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영화는 잊어라, ‘무비컬’엔 다른 것이 있다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3.09 08:56:44
  • 조회: 11757
영화가 원작인 ‘무비컬’은 숙명을 타고난다. 영화와 끊임없이 비교돼 평가받기 때문이다. 영화를 뛰어넘는 재미, 무대공연의 새로움 등 올라야 할 산이 많다. 지난해 성공을 거둔 <미녀는 괴로워> <내 마음의 풍금> 등에 이어 <드림걸즈> <주유소습격사건> <마이 스케어리 걸> 등 그동안 궁금증을 낳은 ‘무비컬들’이 줄줄이 막을 올린다. 영화 <드림걸즈>는 비욘세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유명 영화였고 <주유소습격사건>은 10년 전 히트작이다. <마이 스케어리 걸>은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이 원작이지만 차별화를 위해 작품명까지 바꿨다. 이들 뮤지컬에는 영화와 다른 무엇이 있을까.

#<드림걸즈>-텅 빈 그러나 눈부신 무대
프리뷰를 거쳐 27일 정식 개막하는 <드림걸즈>의 백미는 단연 무대다. 막이 오른 후 관객 중에는 당황스러워 하는 이들도 있다. 촘촘한 망사처럼 보이는 검은색의 패널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무대 양면은 수십개의 조명이 붙박이처럼 돼 있다. 각각 가로 2m, 세로 6m의 패널 5개가 빛을 내기 시작하면 매직쇼가 펼쳐진다. 발광 다이오드(LED) 패널로 이 세트만 20억원이다.

LED 패널은 색색깔로 빛나며 그 자체로 화려한 무대가 된다. 시원한 고속도로처럼 영상을 만들어 관객이 마치 달리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극 전개에 따라 팝 차트 순위표로 바뀌는 등 역할이 수십가지다. 첨단의 옷을 입은 무대는 덕분에 세련미가 넘친다. 영화가 지닌 수천컷의 영상을 대신하는 셈이다. 영화에는 1960년대 흑인 가수의 성공과 치열한 쇼비즈니스의 세계가 담겨 있지만 뮤지컬에는 인종차별 이야기가 빠지고 무명 가수의 성공과 사랑, 냉혹한 쇼비즈니스가 펼쳐진다. 무대로 옮겨지면서 인물의 캐릭터 형성과정이나 갈등이 단순화되고 쇼적인 느낌이 강해졌다.

영화에서 비욘세가 부른 유명곡 ‘리슨’은 듀엣 버전으로 바뀌었다. 영화 제작에 참여한 작곡가 헨리 크리거는 주인공 디나와 에피가 화해하는 장면의 듀엣곡으로 만들어 새로움을 선사한다. 출연 김승우·오만석·홍지민·차지연·정선아 등. 7월26일까지 잠실 샤롯데씨어터.

#<주유소습격사건>-콘서트 난장을 즐겨라
10년 전 영화의 인기는 모방사건으로 이어져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주유소를 습격한 ‘노마크’ ‘딴따라’ ‘무대포’ ‘뻬인트’ 등 4인방의 하룻밤 이야기는 충격적이기도 했다. 영화 속에 등장한 음악 ‘오늘도 참는다’는 무명의 그룹 캔을 스타로 만들었다. 뮤지컬에는 영화음악 ‘오늘도 참는다’ ‘희망가’ ‘작은 사랑’ 등 4곡이 등장한다. 나머지 곡들은 가요정서를 지닌 락음악으로 만들어졌다.

뮤지컬에서는 영화에 없는 콘서트가 펼쳐진다. 7인조 라이브 밴드가 공연 내내 연주하며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다. 결말도 다르다. 당시 암울한 시대를 반영하듯 주인공들이 주유소를 습격하고 유유히 떠난 것과 달리 뮤지컬에서는 ‘딴따라’가 로커가 되어 신나는 콘서트를 열며 희망을 준다. 10년 전처럼 경제위기 등 사회분위기는 침체됐지만 공연을 통해 위안을 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관객들이 충분이 즐길 수 있도록 객석에도 변화를 줬다. 앞에 1~4열 객석(54석)은 뜯어내거나 일부 배치를 달리했다. ‘해프닝존’으로 이름 붙은 이곳을 배우들이 무대처럼 들락거리며 즐거움을 선사한다. 오정화 프로듀서는 “하룻밤 이야기로 드라마 전개가 없어 뮤지컬화하기에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며 “캐릭터를 더욱 극대화했고 11인역을 맡아하는 멀티맨 등이 잔재미를 준다. 뮤지컬에서는 드물게 4대의 프로젝터로 인물들의 내면이나 특정 공간을 영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최재웅·이율·문종원·이신성 등 출연. 연출 김달중. 작·편곡 손무현. 3월12일~6월14일 삼성동 백암아트홀.

#<마이 스케어리 걸>-감미롭고 발랄한 음악들
창작 뮤지컬이지만 드물게 영어버전으로 먼저 만들어져 미국에서 워크숍 공연된 작품이다. 뉴욕대 예술대학원 동문인 강경애 작가와 윌 애런슨이 콤비를 이뤄 만들었다. 최강희·박용우가 등장한 영화의 고유 캐릭터와 사건은 그대로 살렸다. 그러나 영화 보다 주인공 남녀의 심리묘사가 노래 등을 통해 더욱 치밀해졌다.

트로트풍인 ‘나는 정말 수박이 싫어’ 등을 비롯해 뮤지컬 넘버 22곡이 작품 전체에 고루 스며들어 있다. 작곡가 애런슨은 한국 정서를 알기 위해 김동률, 유열, 토이 등의 노래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예기치 않게 살인을 하게 되는 수상한 여인 미나와 그녀를 사랑하는 소심남 대우의 로맨스가 다소 엽기적으로 담겨 있다. 뮤지컬에서는 토막시신 모형이 등장하고 특수효과로 피가 적극적으로 표현되는 등 영화보다 좀더 엽기적인 분위기다. 신성록·김재범·방진의 등 출연. 연출 변정주. 3월6일~5월17일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글수정
  • 글삭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