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46년 무대 인연 “우린 전우야, 전우”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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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3.19 0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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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박정자·임영웅
“전우(戰友)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박정자·67) “마찬가지지, 뭐.”(임영웅·73) 46년이란 긴 세월을 배우와 연출가로서 인연을 맺고 있는 두 사람은 서로의 관계에 대해 단출하게 답했다. 연극인으로서 두 사람의 장구한 세월은 그리 간단치 않다. 한국 연극사의 적지 않은 부분을 써내려가야 할 만큼 차지하는 비중이 큰 두 사람이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극단 산울림의 대표 임영웅은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고령의 연출가로 넘치는 무대 열정이 젊은이들을 무색하게 한다. 985년 그가 사재를 털어 마련한 신촌의 소극장 산울림은 화제작이 끊임없이 공연되는 산실이다. 박정자는 <위기의 여자>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등 자신의 대표작을 소극장 산울림에서 탄생시켰다.

두 사람은 산울림 창단 40주년을 맞아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를 다시 무대에 올린다. 공연 때마다 계단에 보조석을 깔아야 하는 인기작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희생으로 한 평생을 살아온 엄마와 평범한 여자가 아닌, 다른 인생을 살고자하는 딸의 이야기가 담겼다. 주검이 된 엄마를 앞에 두고 딸이 써내려가는 엄마의 이야기는 지난 ○○○간 수많은 관객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박정자는 91년 초연을 포함해 7차례 모두 엄마 역을 맡아왔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어머니 연극 시리즈들의 원조격인 작품이에요. 극 중 엄마 나이가 50살인데 초연 때 제 나이와 똑같죠. 당시 연출가한테 ‘선생님, 이거 무조건 제가 해야 하는데요’ 하면서 시작했어요. 14년여 전 돌아가신 친정 어머니가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구경오신 작품이기도 해요. 딸이 나오는 작품이라면 이해하든 못하든 부조리극까지 보러오셨으니까요.”(박정자)

“어머니는 불멸의 테마잖아요. 연극은 인간을 그리는 예술인데, 여성의 영원한 테마인 엄마와 딸이 담겨있으니 면면히 이어져온 ‘인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죠. 딸이 엄마가 돼서, 또 그 딸이 함께 보면서 작품의 생명력이 커지는 것 같아요.”(임영웅)

두 사람은 86년 산울림 무대에 <위기의 여자>도 함께 올렸다. 뛰어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주로 노역이나 조연에 머물러 있던 박정자는 이 작품을 통해 여배우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박정자라는 배우는 체온(열정)이 너무 높아요. 그래서 당시에 ‘이 여자는 20도로 연기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그럼 나보고 죽으란 말이에요’라고 받아넘기더니, 그 작품으로 모든 연기상을 휩쓸었지요.”(임영웅)

이들이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63년 동아방송 개국 때였다. 당시 1기 성우 박정자와 드라마 PD 임영웅으로 만났다. 사미자, 전원주, 고 김무생, 박웅 등 당시 박정자의 동기생들은 깐깐한 원칙주의자인 임 PD를 “사감 선생”이라고 불렀다. 박정자는 “뭐든지 쉽게 안넘기고 배우들을 닦달해 악명이 높았다”고 기억했다. 그러나 지금은 무대 위의 오랜 동지로 눈빛만 봐도 척척 통하는 사이다.

“프랑스 원작 제목에는 ‘엄마’라는 표현이 없어요. 우리 정서에 맞게 번안하면서 ‘엄마’도 집어 넣었죠. 공연할 때마다 지난번에 놓친 것들을 채우면서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어요. 이 작품을 초연했을 때나 <고도를 기다리며>를 시작한 40년 전이나 모두 엊그제 같은데…. 미친 듯이 해왔지만 제대로 된 연극을 한 것인지 모르겠어요. 이젠 후회해도 남은 날이 많지 않을테니. 우리 사회가 그때보다 더 비문화적인 것은 아쉬워요.”(임영웅)

“이 작품을 할 때마다 가족이 추억을 만드는 게 참 중요하구나 깨달아요. <엄마는~>도 딸이 엄마와의 추억을 되새기는 과정이죠. 가슴 아픈 일이든, 행복한 기억이든 함께 추억을 만든다는 게 소중합니다. 추억이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누군가에게 이 연극이 또 하나의 추억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박정자) 공연은 24일부터 5월10일까지 소극장 산울림 (02)334-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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