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마음의 짐 무거웠나, 병든 내 몸에 어느날 말을 걸다마음은 몸으로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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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3.03 08: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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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해링턴 | 살림

동양에선 흔히 마음과 몸이 서로 작용한다고 말하곤 한다. 마음의 병이 깊어져 몸의 건강을 해쳤다거나, 몸이 아프면 마음도 상처를 입는다는 식이다. 이런 인식틀에선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라는 표어는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육체’란 말과 같은 뜻이다.

서양에선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가 이런 인식에 반기를 들었다. 그가 확립한 ‘심신 이원론’(마음과 몸은 별개)은 몸을 마음으로부터 ‘해방’시켰다. 현대 의학은 심신 이원론에 더해 모든 현상에는 그 현상을 일으키는 실체가 존재한다고 믿는 ‘물리주의’의 전통을 굳건히 따르고 있다. 이런 입장에선 몸은 몸이고 마음은 마음일 뿐이다. 즉, 몸의 병은 몸의 병이지 정신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아파 죽겠는데 병원에선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한다거나, 병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환자가 완쾌돼 멀쩡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드물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현대 의학으로선 규명할 수 없는 블랙홀로서 대체의학, 심신의학이 개입할 틈새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 교수인 저자는 심신의학의 관점에서 몸과 마음의 질병에 대해 “인간이 원하는 대로 몸을 조작하고 만들 순 없지만 인간의 몸은 전적으로 마음을 따른다”고 말한다. 과학사 전공자인 만큼 신내림과 퇴마사, 최면술 이야기에서부터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신사고’, 뇌 사진을 이용하는 현대 의학에 이르기까지 방대하고 흥미진진한 사례들을 중심으로 심신의학의 역사를 짚어간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림프육종이라는 암에 걸린 환자가 신약의 임상실험 대상을 자처해 이 약을 투여받고 3일 만에 종양 크기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약을 투여받은 다른 환자들은 아무 변화가 없었는데 말이다. 의사는 다른 환자들에겐 효험이 없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완쾌후 퇴원했지만 잠시 후 언론에서 이 약의 효과가 별로 없다는 기사를 내보냈고, 이 기사를 읽은 환자는 곧바로 죽었다. 의사들은 이 환자의 급격한 치유와 죽음은 신약에 대한 희망, 즉 마음에서 비롯됐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1957년 미국 정신의학 학회지에 소개된 사례다.

주변 마을과 달리 심장질환으로 숨진 환자가 거의 없는 미국의 한 마을이 있었다. 이유를 캤더니 기름진 음식을 먹고, 흡연을 하는 등 생활습관은 다른 미국인들과 별 차이가 없었지만 이탈리아 이민자 집단인 이들이 공동체적 생활과 함께 강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나왔다. 마음의 평안이 심장질환 가능성을 낮췄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신빙성을 잃어버린 전통적인 방식도, 현실과의 연관성이 부족한 기존의 물리주의 방식도 아니지만 분명 과학에 뿌리를 둔 제3의 방식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 ‘불치병 환자의 생환을 위한 지침’ 같은 것을 기대해선 안된다. 그보다는 마음이 몸에 영향을 미친다는 오래된 사고가 어떻게 매장됐고, 다시 부활했는지에 관한 문화사다. 조윤경 옮김.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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