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이주여성의 결혼·삶 문학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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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4.27 09: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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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다문화사회·다문화가정이란 말은 더이상 예외적이거나 특수하지 않다. 일상의 풍경이다. 11년 후인 2020년이면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미성년 인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것이란 연구 결과도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2008년 여성 농업인 실태조사’에서다. 사회가 급속히 다문화화되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이주노동자 등 국내에서의 외국인 문제를 다룬 문학작품이 꾸준히 나왔고 이제 ‘다문화문학’이 문학의 한 지류를 형성하고 있다.

방현석의 <랍스터를 먹는 시간>(2003), 이명랑의 <나의 이복 형제들>(2004), 공선옥의 <유랑가족>(2005), 그리고 지난해 인기를 끈 김려령의 <완득이>가 그 지류를 흐르는 작품들이다. 특히 최근에는 국제결혼 문제를 이주여성의 시점에서 혹은 이를 지켜보는 한국인의 시점에서 세밀하게 들여다본 작품들이 잇따라 발표돼 눈길을 끈다.

지난 3월 출간된 서성란의 소설집 <파프리카>에서 작가는 표제작을 통해 베트남에서 시집 온 여자 츄엔의 일상과 심리를 세밀하면서도 과장되지 않고 잔잔하게 그려낸다. 파프리카 농장을 운영하는 남편은 그녀에게 ‘수연’이라는 한국식 이름을 붙이고, 시내 문화센터의 한국어교실에 보내는 등 따뜻한 배려를 해준다. 그러나 낯선 언어, 힘든 농사일, 입에 맞지 않는 음식, 추운 날씨와 시어머니와의 갈등에 츄엔의 삶은 쉽지 않고 수확기가 다가오면서 유일한 즐거움이던 시내나들이도 힘들어진다.

“파프리카는 코코넛 야자 나무나 파파야 나무와 달랐다. …매년 파종을 하고 때맞춰 이식과 정식을 해서 온실 안에서 정성을 기울여야 했다. 아기를 키우듯 돌보지 않으면 병이 생기고 볼품 없는 열매를 맺을 것이다.” 소설은 정성을 다해 돌봐야 하는 파프리카 열매처럼 이주여성의 정착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소설가 이순원은 지난 1월 출간된 소설집 <첫눈>의 수록작 ‘미안해요, 호아저씨’에서 월남전에 참전했던 기억을 간직한 윗세대의 경험과 결부시켜 베트남 여성을 사고 팔듯 이뤄지는 국제결혼의 실상을 반성적으로 바라본다. 학생이 없어 폐교 위기에 처한 고향의 초등학교 동문회를 찾은 주인공은 45살의 나이에 21살의 베트남 처녀와 세번째 결혼을 올린다는 소식을 접한다. 후배의 첫번째 부인은 깡촌이 싫어 도망갔고, 옌볜에서 데려온 조선족 아내도 달아났다. 후배의 사연에는 도시화가 불러온 농촌의 아픔이 묻어나지만, 그것이 “초혼 재혼, 월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장애자 연세 많으신 분,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라는 그악스러운 현수막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김애란이 계간 ‘문학과 사회’ 봄 호에 발표한 단편소설 ‘그곳에 밤 여기의 노래’는 조선족 여성의 문제를 우리의 삶 속으로 더 가까이 끌고 들어와 그들의 문제가 한국 사회의 일상적 문제와 동떨어질 수 없는 것임을 보여준다. 빚으로 집을 날려먹고 어머니의 장례식에도 환영받지 못하는 택시기사 용대에게 조선족 여인 명화와의 결혼은 생의 유일한 기쁨이었다. 그러나 아내는 곧 위암에 걸려 죽고 만다. 소설은 조선족 명화나 ‘밑바닥 인생’ 용대가 우리사회에 발 붙일 곳이 마땅치 않은 소외된 자란 점에서 닮은 꼴임을 보여준다.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 대표인 문학평론가 고명철씨는 “기존의 이주노동자 문제를 그린 작품들이 민족문제와 민중문제라는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해 다소 경직된 연민의식을 보였다면 최근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루는 다문화 가정의 일상적 문제를 구체적으로 그려 현실감 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다문화 가정 문제가 일상 속 한국사회 문제와 다를 바 없고 그들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쓴 작품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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