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수종사, 전철 타고 딱 한나절이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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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2.05 09: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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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한강 바라보며 茶 한잔, 마음 짐도 내려놓고…

전철 타고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수종사에 갔다. 지난해 말 운길산역이 개통돼 수종사도 전철로 다녀올 수 있게 됐다. 수종사의 장점은 ①가깝고 ②입장료가 없는 데다 ③경관이 뛰어다는 점이다. 한나절 코스로 나무랄 데 없는 여행지다.

시청역에서 운길산역까지는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시청역~회기역 17분. 회기역~운길산 35분. 생각보다 짧았다. 덕소를 지나면서 열차 안도 조용해졌다. 한강도 보인다. 마치 어느 시골 기찻길을 달리는 기분이다. 평일이어서인지 한 칸의 승객은 20명이 채 안돼 보였다.

열차여행은 사람 구경도 재미다. 조용해진 전철에 지하철 행상이 들어왔다. ‘중국산’을 강조하며 치약을 팔았는데 지갑을 여는 승객은 하나도 없었다. 종점을 얼마 남겨두지 않아 승객도 적은 열차칸에 왜 행상이 들어왔을까? 직장을 잃고 일부러 사람 수 적은 열차를 골라 ‘행상 연습’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안쓰럽기도 했다.

때마침 전철 안에서 읽고 있던 책은 미셸 투르니에의 <외면일기>. 유머도 풍부한 데다 표현도 창의적인 투르니에가 사진과 문학을 비교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사실 여행도 사진이론과 비슷하다.

사진은 조리개로 심도(深度)를 조절한다. 조리개를 적게 열면 풍경의 배경까지 또렷해지고, 조리개를 많이 열면 배경이 희미해진다. 투르니에는 이걸 프랑스 문학과 비교했다. ‘스탕달은 조리개 3.5, 발자크: 16’이라는 것이다. (조리개는 숫자가 높을수록 적게 열린다) 스탕달의 소설은 등장 인물만 또렷하게 묘사되지만 발자크의 소설은 배경과 환경, 일화 등을 상세히 소개한다는 의미다. 여행을 투르니에의 공식에 넣으면 어떻게 될까? 걷기 여행은 조리개 22, 32 정도 될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은 조리개가 11, 16쯤 될 것이다. 운전대를 놓으면 여유가 생긴다. 따라서 볼 수 있는 것들도 많아진다는 것은 진리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걷기 같은 느린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드라이브 여행은 조리개 3.5다.

수종사 오르는 길은 운치는 별로 없다. 일주문 바로 앞까지 시멘트로 포장됐다. 배낭에 스테인리스 컵 하나 달고, 스틱까지 묶은 등산객들은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등산로 중간쯤에서 하산을 하고 있던 30대 여성을 만났다. 그녀는 자꾸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쳐댔다. 30대 초반. 눈동자는 충열됐고, 어깨는 들썩거렸다. 뭔가 사연이 있을 듯한 그녀는 마음을 다독이려 수종사를 찾았을 게 분명하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절은 도회지에 뿌리를 박고 사는 사람들이 한나절 숨기 좋다. 도심 한가운데 있으면 피안처가 되지 못하고, 절이 너무 멀리 있으면 찾아가기 힘들다. 사실 현대인들은 누구나 한나절 몸을 숨길 수 있는 ‘귀퉁이’가 필요하다. 수종사를 두고 속세를 벗어났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을지 몰라도 잠깐 마음을 부려놓을 수 있는 ‘귀퉁이’라곤 할 수 있겠다. 전철역에서 수종사 일주문까지는 1시간이 채 안 걸렸다. 일주문 옆엔 기와불사 함만 놓여있다.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수종사는 입장료가 없어 좋다.

명산대찰이 들어앉은 국립공원에 갔다가 돈 때문에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을 것이다. 절에 들어가지 않아도 막무가내로 문화재관람료나 입장료를 걷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어깃장을 놓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아니, 요즘 절은 부처를 부처로 보지 않고 문화재로 본단 말인가?” 입장료라면 더 이상하다. 돈 내고 부처님 알현하는 것은 왠지 어색하다. 신도증이 있으면 무료라지만 ‘자기네 식구들’에게만 개방한다면 이타적인 종교가 아니다. 절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가끔은 화가 난다.

