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배우는 벼랑끝에 선 사람… 그 운명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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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1.29 09: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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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너무 놀라지 마라’ 장영남

시동생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고 남편 있는 여자가 노래방 손님과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화장실에서 목을 매고 자살한 시아버지의 장례는 치를 생각도 않고 그대로 둔 채 천연덕스럽게 인사하며 늦은밤 노래방으로 출근하는 며느리가 있다면….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치고 있지만 이만한 ‘막장 연극’도 없다. 그러나 ‘막장’이 좀 다르다. 단순히 재미있다거나 자극적이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막장 연극 <너무 놀라지 마라>는 웃고 난 뒤 씁쓸한 뒷맛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놓아주지 않는다.

작품 속 가족의 극한 모습과 상황이 얼핏얼핏 수많은 현실과 겹쳐진다. 특히 배우 장영남(36)이 연기하는 며느리의 자살 전 몸부림 장면은 소름이 끼칠 정도다. 생계를 책임지고 가족의 모습으로 살고자 발버둥치던 그 고통과 답답함이 고스란히 전해져오기 때문이다.

“내용만 보면 정말 막장이죠. 그런데 지금 우리들이 이렇게 살고 있지 않나 싶어요. 겉으로는 아무 문제없이 평화롭지만 속에서는 한 번 터지면 겉잡을 수 없는 폭탄 같은 것들을 안고 살잖아요. 너무 바쁘게 정신없이 살고 있어 모를 뿐이지. 저는 소통의 부재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 때문인지 관객들은 “웃어도 웃는 게 아니었다”며 극장 문을 나선다. 그의 어머니는 “너 괴팍하게 나오더라! 근데 재밌네”라고 한마디 하셨다. 그는 “연기할 때는 모르는데 끝나고 나면 진이 쏙 빠진다”고 했다.
올해 첫 작품으로 센 것과 만난 셈이다. 하지만 스스로 극한 캐릭터를, 번역극보다는 창작극을 더 좋아한다. 웬만하면 한 번 했던 작품은 하지 않는다. 계속 새로운 것과 맞닥뜨리며 자신을 괴롭히는 스타일이다.

“겉으로 표현은 잘 안 하지만 스스로를 들들 볶는 편이에요. 뭐를 해도 못미더워하고. 새 작품을 맡을 때마다 혼자서 사막을 걸어가는 심정이라고 할까요. 내가 나를 인정하면 그 순간 끝장이라는 생각 때문인가봐요.”

언제부턴가 그의 이름 앞에는 ‘연극계 간판급’ ‘티켓파워를 지닌’ ‘뛰어난 연기력의’ 여배우 등이 따라붙었다. 이렇게 불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고 불편해 못 견딜 지경이었다. 이런 말들에서 스스로 벗어난 지가 불과 2~3년 전이다.

“사람인데 매번 어떻게 잘하나. 그러나 한 가지 무대 위에서 진실되게 하자고 마음먹은 뒤부터 좀 편해졌어요. 서른 살 초반까지는 제 연기에 대해 무척 답답하기만 했거든요. 과도기였나봐요.”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한 그는 20대 때는 전쟁을 치르듯 살았다. 무대에서는 배우가 되기 위해 싸웠고, 딸의 배우 길을 반대하는 집과도 싸워야 했다. 오기가 나서 악바리처럼 매달린 시간이 지금의 장영남을 만든 것이다.

최근 1~2년 사이 연극 <멜로드라마> <서툰 사람들> <포트>, TV드라마 <달콤한 인생> <사랑해 울지마> 등에 출연했다. 영화는 특히 <박수칠 때 떠나라> <아는 여자> 등 장진 감독과 많이 작업해왔다. 올해는 연극 <갈매기>를 비롯해 영화 <7급 공무원> 등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연극과 영화, TV드라마를 골고루 넘나들고 있다.

“처음부터 잘하는 게 아니라 연습하며 찾아가는 스타일이라 연습을 좋아해요. 배우에게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극과 영화가 맞아요. 희열을 따지자면 연극을 따라갈 게 없죠. 배우는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이죠. 이 운명이 좋아요.” <너무 놀라지 마라>는 2월1일까지 산울림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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