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뜰정보] 안규철·이정혜 주거공간 주제로 나란히 개인전2.6㎡ 1인용 주택으로 아파트 욕망에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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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3.30 09: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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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사회에서 집은 휴식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사회적 계층·지위를 표상하는 상징이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오는 28일까지 각각 열리는 안규철씨(54·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개인전 ‘2.6평방미터의 집’(서울 원서동 공간화랑)과 디자이너 이정혜씨(37)의 개인전 ‘주거연습’(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은 곱○○○어볼 대목이 많다.

집·공간이라는 공통의 소재를 두 작가는 순수미술과 디자인 등 각기 서로 다른 바탕 위에 펼쳐놓는다. 디자인과 사회의 소통에 관심을 가져온 이씨는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비판해왔다. 이번에는 가족의 유형에 따른 주거공간을 모델하우스의 형태로 제시한다. 1인, 아빠와 딸로 이뤄진 2인 가족, 앵무새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데리고 사는 3인을 위한 집이다. 특히 ‘광장공포증을 가진 늙은 시인을 위한 집’이라는 부제가 붙은 1인용 집은 돔 형태로 천으로 만들어졌으며 조립과 이동이 자유롭다. 안씨는 목재와 금속 등을 이용해 직육면체와 구, 원뿔 모양으로 만든 세 채의 1인용 집과 한층 더 자유로운 형태의 1인용 집을 위한 드로잉과 미니어처를 선보였다.

두 작가가 한 자리에 모였다. 안규철씨는 먼저 “서로 비슷한 시기에 주택·주거·공간을 모티브로 한 전시를 이웃한 공간에서 하게 되어 굉장히 놀라웠다. 그러나 결과물이 비슷할지라도 관심사도, 던지는 메시지도 달라서 안도했다”며 웃었다.

이씨는 안씨의 작품이 갖는 문학성에 주목했다. “저는 과거 선생님의 작품 중 ‘그 남자의 가방’을 재밌게 감상했어요. 선생님의 작품은 시각의 형태로 보이지만 보는 이의 관점에선 문학적 상상력이 도드라지고, 특히 시에 가까운 느낌을 받아요. 공간과 건축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도 제게는 삶 자체에 대한 문학적 비유처럼 느껴집니다. 사실 제 전시에선 문학적 성격이 배제돼 있죠. 아파트 모델하우스 공간에 담겨있는 규격화된 가족관계나 사회관계를 깨뜨리면서 다른 방식으로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각자 만들어낸 1인용 주택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 은신처를 갖고 싶어하는 인간의 내적인 욕망에 바탕하고 있다. 안씨는 2.6㎡를 “생존을 위한 외피의 최소치”로 규정했고, 이씨는 고시원의 방 한 칸 면적인 3.14㎡를 1인용 주택의 최소면적으로 잡았다. 공교롭게도 두 작가는 1인용 집을 소재로 삼으며 노숙자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고 한다. 안씨는 과거 공공미술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노숙자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언젠가 노숙자들이 근사하게 혹은 근사하지 않더라도 품위있게 잘 수 있는 1회용 집 같은 걸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것이 사실 이번 전시 발상의 출발점이 되기도 했어요. 그런데 준비하다보니 이건 전시로 풀 이야기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이더군요. 전시에서는 한 사람이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고층화·공간을 무한 확장해가는 건축메커니즘에 대한 안티(反)-코멘트로서 말이지요.”

이씨는 특정한 상황에 있는 노숙자를 상정했다. “저도 처음엔 노숙자를 위한 집을 떠올렸는데 제가 노숙경험이 없고 노숙자들과 대면할 기회도 없다보니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세상에 나가는 걸 두려워하는 이들, 자발적으로 ‘심리적 노숙’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이 잠시 피해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떠올렸어요. 정신적인 편안함을 줄 수 있는 크기가 0.9평이라고 생각했지요.”

둘은 집을 최소단위로 압축하면 옷과 비슷해진다는 데 동의했다. 안씨는 그 예로 TV뉴스에서 피의자들이 외투를 뒤집어쓰고 얼굴을 가리는 모습을 들었다. “이게 최소한의 집의 출발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차단하는 최소단위의 공간, 그 안에 있으면 자신이 보호받는다고 느끼는 공간이 집이지요. 그러다 보면 옷과 집의 경계가 애매해집니다.” 이씨가 천으로 0.9평형 집을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고 정신적인 아늑함을 느끼는 공간을 집이라고 정의한 두 작가는 아파트에 편중된 한국 주거 문화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씨는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통해 한국인들 다수가 욕망하는 집의 형태가 재생산되는 현상을 지켜보며 이를 전시의 화두로 삼았다”며 “아파트라는 공간 디자인에 담긴 정치성, 이데올로기도 비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가부장제 중심의 4인 가족을 거주민으로 설정하고, 시대가 흘러도 그 구조만 반복해가고 있어요. 전시를 통해 주거문화에 관한 총체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나라 가전제품이나 가구 등도 4인 가족에 맞춰 규격화되어 있죠. 전 집의 구조를 드러내면서 이런 유형의 가족, 이런 방식의 삶도 가능하다는 것을 관람객에게 제시하고 싶었어요.”

이씨의 작업이 구체적 상황에 대한 대응이라면, 안씨의 작업은 ‘사람이 사는데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실존적 질문에 초점을 맞췄다. 동시에 집에 관한 지금과 같은 의식을 가진 삶이 과연 온전한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각기 접근법은 다르지만 미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넘어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데 이들은 동료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두 작가의 집에 관한 제안은 비현실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도발적 상상력이야말로 앞으로 더 나은 주거공간을 만들고 경직된 사고를 무너뜨리는 단초가 될 것이다. 두 전시는 모두 다음달 28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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