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커피 달콤한 향기 씁쓸한 현실자바트레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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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3.04 08: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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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사이컨 | 황소걸음
미묘한 향기와 감칠맛을 지닌 커피 한 잔은 우리 일상에 활력소를 제공한다. 따뜻한 커피잔을 감싸 쥐고 한 모금 마시는 순간의 행복감은 그 무엇에도 비할 바가 아니다. 한국인 한 명이 일년 동안 마시는 커피는 300잔. 이 수치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이 커피가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손까지 왔을까’는 관심 바깥이다.

저자는 “커피의 이면에는 수많은 문화와 관습, 환경과 정치가 거미줄처럼 얽힌 아주 복잡한 세계가 드리워져 있다”고 말한다. 커피는 적도를 기준으로 남북 30도에 걸쳐 있는 50여개국 2900만명의 농부들에 의해 재배되며 석유 다음으로 교역 액수가 크다. 그런데 커피값은 생산자의 상황과 상관없이 뉴욕 경매시장에서 매겨진다. 다국적 커피회사들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한 대량생산 방식으로 환경을 해치고, 커피회사와 중간상인의 농간으로 인해 이윤의 1%만이 재배농가의 몫으로 돌아간다.

미국의 변호사이자 사회운동가로서 지역개발이 토착 원주민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갖고 있던 저자는 1987년 커피 재배농가를 돕기 위한 후원단체 ‘커피키즈’를 설립한 이후 ‘자바트레커’로 살았다. ‘자바’란 커피가 많이 나오는 인도네시아 자바의 지명에서 따온 것으로 커피와 동의어이며, 트레커란 길고 고된 여행을 하는 사람이다. 즉 커피 생산지를 찾아 돌아다니는 순례자란 뜻이다.

이 책은 그가 에티오피아·케냐·페루·콜롬비아·멕시코·엘살바도르·니카라과·수마트라·파푸아뉴기니 등 대표적인 커피 생산지를 찾아다녔던 여행기이자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문화권의 농부들과 그들의 애환을 담고 있다. 동시에 바람직한 커피 무역의 대안을 찾고 생산자들의 권익과 복지를 높이기 위한 활동가들의 노력을 소개한다.

저자는 커피 농부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 즉 하얀 아마포 셔츠를 입고 덥수룩한 콧수염에 미소를 머금은 후안 발데스(1959년 콜롬비아커피경작자협회가 커피 광고를 위해 만든 가상의 인물)의 이미지부터 깨트리고자 한다. 다국적 커피회사가 만들어낸 규격화, 상품화된 커피가 아니라 지역의 삶과 문화에 뿌리박은 커피, 그리고 그것을 생산한 사람들에게 눈을 돌리는 것이다. 다양한 인종과 종족, 종교권에서 즐기는 커피는 ‘네스카페’나 ‘테이스터즈 초이스’ 같은 브랜드와 상관없는, 농부들의 일용할 양식이자 건강과 사랑이다.

인류 최초로 1500년 전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에티오피아에서 저자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만난다. 그리고 화로에 원두를 구워 세 잔의 커피로 아침 일과를 시작하는 농부들의 삶에서 커피에 대한 경건한 자세를 배운다. 케냐에서는 농부들의 권익향상을 가로막는 관료들의 횡포에 분노한다. 페루에서는 대안무역 계약을 성사시키고 기쁨에 들뜬다. 그런가 하면 미개발지를 찾아다니는 일은 모험이기도 하다. 안데스 산지에서 카누에 트럭을 싣고 아슬아슬하게 강을 건너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저자는 1993년 이후 유기농 커피 로스팅 회사인 ‘딘스 빈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대안무역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생산자들과 사업 수익을 공유하며 커피 생산자들의 자주적인 지역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또 98년에는 비슷한 커피 로스터들이 모여 ‘코퍼레이티브 커피스’라는 협동조합을 만들기에 이른다. “타인에 대한 존중심과 도덕과 정의에 기초한 사업모델”을 통해 커피의 이면에 감춰진 추악한 현실을 개선하려는 노력들이 희망의 싹을 선사한다. 최성애 옮김.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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