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선택받기 위한 무대’ 불꽃튀는 ‘쇼케이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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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1.30 09: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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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대본·음악 심사통과 후 40분 공연
ㆍ공연 끝나면 심사위원들 질문공세

하나의 창작품이 관객과 만나는 길은 얼마나 멀고도 험난할까.
지난 20일 대학로 아르코시티 소극장. 창작 뮤지컬, 연극 등의 발굴과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창작팩토리’ 제도의 하나로 뮤지컬 쇼케이스(시범공연)가 펼쳐졌다. 이날은 18개 공모작 가운데 대본·음악심사를 통과한 6개 작품이 40분짜리 짧은 무대공연으로 경쟁에 나섰다. 심사는 공연전문가 7명과 이번 행사를 주관한 전국문예회관연합회 관계자 10명이 맡았다. 제작 지원을 위한 쇼케이스는 이외에 서울문화재단·대구뮤지컬페스티벌 등이 진행할 정도로 흔치 않다.

<솔거의 꿈>처럼 창작자 한 명이 대본·작사·작곡·음악감독·연출을 도맡은 작품부터 <영웅을 기다리며> <낭만에 대하여> <기발한 자살여행> <오월엔 결혼할 거야> 등이 올랐다. 이번 쇼케이스 준비에 500만원이 지원된 작품들이다. 쇼케이스 공모에 떨어진 12개 작품 입장에서는 부럽기만 한 무대다.

박윤영의 작품 <솔거의 꿈>은 최소한의 인력으로 꾸려졌다. 배우는 성기윤을 포함한 3명, 라이브 악기연주자 3명이 무대에 올랐다. 김동인의 소설 <광화사>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흉칙한 얼굴의 화공 솔거가 미인도를 완성하기 위해 눈먼 소녀의 마음을 사지만 결국 파멸로 이끈다는 내용. 뮤지컬에 자주 등장하지 않는 국악이 중심이 돼 현대음악과 조화를 이뤘다. 창작자 박윤영은 “이번 쇼케이스는 솔거가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린 화룡점정과 같다”며 간절한 심정을 나타냈다. 솔거 역을 맡은 성기윤은 “심사위원이 점수를 매기다 보니 상업공연 때보다 훨씬 긴장되고 떨린다. 순수 창작자들에게 길을 열어줘 작품이 빛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반공연 때와 달리 객석의 호응은 썰렁했다.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박수나 웃음을 자제했기 때문이다. 작품별 쇼케이스가 끝날 때마다 심사위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작품에 너무 긴장요소만 있는 것 아니냐” “흥행을 고려해 코미디로 만들었나” “음악과 시대배경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등등.

무대 위의 제작진은 신입사원 면접을 치르듯 긴장된 표정으로 답변에 나섰다. “한정된 시간에 보여주는 게 힘들었다. 사실 못 보여준 대목에 다양한 요소가 담겨 있다”는 군색한 답변에는 곧장 “안 본 부분에 다 들어있다고 하면 되느냐” 등의 반응도 나왔다.

<기발한 자살여행>으로 참가한 송한샘 프로듀서는 “창작 초연이 수익을 남기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조금이라도 안정적인 환경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쇼케이스에서 선정되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순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코믹하게 그린 <영웅을 기다리며>는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기획 의도에 대해 이현규 연출가는 “지난 촛불시위 때 웃고 즐기는 가운데 자기주장을 펼치는 신세대를 보면서 무대 공연의 소통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재미있게 담는다고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4개 작품이 끝날 무렵 심사에 참가한 김철리 서울국제공연제 예술감독은 “판에 박힌 내용이나 음악이 아닌 개성이 중요하다. 뮤지컬은 대중적인 장르로 숨겨진 메시지야 있겠지만 우선은 재미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한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고 귀띔했다.

이날 6개 작품의 쇼케이스가 끝난 늦은 밤 최종 선정작이 확정됐다. 지원금 1억원을 받는 최우수작은 <영웅을 기다리며>, 각각 지원금 5000만원을 받는 우수작은 <오월엔 결혼할 거야> 등이 선정됐다. 그러나 세 작품 모두 제작사가 공연을 계획하고 있어 쇼케이스 본래 취지에 부합하느냐는 지적도 일부 나왔다. 유희성 서울시뮤지컬단장은 “앞으로는 창작자를 발굴해 제작자와 연결하고, 작품이 발전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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