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이제야 관객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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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2.12 09:00:11
  • 조회: 11642
일본의 어느 한적한 지방도시. 유코는 네번째 결혼을 하면서 남편이 살고 있는 마을로 이사온다. 마을 사람들은 상냥하고 예의바른 유코를 좋아한다. 어느날 유코는 마을에 전해내려오는 ‘수수께끼 매미’에 대해 듣는다. 직접 찾아보겠다며 숲을 찾고 자료를 뒤지는 유코. 일상의 권태에 불륜을 꿈꾸거나 실없는 수다로 시간을 보내온 마을 사람들은 정작 수수께끼를 풀겠다고 나선 유코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며 따돌리기 시작한다. 다른 사건들이 얽히며 남편마저 의부증을 의심하는데….



연극 <억울한 여자>의 유코는 어떻게 됐을까. 매미는 찾았을까. 남편과는?

일본 극작가 쓰시다 히데오의 작품인 <억울한 여자>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한쪽 방향으로 몰고가려는 사회의 폭력성을 은연중에 꼬집은 작품이다.

이지하(39·사진)는 유리인형처럼 위태로워 보이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고 세상의 시선 따위는 개의치 않는 유코를 유쾌하게 그려낸다.

주인공과 바짝 밀착된 연기로 재미와 긴 여운을 남긴다. 덕분에 지난해 짧게 공연한 초연임에도 많은 인기를 얻었고 5일부터 다시 공연에 들어갔다.



“자잘한 일상과 연극성이 묘하게 만나는 작품이에요. 유코의 캐릭터 라인이 미세하게 구축돼야 하기 때문에 무대에서 한순간이라도 놓치면 웃기게 되고 말아요. 조용한 작품이지만 배우 입장에선 아슬아슬한 무대죠.”

그동안 평론가 등 연극판에서 존재감을 갖던 이지하는 점차 일반 관객들에게도 다가가고 있다. 관객 입장에선 때늦은 ‘배우의 발견’쯤 된다.

얼마전에는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에도 나왔다. 함께 출연한 조재현·이한위 등에 이끌려 극장을 찾았던 관객들은 ‘어, 저 여배우 눈에 띄네…’ 하며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그동안은 오롯이 작품과 저만을 생각했는데 대중적인 작품(민들레 바람되어)을 하면서 처음으로 관객에게 눈을 돌리게 됐어요. 아! 사람들이 이런 점을 재밌어하는구나, 이런 반응이구나. 작품 할 때마다 제가 좀 심하게 부대끼며 고통스러워하는 편이거든요. 무대서 다행히 빛나는 데가 있다면 아마도 자신감 없는 제 자신에 대한 ‘강한 반작용’ 덕분 아닐까 생각해요.”



부산 동래 토박이로 중·고교시절 부산 가마골소극장의 <시민K> 등의 연극들에 열광했다. 경성대 연극영화과 졸업 후 가마골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가했다가 이윤택이 유난히 눈빛이 초롱한 이지하를 발견하고 “연희단에 들어와 연극하라”는 말에 배우의 길로 접어들었다. 연희단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바보각시>의 1993년 초연 때 ‘각시’로 데뷔했다. 당시 ‘바보’는 오달수였다.



“한 2년간 연희단에서 활동하다 어린 나이 탓인지 많은 것들이 좀 혼란스러웠어요. 일단은 벗어나자는 심정으로 연극을 떠났죠. 4~5년간 이벤트·광고회사에서 막일도 해보고 제과회사에서 경리로도 일했어요. 직장생활 막판에는 밤 11시쯤 텅빈 사무실에서 잔무를 하다 책상 위를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소리치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다시 연극으로 돌아왔죠.”

98년 혜화동 1번지에서 공연한 <종로고양이>로 복귀했다. 근친상간 등 비극적인 가족사를 다룬 2005년 <그린벤치>를 통해 서울연극제에서 신인연기상, <오레스테스>의 엘렉트라 역으로 2007년 동아연극상 여자연기상을 받았다. <시련> <침향> 등에서 호연해왔다.



그의 이름 지하(芝夏)는 ‘여름풀’이란 뜻이다. 언젠가 그는 집 책상머리에 ‘길의 풀은 누가 쳐다보든 보지 않든 자신만의 소명으로 씨앗을 뿌리고 자란다’고 써놓았다. “오지랖이 넓은 인간이 아니어서 다른 영역은 못할 것 같다”는 그는 연극무대에서 그저 여름풀처럼 자신만의 소명을 다하길 바란다. 3월8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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