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이 남자, 19년을 뚜벅뚜벅 걸었다뮤지컬배우 성기윤, 19년만에 첫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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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3.16 08:5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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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품의 ‘틀’ 역할… ‘조연출’ 별명
“그냥 너의 시계만 쳐다봐라!”
배우 인생에 대한 믿음에 금이 가고 있을 당시 선배 허준호가 던진 한마디였다. 2000년 뮤지컬 <렌트>의 국내 초연 때다. 까마득한 후배들이 단박에 주연을 꿰찼지만 그에게는 메인 캐릭터가 주어지지 않았다. 주·조연에 연연하지 않고 활동해왔지만 흔들렸다.

“처음 배우의 길로 접어들었을 때는 스타가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허 선배의 한마디에 다시금 정신을 차렸죠. 지금은 후배들에게 제가 비슷한 말을 하고 있어요. ‘진정으로 너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확신한다면 너의 길을 따라가라’고요.”

배우 성기윤(38)은 믿음직한 배우로 정평이 나 있다. 어느 무대에서든 안정된 연기와 노래로 작품을 든든히 받치며 한 수준 끌어올리는 버팀목 역할을 해내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제 막 뮤지컬에 열광하게 된 젊은 여성부터 1990년대 초부터 그의 활동을 지켜봐온 중년까지 팬층이 두껍다.

91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 <캣츠>의 앙상블을 맡았다. 고양이 옷을 입고 제일 먼저 극장에 나와 대걸레로 무대 바닥을 닦으며 배우생활을 시작한 지 올해로 19년째. 그의 이름을 주연으로 앞세운 창작뮤지컬도 19년 만인 셈이다. 그는 17일 <기발한 자살여행>의 개막을 앞두고 있다.

<기발한 자살여행>은 핀란드 작가 아르토 파실린나의 원작을 한국 상황에 맞게 각색했다. 20○○○ 통일된 대한민국이 배경으로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이 함께 백두산까지 자살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 소재는 우울하지만 모인 사람들의 다양한 캐릭터와 여행을 떠난 후 상황이 코믹하게 그려진다. 실연한 칼럼리스트(임강희), 부도로 빚더미에 앉은 중소기업 사장(김성기), 기러기 아빠(김민수), 북한 최고의 인민배우(양꽃님), 폐병을 앓는 공장노동자(정주영) 등이 나온다. 성기윤은 통일된 조국에서 더이상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는 고집스러운 육군장교 박종식 대위 역이다.

“마치 1000조각짜리 퍼즐 같은 작품입니다. <유린타운> 이후 대본을 읽으며 이렇게 푹 빠지기는 처음이에요. 각자 다른 사연으로 자살을 결심한 이들이 여행에서 겪게 된 사건과 심경변화로 다시 살기로 마음먹게 돼죠. 그 과정을 촘촘히 그려나가는 재미가 각별합니다. 마지막 퍼즐이 들어맞아야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거든요. 저는 퍼즐 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까요.”

그는 작품 속 대표곡으로 ‘실크로드’를 꼽았다. 이지수 작곡으로 40인조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장중한 분위기의 곡은 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저마다 삶의 의미를 깨닫고 희망을 되찾는 장면에서 합창된다. 그는 주연이지만 전체 작품을 위해 자신의 대사 분량을 쪼개 다른 배역의 대사를 만들게 하는 등 애쓰고 있다. 덕분에 제작진 사이 얻은 별명은 ‘조연출’.
“관객들이 극장 문을 나서면서 첫마디로 ‘어느 배우가 잘한다’고 한다면 실패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작품 좋은데, 누구는 정말 잘하더라’고 그렇게 나와야 제대로 된 작품이죠. 그러기 위해선 주연이든, 조연이든 욕심을 줄이고 자리를 많이 내줘야 합니다.”

뛰어난 노래실력과 연기로 프로듀서들이 아끼는 배우로 자리잡은 것은 2003년 공연한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를 통해서다. 일반인에게 확실히 이름을 알린 것은 2004년 <맘마미아>. 이후 <아이다> <시카고> 등 굵직한 작품을 맡아왔다.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으로 현대무용을 부전공했다. 그의 아내 이정완 역시 배우로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에 출연했다.

“건강관리를 잘해서 70세까지 무대에 서고 싶어요. 갈수록 출연 작품수가 줄어들겠지만 그때까지 제 인생에 30편쯤 남았을까요. 그 중에 ‘성기윤 아니면 안돼’라는 작품이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꼭 그렇지 않더라도 행복하지만요.” 4월19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연출 임도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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