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낭만은 잊고…역사를 읽는…예쁜 등대…인천 팔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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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4.06 09: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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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여행엔 묘한 끌림이 있다. 이를테면 ‘로맨틱할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다. 어찌보면 먼바다 홀로섬이나 깎아지른 벼랑에 선 작은 등탑을 찾아간다는 것 자체가 낭만적이다. 하지만 한국의 등대역사는 일본의 침략전략의 일환으로 세워졌다. 낭만보다는 역사여행지다.

지금까지 등대를 보려면 아득한 남해안으로 떠나야 했다. 울산 간절곶 등대와 울기 등대, 포항 호미곶 등대, 통영 소매물도 등대, 신안 홍도 등대, 여수 거문도 등대 등 이름난 등대여행지는 멀었다. 하지만 올 초 인천 팔미도 등대가 개방되면서 수도권에서 한나절이면 다녀올 수 있는 등대여행을 할 수 있게 됐다. 연안부두에서 14㎞, 뱃길로 1시간 정도 걸리며 경비도 비싸지 않다. 뱃삯은 왕복 2만2000원이다. 팔미도 등대는 1903년 세워진 국내 최초의 등대다. 그동안 팔미도 등대가 알려지지 않은 것은 군사지역으로 일반인들은 출입이 금지됐기 때문. 세계도시축전 등 굵직한 축제를 앞두고 있는 인천시가 올 초부터 106년 만에 팔미도 등대를 개방하게 된 것이다.

연안부두에서 오전 10시 배를 탔다. 뱃길 여행 중 눈여겨볼 만한 것은 현재 막바지 공사 중인 인천대교. 상판을 다 얹은 인천대교는 18.4㎞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 여객선은 인천대교 다리 아래를 통과하는데 바다를 가로질러 끝없이 이어진 다리가 장관이다. 요즘 바다 위에 놓이는 다리는 초고층빌딩과 함께 기술력의 상징이다.(시와쿠제도의 섬을 잇는 세토대교는 일본의 자랑거리이고, 뉴올리언스의 폰차트레인 코즈웨이나 상하이의 동하이대교는 각각 38㎞, 32㎞나 되는 길이로 유명하다.) 인천대교의 교각 옆에는 아직도 바지선이 붙어 마무리 작업 중이다. 다리는 꽤 높았다.

주탑의 높이는 230.5m. 한국에서 가장 높다. 배들이 통과하는 주탑 사이 상판의 높이도 수면에서 74m다. 63빌딩이 249m이고, 무역센터가 228m이니 웬만한 60층 건물 높이다. 수많은 화물선과 여객선이 바로 이 다리 아래를 통과한다. 오전 11시 팔미도. 섬은 그리 커보이지 않았다. 함께 배에 탄 가이드는 “팔미도는 등대도 예쁘지만 국내에서 가장 작은 교회도 있어 사진찍기 좋은 포인트가 많아 사진작가들도 꽤 많이 찾는다”고 했다. 사진동호인들로 보이는 여행자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가족여행객들만 가이드를 따라 나섰다.

등대는 섬 정상에 있다. 옛 등대는 그리 키가 크지 않았다. 7.9m로 2~3층 높이에 불과했다. 옛 등대 뒤엔 새 등대가 세워졌다. 옛 등대는 100년 동안 바다에 불빛을 비추다 2003년 뱃길을 안내하던 임무를 새 등대에 넘겨줬다. 등대가 있는 자리는 사방팔방이 다 트였다. 그래야 배들이 등불을 잘 볼 수 있다. 팔미도에서도 자월도, 영종도 등의 섬이 보였다. 송도의 신도시에 초고층빌딩이 올라서고 있는 모습까지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등대를 낭만적인 여행지로 생각하지만 한국의 초기 등대 대부분은 조선 침략을 위해 세워졌다. 일본정부는 강압적으로 대한제국과 통상장정을 맺고 팔미도에 등대를 세웠다. 팔미도는 지정학적으로 좋은 위치다. 영종도와 대부도의 딱 중간에 팔미도가 있다. 그 주위를 에워싸고 무의도, 영흥도, 자월도가 있다. 인천으로 들어오는 가장 주요한 뱃길에 등대가 서있는 셈이다.

