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시름 씻어내고 희망을 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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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4.24 09: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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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가 이렇게 화려해져도 되는 거야?’ 만능 엔터테이너로 돌아온 임창정(36)과 ‘미친 가창력’으로 불리는 홍광호(27)의 출연작이 뮤지컬 <빨래>라는 소식에 든 생각이었다. 이 작품의 미덕은 화려함에 있지 않아서다. <빨래>는 이주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달동네 서민들의 삶이 녹아있는 소극장 창작뮤지컬이다.

화려해지면 작품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
그런데 속사정을 듣고보니 두 스타의 출연이 다행스럽다. 경기침체는 <빨래>에도 영향을 미쳐 투자를 약속한 회사가 덜컥 부도가 났고 공연은 무산위기에 처했다. 이를 알게 된 임창정은 16년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홍광호는 ‘홍지킬’에서 벗어나 낮아지기 위해 선택한 무대였다. 두 사람은 몽골 총각 솔롱고 역을 맡았다. 동생들의 대학 뒷바라지를 위해 한국에 온 솔롱고는 서점에서 일하는 나영과 사랑을 싹틔운다.
도시의 사라져가는 골목 풍경과 사람들, 그 안의 냄새까지 전하는 작품이다. 색깔이 완전 다른 두 사람의 공통점은 오랜 자취생활 경력으로 빨래에 자신있다는 것과 푸른 초원에서 살다온 주인공처럼 맑고 깊은 눈을 가졌다는 것이다.

#‘홍지킬’에서 ‘홍롱고’로 홍광호
그는 ‘불황도 비켜간 작품’으로 지난 2월 성황리에 막을 내린 <지킬앤하이드>의 신예 스타다. 군대에 간 조승우의 빈 자리를 홍광호는 너끈히 채웠다. 당연히 차기작에 관심이 쏠렸다.

그는 예상을 깨고 <빨래>를 택했다.
“<지킬앤하이드>가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오른 무대였다면, 이번에는 저 스스로 얻기 위해 서는 무대예요.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의 내공이 엄청납니다. 이 분들과 함께라면 저 자신을 더 키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지킬앤하이드>를 하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거든요.” 그는 요즘 2002년 데뷔작 <명성황후>가 자꾸 떠오른다. 당시의 앙상블 시절로 돌아가 ‘아기’가 된 것 같다. 또 그러길 바랐다. 홍광호는 몽골 총각 연구에도 열심이다. 이 작품을 계기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사람은 ‘불법’일 수 없다는 생각이에요.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있을 수 있어도 사람이 불법은 아니잖아요. 관련 다큐멘터리를 찾아 보기도 했는데 한계가 있더군요. 오늘 저녁에 몽골에서 온 이주노동자를 직접 만나기로 약속했어요. 몽골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가족은 어떻게 되는지, 꿈은 뭔지 하나하나 물어 알고 싶어요.”

단순히 극중 인물을 소화하고 노래하는 것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삶을 그려내는 배우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빨래를 인생사에 비유하자면 무엇이라 답할까. “지금 많이들 어렵잖아요. 빨래는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새 것으로 만들어주죠. 마치 시원스레 빨래를 한 것처럼 관객들에게 새 힘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16년 만에 뮤지컬에 돌아온 임창정
임창정의 솔롱고는 홍광호와 많이 다르다. 영화배우와 가수, 엔터테이너로 살아오며 20여년 쌓은 연륜이 잘 스며 있기 때문이다. 재치와 순발력도 넘친다. 상대 역을 맡은 배우 조선명은 “장면 연습 때마다 대사가 바뀌어 정말 재밌다”고 말했고, 추민주 연출은 “그의 노래와 연기는 마치 하나처럼 느껴진다”고 평했다.

임창정이 뮤지컬 무대에 마지막으로 선 것은 16년 전이다. 1991년 극단 현대에 입단해 <동숭동 연가> <에비타> <마의태자> 등 뮤지컬에서 주연을 도맡았다. <빨래>의 김원희 제작자와 인연을 맺은 것도 그때다.
“동고동락하며 어려운 시기를 함께 보낸 사이예요. 언젠가 배우와 제작자로 함께 공연을 올리자고 약속했었죠. 이 작품을 평소 좋아했는데 투자문제로 어려움에 처한 것을 알게 됐고 출연료 1원 한푼 안받겠다고 자청했어요.”

임창정은 <빨래> 공연을 3번 봤다고 한다. 극장을 나올 때마다 ‘이런 이웃들과 함께 숨을 쉬며 살아가는 순간순간이 참 고맙고 행복하다’고 깨닫게 해준 작품이었다.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자’는 작품 메시지야말로 요즘 시대에 가장 필요한 보약이 아닌가 싶었다. 새 음반을 내고 방송에서 MC를 맡는 등 바쁜 나날이지만 오히려 소속사를 설득했다.

“그동안 뮤지컬 출연 제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다른 일과 병행하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했어요. 괜히 팀워크를 깨트려 작품을 망칠 수 있다는 걱정에서요. 그런데 이젠 적절하게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워낙 고무줄 같은 목청을 타고나 공연 걱정은 안하셔도 돼요. 또 노래로 승부하는 작품도 아니고요.” 28일부터 6월14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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