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아버님 영전에 바치는 ‘고국 첫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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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2.20 08: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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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에서의 첫 오페라, 아버님의 영전에 바칩니다.”
바리톤 윤형(41)은 아버지 얘기를 하다가 급기야 눈물을 쏟았다. “임종도 못한 불효자”라며 오열했다. 눈물둑이 터진 그는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고, 인터뷰는 중단됐다. 2004년에 한국인 바리톤으로는 처음으로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무대에 섰던 성악가. 다음달 6일부터 고국에서 첫번째 오페라 무대를 펼치는 바리톤 윤형과의 인터뷰는 토막토막 분절되면서 진행됐다. 그는 잠시 진정했다가 다시 오열하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윤형은 2007년 6월 타계한 바리톤 윤치호의 아들이다. 2002년에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도하는 ‘젊은 예술가 프로그램’에 발탁되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2년 뒤 메트로폴리탄에서 공연된 레온카발로의 오페라 <팔리아치>에서 실비오 역을 맡으며 급부상했다.

“운이 좋았죠. 프로 성악가로서의 경력은 2000년에 ‘산타페 서머 페스티벌’에서 시작됐는데, 신출내기였던 저는, 주요 배역이 컨디션 안 좋을 때 대역으로 무대에 서는 정도였지요. 하지만 죽을 각오로 열심히 했어요. 그랬더니 운도 따르더군요. 산타페 야외극장에서 풀랑의 오페라 <칼멜 수녀들의 대화>를 공연할 때였는데, 단두대에서 목을 치는 장면 있잖아요? 그 장면에서 막 노래를 부르려는데 하늘에서 갑자기 천둥이 치고 비가 쏟아졌어요. 생각지도 못했던 극적 효과였지요. 그 무대가 굉장히 호평 받았어요.”

기회는 계속 찾아왔다. 산타페에서 받은 호평 덕택에, 영국 BBC에서 제작하는 메노티의 오페라 <아말과 동방박사>에 주역으로 출연할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윤형은 TV로 방영된 이 오페라를 통해 플라시도 도밍고의 눈에 띄었다. 2002년에 ‘젊은 예술가 프로그램’에 발탁된 건 그래서였다. “그때 받은 지원금으로 집을 샀어요. 미국으로 떠나온 지 10여년 만이지요. 딸아이가 6살 되던 해였는데, 비로소 가장 노릇을 한 것 같았죠.”

하지만 아들이 승승장구하던 2005년, 아버지는 식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이어진 투병생활. 그때 윤형이 “미국 아버지”라고 불러온 노(老) 디렉터가 제안했다. “네 아버지도 성악가 아니냐? 만일 네 아버지가 원한다면 두 사람이 마지막 무대를 함께 하는 게 어떻겠느냐?”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무조건 미국으로 오겠다고 했다. 그래서 성사된 무대. 아버지와 아들은 산타페에서 듀오 콘서트를 열었다.

“산타페는 제가 성악가로서 첫걸음을 내디딘 곳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그곳에서 아들과 같이 공연한다는 기쁨에, 아픈 것도 잊고 들뜬 모습이셨지요. 하지만 항암 치료 중인 환자가 제대로 노래를 부른다는 건 이미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아버지가 ‘황혼의 노래’와 ‘청산에 살리라’를 여기저기 틀리면서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무척 울었지요. 저는 아버지 임종도 못했어요. 그때 뉴욕에서 <파우스트>를 하고 있었거든요.”

윤형은 말을 채 마치지 못하고 또 오열했다. 그가 고국에서 선보이는 첫번째 오페라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에 등장하는 알마비바 백작 역할. 그는 “1987년에 아버지가 신영옥 선배와 함께 공연했던 그 역할을 이번엔 내가 맡았다”면서 “기쁘면서도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소프라노 신영옥은 이번 무대에도 수잔나 역으로 등장하고, 피가로 역은 이탈리아 출신의 바리톤 조르지오 카오두로, 백작부인 역에는 미국에서 활약 중인 소프라노 새라 자크비악이 캐스팅됐다. 3월 6·8·10·12·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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