수종사에선 차도 공짜다. (옆에 시주함이 있지만) 찻집에선 누구나 차 한 잔 공짜로 마실 수 있다. 게다가 찻집 경치는 우리땅 어느 곳에 내놔도 으뜸이라고 할 만하다. 유리창 너머로 한강 양수리가 환하게 내려다 보인다. 찻집에 앉아 책을 읽으려 했던 마음은 일찌감치 접었다. 찻값을 받았다면 한두 시간쯤 눌러 앉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짜 차를 마시고 붙박이처럼 앉아 책을 읽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염치없다. 자리가 나길 기다리는 여행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수종사에서 내려다 본 한강은 아름답다. 강 너머 산들은 첩첩이 서있다. 이 산 저 산을 휘돌아 흘러온 북한강, 남한강이 수종사 앞 두물머리에 물을 섞고 한강이 된다. 수종사는 국내 최고의 한강전망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절터를 잡은 사람들의 안목은 대단하다. 내친김에 운길산 정상까지 올라갔다. 끊임없는 계단길. 로프를 잡고 올라간 정상(610m)은 수종사보다 경관이 못했다. 나무들이 웃자라 한강의 조망을 가렸다. 정상에서 산길은 예봉산으로 이어진다. 예봉산에서 하산하면 중앙선 팔당 전철역으로 내려올 수 있다.

발길을 돌려 수종사 은행나무 앞으로 내려섰다. 하산은 송촌리 코스로 했다. 송촌리 길을 택한 것은 동치미국수를 맛보기 위해서다. 이 지역에선 꽤 유명한 별미다. 산길은 시멘트 길은 아니었지만 제법 가팔랐다. 흙길은 파일 대로 패어 먼지가 많이 났다. 유쾌한 산길은 아니었지만 하산시까지 등산객 한 명을 만나지 못했다. 호젓하다. 마을을 지나 국도변까지 내려가면 연세중학교 앞에 송촌식당이 있다. 여기가 바로 유명한 동치미국수집이다. 식당 앞에는 ‘죽여주는 동치미국수 원조’라는 메뉴판을 걸어놓았고, 식당 메뉴판에는 ‘죽여주는 동치미국수 체인점 내준 적 없음’이란 안내문이 씌어있다. 동치미국수가 유명해지자 여기저기서 이 집을 흉내냈던 모양이다. 동치미국수는 살얼음이 뜬 붉은 김칫국에 소면을 말아준다. 수종사는 한나절 ‘도망가기 딱 좋은’ 그런 절이다.

길잡이
중앙선(팔당선)을 타야 한다. 용산에서 청량리, 회기를 거쳐 국수역까지 들어가는 전철이다. 청량리역은 지하역이 아니라 지상역에서 타야 한다. 용산역에서 종점 국수역까지는 22개 정거장이다. 덕소까지는 전철이 자주 있지만 덕소 이후 국수역까지 가는 기차는 1시간에 2대 정도 된다. 수종사는 운길산역에서 내린다. 전철역 앞에는 이정표가 없어서 헷갈리기 쉽다. 1번 출구, 2번 출구 모두 운길산으로 오를 수 있다. 수종사를 들르자면 2번 출구로 나와 한강 쪽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뒤돌아가면 수종사 가는 길이 나온다. 수종사 가는 등산객이 많다. 마을 곳곳에 이정표를 세워놓았다. 전철역 1층에 여행안내소가 있다. 안내를 받으면 편하다. 수종사 입구까지는 도보로 10분 정도. 여기서 수종사까지도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2㎞ 정도 된다.
송촌리 하산길은 수종사 은행나무 옆으로 나있다. 연세중학교 앞 송촌식당(031-576-4070)의 동치미국수는 5000원이다. 송촌식당 앞에서 전철역까지는 걸어서 25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갓길이 좁으니 조심해야 한다. 마을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꼴로 다니니 식당 주인에게 물어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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