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기억을 찾아 뇌속을 헤매다 기억을 찾아서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4.07 08:59:11
  • 조회: 11828
에릭 캔델 | 랜덤하우스
부스스한 머리에 흰색 가운을 입고 시약 냄새가 코를 찌르는 실험실에서 현미경에 코를 박고 있는 사내. 과학자의 전형적인 이미지다. 자연 이런 이미지로 정의되는 과학자들은 무척이나 건조해 보인다. 그러나 세계적인 생물학자 에릭 캔델(80)의 자서전인 이 책을 보면 끊임없이 가설을 세우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을 반복하는 과학자들 삶의 이면엔 도전과 경쟁, 논쟁과 성취가 가득차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이자 카블리 뇌과학연구소장인 캔델은 가장 단순한 뇌를 가진 바다달팽이를 이용해 기억이 세포 안에 저장되는 과정을 연구한 논문으로 200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대공황이 시작되던 192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유대인 캔델. 9살에 나치에 의해 굴욕적이고 공포스러운 경험을 한 뒤 미국으로 건너오게 되는 과정의 서술로 시작되는 그의 삶에는 20세기에 진행된 뇌와 관련된 실험과 논쟁의 역사가 오롯이 담겨 있다. 공포스러운 유년기의 경험 때문에 인간의 기억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의대에 진학했으며, 특히 인간의 정신과 의식에 대한 선구적 심리학자인 프로이트에 깊은 감명을 받아 정신과를 선택했다. 프로이트가 주창한 의식과 무의식의 메커니즘을 총체적으로 규명해 보겠다는 포부에서다. 하지만 그는 의대 상급반 시절 만난 신경생리학자인 해리 그런드페스트로부터 “정신을 이해하려면 뇌의 세포를 하나씩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듣고 정신과 의사 대신 당시 새롭게 떠오르던 분자생물학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는다.

그는 전도유망한 생화학자로서 크고 작은 성취들을 이룩해 나갔다. 새로운 발견을 했을 땐 동료와 함께 뛸듯이 기뻐했고, 새로운 연구대상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성취를 시기한 옆방의 연구자가 갑자기 말문을 끊어버리는 일을 겪기도 했다. 밤낮 없이 실험에만 몰두하는 그를 향해 부인이 “당신 이런 식으론 더이상 안돼! 당신하고 일만 생각하잖아! 나와 아이들을 완전히 무시하면서 말이야!”라고 고함 치면서 부부관계에 심각한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가 매달렸던 주제는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며 신경체계의 각 부문은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가’였다. 이를 위해 그는 매우 단순한 뇌 구조를 가진 바다달팽이를 실험 대상으로 삼는 모험을 감행한다. 선배 과학자들은 그의 선택을 만류했는데 당시엔 단순한 동물에 대한 연구는 인간의 행동과 무관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기억과 학습과정이 신경세포 안에서 어떻게 이뤄지는지 관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후 바다달팽이는 그의 평생 친구가 되었다. 일곱살짜리 딸이 그의 마흔살 생일을 맞아 ‘바다달팽이’란 제목의 시를 지어 선물할 정도였다.

노벨상 수상으로 세계 최고 과학자의 반열에 오른 그는 도전정신을 강조한다. “매번 새로운 시도는 불안을 불러왔지만 기운을 북돋기도 했다. 새롭고 근본적인 것을 시도하느라 몇 년을 잃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다 하고 있는 판에서 막힌 실험을 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전대호 옮김. 2만5000원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글수정
  • 글삭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