군사요충지라는 것은 이후 일어난 전쟁으로도 증명된다. 러시아 함대와 일본 함대는 1904년 2월 팔미도 앞바다에서 충돌했다. 40분간의 포격전 끝에 러시아의 바리야크함과 코레츠함은 승산이 없음을 알고 승무원들이 자폭했다. (러시아대사관은 이를 애도하기 위해 1993년 이후 매년 해상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한국전쟁 때에는 인천상륙작전에 앞서 특공대들이 팔미도에 상륙해서 연합군 함정을 위해 불을 밝혔다.

1969년 박노식, 장동휘, 허장강, 황해 등이 나온 <결사대작전>은 바로 팔미도 상륙작전을 영화화한 것이다. 또 하나, 등대지기 역시 낭만적으로 생각하기 십상인데 실은 그렇지 않단다. 거문도 등 그동안 만나본 등대지기에 따르면 “과거엔 ‘시를 쓰겠다, 고독하게 살고 싶다’고 찾아온 등대지기들은 서너 달을 못버티고 나갔다”고 한다. 다행히 요즘은 교통이 편해져 비번일 때는 집으로 나갈 수 있단다. 등대지기란 단어자체는 로맨틱하지만 생활과 임무는 항로표지원이란 직무처럼 공적이란 얘기다. 이외에도 팔미도엔 등대 뒤편의 자그마한 숲길, 부두 앞의 해안가, 새 등대 1~2층엔 디오라마 등 볼거리가 있다.

팔미도에선 등대의 변천사를 엿볼 수 있다. 과거엔 기름불로 뱃길을 안내했고, 나중엔 가스를 썼지만 2002년부터는 국산 LED전구를 쓴단다. 10초에 한 번씩 깜빡거리며 50㎞ 밖에서도 볼 수 있다. 기술도 진보해서 요즘은 GPS가 발달돼 웬만하면 어렵지 않게 뱃길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고 등대가 무용지물이 된 것은 아니다. GPS를 단 자동차가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을 수 없듯이 등대도 필요하다.

팔미도에는 국내에서 가장 작은 교회가 있다. 앞 유리창 하나, 옆으로 유리창 2개씩이 붙어있는 교회는 2~4평쯤 돼 보였는데 섬을 지키는 해군들이 일요일마다 예배당으로 쓰고 있다고 한다. 십자가도 없고, 내부에 연설대나 제단도 없다. 교회는 초라했지만 왠지 정이 가는 건물이었다. 원래는 등대지기들의 사무실이었단다. 팔미도는 등대가 변천해온 과정, 관광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역사에 대해 담담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사진여행도 좋고, 자녀와 함께 떠나는 학습여행으로도 권할 만하다.

▲여행길잡이
*연안부두에서 배를 탄다. 팔미도 해운(http://palmido.co.kr)이 평일 두 차례, 주말에 세 차례 배편을 운행한다. 홈페이지만 믿고 가지 말고 뱃시간을 미리 확인하거나 예약해야 한다. 일기가 좋지 않을 때는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032)885-0001. 현대유람선(www.partyboat.co.kr)도 다닌다. 왕복 2만2000원. 중·고생은 10% 할인해준다. 초등학생은 1만3000원. 팔미도행 배를 타는 염부두 주차장은 최초 30분은 600원, 15분마다 300원씩 받는다. 하루 주차료는 6000원.

*팔미도에 머무는 시간은 배편에 따라 다르다. 한 시간 만에 나갈 수도 있고, 2시간30분 정도 머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배가 나오는 시간도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선사의 가이드가 동행한다.

*코레일은 매주말 패키지 투어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호선 인천역에서 모여 연계버스로 연안부두로 가 팔미도를 돌아본다. 팔미도 관람 후 어시장도 둘러본다. 수도권서부지사(02-2634-2401), 청송여행사(1577-7788), 홍익여행사(02-717-1002)에서 예약을 받는다. 전철비를 제외하고 1만9900원이다. 팔미도에선 한 시간 머문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1호선을 타고 동인천역까지 간 다음, 12, 24번 버스를 갈아타고 인천 연안여객터미널(현대유람선정거장 하차)에서 하차하면 된다. 동인천역에서 현대유람선정거장까지는 20분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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