구 교수(59)가 아닐까 싶다. 인터뷰나 언론 기고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그는 개인 홈페이지에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 정비사업, 부동산 투기 문제와 종합부동산세 폐지, 입시제도 개혁과 영어몰입교육 등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시론을 올렸다. 자칭 ‘홈페이지 저널리즘’이다. 네티즌과 언론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의 시론들은 각종 시민단체와 야당 등이 이명박 정부의 정책들을 공격하는 데 주요한 논리적 기반을 제공했다.

이처럼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시론들을 모아 <쿠오바디스 한국경제>(푸른숲)를 펴낸 이준구 교수를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는 경제학도들에겐 상당히 유명한 경제학 교과서 저자이지만 시론집을 낸 것은 처음이다.
이 교수는 그동안 연구와 강의 외의 활동은 의도적으로 피해왔다. 휴대전화도 없다. 갑작스러운 유명세가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의외로 그런 것을 별로 느끼지 않아요. 다만 제 동창이나 친구들이 대부분 보수적인데 대운하에 관한 글에 대해선 잘썼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보수적이면서도 제 글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이 교수의 글에는 ‘절대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학자적 양심을 걸고’ 등의 표현이 종종 등장한다. 그는 민자를 끌어들여 대운하사업을 하겠다는 정부의 주장을 “한마디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엉터리 논리”라 했고, 헌법재판소의 종부세 부분위헌 결정을 비판하면서 “내 믿음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학자적 양심을 걸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반박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한 구절도 눈에 띈다.

대부분 학자들은 글에서 이처럼 단정적이거나 감정적인 어휘를 피한다. 이 교수는 “누구든 공격하려면 해보라는 포지션을 취한 것”이라며 “일종의 확신범인 셈”이라고 했다. “‘참여정부에 관여했던 사람 아니냐’ ‘정치하려는 것 아니냐’라는 댓글도 올라오는데 이것 역시 제 양심을 걸고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며 웃었다.

그동안 조용하다가 유독 이명박 정부만 집요하게 비판하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을 것이다. 그는 “이전에도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수업시간에 시사적인 문제에 대해 코멘트를 해왔다. 그런데 참여정부 말기부터 사회적 균형이 여지없이 무너져내릴 것 같은 위기감마저 감돌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책에 담긴 ‘마지못해 사회비평의 붓을 들다’란 제목의 프롤로그에 “3년 전쯤부터 오직 한가지 소리만 들려왔다. ‘시장은 좋고 정부는 나쁘다. 환경 규제든 부동산 규제든 모두 풀어버려야 한다. 기업의 기를 살려줘야 우리 경제가 살아난다’…이렇게 보수 일변도로 치닫는 사회 분위기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감을 느꼈다”고 썼다.

이명박 정부 지지자들은 이 교수를 ‘좌빨’(좌파 빨갱이)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는 이런 ‘딱지’가 적잖이 부담스럽고 불쾌한 듯했다. “아무래도 싫죠. 제가 정말 좌파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신념이 있다면 괜찮아요. 하지만 제가 국유화를 주장한 적도, 징벌적인 부유세를 주장한 것도 아니잖아요. 보수정권의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 하나로 좌파라고 모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책에서도 “나는 스스로를 시장주의자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내가 거리를 두고자 하는 것은 시장근본주의, 즉 시장의 힘에 대한 맹신”이라고 적었다.

아무리 비판해도 정부의 자세에 변화가 없어 시론을 쓸 동기가 안 생긴다는 지식인도 있다. “저는 아직 지치지 않습니다. 특히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나의 경고를 기록해 두고 싶은 측면도 있어요. 앞으로 경제가 안정기조에 들어가는 순간 부동산 투기가 불붙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때 나의 경고가 옳았음을 증명해 보이고 싶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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