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다산에 빠진 10여년… 이젠 졸업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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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4.03 09: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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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마과회통’까지 20권째 번역한 정해렴 대표
“다산의 저술이 500권 정도 된다는데 번역을 하면 10권 정도가 요즘의 책 한 권 분량이 됩니다. 요즘으로 치면 50권 정도 된다는 이야기지요. 제가 20권을 만들었으니까 경학을 제외한 실학이나 문학과 관련된 다산의 저술은 거의 다 정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의 첫번째 저술인 <마과회통(麻科會通)>을 번역·출간한 정해렴 현대실학사 대표(70)는 24일 “10여년간 밤낮없이 다산에만 몰두했는데 이제는 졸업하려고 한다”면서 후련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현대실학사의 출간도서 목록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저자명과 편역자명에 각각 ‘정약용’과 ‘정해렴’이 등장하는 책이 대다수다.

반세기가 넘도록 출판계에 몸담아 온 정 대표가 다산에 ‘꽂힌’ 계기는 창작과비평사(현재 창비)에서 정약용의 책을 다루게 되면서였다.
“창비에서 나온 다산 관계 서적은 거의 다 제가 교정을 봤습니다. 6권짜리 <목민심서>, 박석무 선생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와 <다산산문선>, 송재소 선생의 <다산시선>도 제가 교정을 봤죠. 원래부터 고전과 국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다산의 책들을 편집·교정하면서 공부를 많이 하게 됐습니다.”

창비에서 편집부장과 사장을 거쳐 정년 퇴직한 그는 기획과 편집·교정을 혼자 처리하는 1인 출판사를 차려 본격적으로 다산의 책을 펴내기 시작해 20권째인 <마과회통>에 도달했다. 이 책이 한글로 번역되기는 처음이다. <마과회통>은 임진왜란 이후 10년 주기로 유행하며 많은 인명을 앗아갔던 천연두와 홍역을 다룬 백과사전적 의학서다. 정 대표는 “<동의보감> 이후 최대의 의학서이자 세계사적으로도 보기 드문 책이지만 우리 한의학계에서조차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제 제가 기초를 놓았으니 한의학계에서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치인이나 행정가 가운데 존경하는 인물로 다산을 꼽는 사람이 많다. 정 대표는 그러나 “다산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한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마과회통>을 예로 든다면 백성을 괴롭히던 질병을 깊이 연구해 대책을 내놓은 것입니다. 백성을 위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죠.”

번역이 됐다고 해도 젊은 세대에게 고전은 여전히 다가가기 어려운 대상이다. 고전을 쉽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처음 넘어야 할 언덕만 극복한다면 그 다음엔 그렇게 어려움이 없습니다. 외국문학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톨스토이 소설을 읽을 때 처음엔 이름이 어려워서 애를 먹지만 그 과정만 넘으면 읽히잖아요.”

이제 <구운몽> <춘향전> <옥루몽> <금호신화> 등 고전소설을 새롭게 번역할 예정이라는 정 대표는 요즘의 출판계 풍토에 대해 “예전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도 양서를 낸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업 쪽으로만 생각하다보니 돈이 되지 않으면 아예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고전을 번역하고 사전을 펴내는 것은 후세를 위해 다리를 놓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한강 다리를 놓는 데는 수백억, 수천억원을 쓰면서 문화의 다리를 놓는 데는 인색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마과회통? 의학자 정약용이 쓴 홍역·천연두 치료책
다산 정약용은 조선 실학의 대명사로 유명하지만 의학자로서의 면모는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조지훈 시인의 아버지이자 우리나라 동의학의 기틀을 마련한 조헌영은 1935년 쓴 글에서 “다산은 조선 최고의 한의학자”라 평가했다. <동의보감>을 쓴 허준을 비롯해 명의들이 많았지만 이들은 ‘임상의가’, 즉 의사였을 뿐 새로운 학설을 제시하거나 이론적 접근을 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의학자로서 다산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마과회통>이다. 다산은 2살 때 완두콩 모양의 종기인 ‘완두창’을 앓은 적이 있는데 몽수 이헌길(1738~84)의 치료로 살아났다. 다산은 <마과회통> 서문에서 이헌길에 대한 곡진한 감사의 마음을 피력하며 “몽수가 아직까지 살아 있다면 아마 빙긋이 웃으며 흡족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썼다.

다산은 홍역과 천연두의 증상과 다양한 처방을 담고 있는 <마과회통>을 쓰기 위해 중국과 조선의 의서 63종을 참고했다고 한다. 이 책의 번역에 동참한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문헌연구센터장은 “임상의학자로서 다산의 견해가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마과회통>에 포함된 ‘나의 소견’으로서 다산은 역대 의사들을 준엄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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