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한국 순교복자성직수도회‘종신 서원식’ 현장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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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2.10 09: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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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결과 순명·가난을 사랑하겠습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이촌동 새남터성당에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종신(終身)서원식이 열렸다. 새남터성당은 한국 최초의 가톨릭 사제인 김대건 신부를 비롯해 수많은 신자들이 처형당한 한국 천주교의 대표적인 순교성지. 주례를 맡은 황인국 몬시뇰이 종신서원을 청한 4명의 수도자에게 물었다. “앞으로 하느님만을 위해 살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습니까?” “되어 있습니다.” “정결과 순명과 가난의 생활을 사랑하고 실천하기를 원합니까?” “원합니다.”

제대 앞의 한진욱(30·대건안드레아), 이동철(29·베드로), 김동욱(28·다니엘), 류재형(33·야고보) 수도자는 검정 수도복을 머리까지 덮어쓰고 바닥에 엎드렸다.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상이 간절하게 헌신 기도를 올리는 서원자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릎을 꿇은 채 서원문을 낭독하고 서원장에 서명한 다음 마지막으로 수도회의 흰색 도포를 수도복 위에 걸쳐 입었다. 수도회의 대표인 황석모 총원장은 이들이 수도회의 가족이 됐음을 선언했다. 이제 세속의 길을 끊고 하느님과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은’ 수사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동료 수도자들이 줄을 지어 서원자들을 일일이 껴안으며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동안 성당을 가득 채운 1000여명 신자들은 박수와 환호로 새 수사들을 축하했다. 눈물을 훔치는 가족도 있었다. 천주교 수사나 수녀 등 수도자를 지망하는 젊은이들은 수도회에 입회해 각각 1년씩 지원기(수도생활 예절과 전례를 배우는 기간), 청원기(사도직에 관한 기초 지식을 익히는 기간), 수련기(사도직을 체험하는 기간)를 거쳐 4년 동안 해마다 유기(有期) 서원을 한다. 유기서원 후에는 수도자 개인의 모든 재산이 수도회에 귀속된다.

기간을 정해 서원하는 유기서원과 달리 종신서원은 말 그대로 죽을 때까지 수도자로서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겠다고 약속하는 예식이다. 이들도 군 복무 기간을 포함해 10년간의 수련 기간을 거쳤다. 종신서원을 마친 젊은 수도자들은 모두 감격에 겨워 약간 상기된 표정이었다. 한진욱 수사는 “내가 원해서 하느님의 부름에 응답해 종신서원을 했기에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동철 수사는 “소유하고 인정받는 세속의 행복보다 봉사하고 진리를 깨우치고 영혼을 구원받는 길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재형 수사도 “수도자들의 가난한 삶이 힘들어 보일 수도 있지만 소유에 대한 집착 때문에 고통이 시작된다. 하느님과 영원히 하나 되는 삶에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는 1953년 방유룡 안드레아 신부가 설립한 최초의 방인(傍人·국내 설립) 수도회다. 현재 새남터 성당을 관리하고 있으며, 개방형 정신병원인 성안드레아병원과 정신지체장애자 공동체인 ‘나루터’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새 수사들은 모두 사도직을 지망해 가톨릭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올 여름에 부제 서품을, 내년 겨울에 사제 서품을 받고 선교, 교육, 봉사 등 수도회 내 사제 직분을 수행하게 된다.

이들이 종신서원을 한 2월2일은 천주교 ‘주님 봉헌 축일’이다. 성모 마리아와 요셉이 모세의 율법에 따라 성탄 40일 만에 아기 예수의 봉헌 예식을 가진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전국의 많은 수도회들이 이날을 전후해 종신서원식을 한다. 올해는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에 앞서 1월31일 충북 청원군 현도면 보혈선교수녀회가 종신서원식을 가졌으며, 5일 작은예수수도회와 작은예수수녀회(경기 가평), 나자렛예수수녀회 본원(경남 창녕), 8일 까리따스수녀회 본원(광주 본원), 9일 한국순교복자빨마수녀회(경남 양산 무아의 집), 11일 꼰벤뚜알프란치스코수도회(대구 월배성당)에서 각각 종신서원식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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