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치열한 입주경쟁 허술한 프로그램창작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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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2.23 08: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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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경쟁률도 갈수록 치열해져 지난해 가을, 서울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의 경우 입주작가 27명을 공모하는데 1215명이 몰렸다. 그러나 대부분의 창작 스튜디오가 작가에게 작업공간을 단순 제공하는 데 머무르고 있다. 교류·기획프로그램이 없다. 또한 각 지자체들의 창작 스튜디오 설립도 지역의 정체성을 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술계에서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스튜디오만 양산하는 현실을 탈피, 창작 스튜디오가 공간지원의 방향성과 각 지역별 특성에 맞춘 문화생산기지로 거듭나야 한다고 자성한다.

현재 전국에 30개 내외의 국공립·사립 창작스튜디오가 있다. 서울에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국립창동미술창작스튜디오,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청계창작스튜디오가 있다. 최근에는 국립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금호창작스튜디오에 이어 서울장애인 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영천예술창작스튜디오 등이 2~3년 사이 개관했다.

연내에 문을 여는 창작스튜디오도 상당수다. 서울문화재단은 미술과 문학 분야의 예술가를 아우르는 창작공간 ‘아트팩토리’를 서울시내 5곳에 개관한다.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창작센터를, 인천문화재단은 아트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창작 스튜디오를 연다. 국공립 창작스튜디오가 없던 부산시도 지난주 창작 스튜디오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술평론가 김준기씨는 “창작 스튜디오가 박제화되고 있다”며 “그들(작가들)만의 커뮤니티, 그들만의 공간으로 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잇단 지자체들의 창작 스튜디오 설립과 관련, “공공재를 투입해 미술판 ‘태릉선수촌’을 만드는 셈인데, 모든 스튜디오가 그럴 필요는 없다. 각 스튜디오들마다 지역의 정체성, 기관의 성격에 맞춰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시기획자 전승보씨는 “현재의 스튜디오 개념은 이미 30여년 전 구미의 낡은 콘셉트”라며 “작가에게 작업실을 준다는 개념으로 가면 아무리 많이 지어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작지만 파급력이 큰 공간이 되려면 소극적 개념의 문화시설에서 벗어나 문화생산의 전진기지로 변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 예로 스웨덴 정부가 세운 IASPIS와 미디어아트 전문 스튜디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센터(AEC)를 꼽았다. 생산기지로서 미술스튜디오의 성격과 방향성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교류와 기획프로그램의 부재도 심각하다. 작가들을 한 공간에 모아놓는 것 이상의 시너지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의 창작자들이 영감을 나누는 교류 프로그램이 시급하고, 해외 입주 프로그램(레지던시)과도 적극적인 교류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 그나마 교류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되는 곳은 창동스튜디오가 유일하다. 프로그램을 기획·관리하는 프로그램 매니저와 실무를 진행하는 코디네이터 체제로 운영되는데 2005년부터 유럽, 아시아 등과 협약을 맺어 국제교환 입주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지역주민과 연계해 공공미술 프로젝트, 주민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창동스튜디오의 프로그램 매니저 김윤정씨는 “외국의 레지던시는 유명작가를 초청해 레지던시 자체의 위상을 높이기도 하고 해외작가들을 자국 문화계에 적극 소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미술관이 올 가을 경기 화성 선감도에 여는 경기창작센터는 네덜란드 국립창작스튜디오인 라익스아카데미를 벤치마킹했다. 150여년 역사의 라익스아카데미는 작업공간 외에 공방을 갖추고 기술전문가들을 배치하고 있으며 큐레이터와 작가, 비평가 등으로 구성된 ‘어드바이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경기창작센터는 작가들뿐 아니라 이론가와 평론가, 큐레이터들도 입주할 수 있도록 ‘연구 레지던시’를 운영해 연구물의 출판지원을 돕고, 세계 유명작가와 입주작가를 연결해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멘토링 프로그램’, 예술공방 프로그램 등도 운영할 예정이다.

스튜디오가 공공예산을 들여 지어지는 만큼, 지역 커뮤니티와의 교류프로그램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진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창작스튜디오 내에 기획인력이 상주해야 한다. 쌈지스페이스 큐레이터 신현진씨는 “현재 조성 중인 국내 스튜디오의 대부분은 프로그램 만들기보다 공간 만들기에 비중을 두고 있다.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도 실무를 진행하는 사람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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