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임원경제지’ 6년 번역작업 첫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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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4.28 09: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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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이 책의 완역 작업에 겁없이 뛰어든 이들이 있다. ‘임원경제연구소’ 회원들. 당시 30대 중후반의 젊은 연구자들로 도올서원과 태동고전연구소에서 함께 수학한 사이였다. 최근 6년에 걸친 번역 작업의 첫 결실로 <임원경제지>의 첫 번째 지(志)인 <본리지>(本利志·소와당출판사) 3권을 내놓았다. 전통시대의 농사 특히 곡식 농사에 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담고 있는 책이다.

“한학을 배운 사람은 한자와 한글의 단절을 메우는 번역을 해야 한다는 말을 선생님들로부터 많이 들었습니다. <임원경제지>는 농업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지식이 다 들어 있어 놀랐어요. 이 시기에 필요한 책이 아닐까 생각했지요.”(정명현 이사)

“미리 알았으면 도시락 싸들고 말렸을 것”이라는 스승도 있었다. 그만큼 지난한 작업이었다. 40여명이 달라붙었지만 한문을 좀 안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여러 필사본 가운데 저본을 정해 다른 필사본과 교감하고 900여종의 인용서적도 일일이 비교해야 했다. 게다가 책은 벼의 품종이나 모양새, 밭갈이 방식 등 놀랄 만큼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사실들을 나열하고 있어 해당 지식 없이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동인 소장(43)은 “인문학뿐만 아니라 다른 학문에 대한 소양도 있어야 했기 때문에 다른 전공자들과 협업할 수밖에 없었다. 통섭적 학문의 모델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국가기관이 해야 할 일을 일개 연구자들 모임이 감당하기에도 벅찼다. 비용 문제가 컸다. DYB최선어학원 송오현 원장이 쾌척한 6억원도 모자랐다. 개인 빚을 냈다. 다행히 전북대학교 HK 쌀·삶·문명연구원이 주관사로 나서면서 책이 나올 수 있었다. 민철기 이사(39)는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으면 섣불리 안했을 것”이라 했고, 이 소장은 “요즘 대학원에서도 지원해주는 것만 공부하는 분위기인데 우리는 답이 안 나오는 일을 한 셈”이라고 웃었다.

책은 수많은 토론과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각자가 맡은 번역을 두고 얼굴을 붉힐 정도의 논쟁은 예사였다. 출간이 차일피일 미뤄진 것도 교감, 표점, 주석, 삽화 등의 체계를 정하고 꼼꼼한 감수를 했기 때문이다. <본리지>만 해도 교열 작업에 1년 반 가까운 시간이 소비됐다.

현재 나머지 책들은 초벌 번역과 1차 교열이 끝난 상태. 연구소 측과 쌀·삶·문명연구원은 10년 안에 책을 완간할 계획이다. 모두 42권이 나올 예정인데 해제집과 색인집 등을 포함하면 분량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조선의 문화적 역량이 축적된 이 책이 간행되지 않고 필사본만 전해지게 된 것은 조선의 비극입니다. 일본 같았으면 100년 전에 출간됐을 겁니다. 이번에 겨우 3권이 번역된 것도 우리 학계의 여건을 보여주는 방증입니다.”(민 이사)

“서유구는 일상 생활에 정말 필요한 지식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필요한 사람이 바로 보고 활용할 수 있도록 책을 구성했어요. 18~19세기 동아시아의 지적 편집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학술적·문화적 의미를 조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이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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