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단원에 잘 보이려 대화 나누는 건 시간 낭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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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1.28 09: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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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내한 연주회 앞둔 마렉 야노프스키 인터뷰
마렉 야노프스키(70)는 어떤 지휘자인가. 폴란드 태생인 그는 독일음악의 정통성을 꿋꿋하게 고수하는 보수적 성향의 지휘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단원들과의 화합을 중시하는 민주주의형 지휘자들이 대세를 이룬 오늘날에도, 여전히 카리스마를 휘두르는 지휘자로 알려져 있다. 마렉 야노프스키가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을 이끌고 6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 이번에도 역시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등 독일 교향악의 정수를 선보인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신예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협연도 할 예정이다. 내한을 앞둔 야노프스키를 전화로 미리 만났다.

그는 “나는 (폴란드에서 태어났지만) 철두철미한 독일인”이라고 강조했고 “(지휘자가) 단원들에게 잘 보이려고 대화를 많이 나누는 건 쓸데없는 시간낭비”라고 말했다. 연주회는 31일 예술의전당, 2월1일 고양 아람누리로 이어진다.

-6년 만의 내한이다. 한국에 대한 인상은.
“청중의 열광이 신선했다. 특별한 반응이었다. 6년이 지나도 기억이 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가 선보인 베토벤 연주의 가치를 분별해가면서 반응하던 젊은 관객들이었다.”

-그동안 한국인 연주자와 협연한 적이 있는가.
“오래 전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연주했다. 김선욱은 처음 만난다. 오페라에서 만난 한국인 성악가들이 여럿 있는데 미안하게도 이름을 기억하기가 어렵다.”

-이번에 연주할 베토벤의 5번과 슈베르트 8번, 브람스 1번에 대한 당신의 해석 포인트는.
“브람스 1번을 예로 들겠다. 브람스 교향곡에 흐르는 정수는 ‘드라마’와 ‘열정’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되도록 깨끗하고(clear) 가볍게(light) 전달하려 한다. 간혹 다른 지휘자들이 브람스의 열정을 표현하면서 위험해지는 경우를 본다. 브람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노래’이며, 너무 무겁게 노래하는 걸 지양해야 한다. 명료한(clarity) 해석, 윤곽(outline)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 이것이 슈베르트와 베토벤에서도 중요하다.”

-당신은 현재 베를린 방송교향악단과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있다. 두 악단을 비교한다면.
“2002년 부임했을 때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은 전형적으로 무거운 사운드를 내고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내가 의도하는 소리에 동화되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걸 느낀다. 요즘도 나와 함께 하지 않을 때는(객원이 지휘할 때) 과거의 색채가 나온다. 지휘자에 맞게 소리를 바꿔주되 독일적 전형을 지키려는 것이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의 캐릭터다.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는 전형적인 프랑스 스타일의 악단이다. (과거의 거장) 앙세르메의 자취가 많이 사라졌지만 (그가 구축해놓은 특색은) 여전하다.”

-당신은 폴란드 태생인데 정통 독일 사운드를 고수해왔다.
“아버지가 폴란드, 어머니는 독일인이었다. 나는 어릴 때 독일로 이사해 태생적으로나 유전적으로 독일인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음악을 배우고 성장한 배경이 모두 독일이다. 스승(볼프강 자발리시)도 그렇다.”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외의 다른 오케스트라에서도 독일 전통을 고수하는가. 당신은 지휘자 정명훈 이전에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에서 16년간이나 음악감독을 지냈는데.
“어떤 오케스트라든 가장 먼저 파악하는 것은 그 악단 고유의 소리와 특질이다. 어떤 캐릭터인지를 먼저 살피고, 그 다음에 내 뜻을 전달하고 설득한다. 얼마나 교묘하게 악단의 소리를 수정(modify)하느냐에 지휘자의 역량이 달려 있다.”

-최근 음악계에는 당신과 같이 오페라극장의 도제 시스템 속에서 성장한 카리스마형 대신, 단원과의 토론과 화합을 중시하는 지휘자들이 많다. 대표적 예가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 필하모닉인데, 이런 경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도 단원들과 음악적으로 논의한다. 그러나 대화해야 할 사안이 있고 해봐야 시간 낭비인 사안이 있다. 요즘 토론을 중시하는 지휘자들이 많이 늘었지만, 그 이전에 단원들을 음악적으로 압도하는 해석력을 갖춰야 한다. 래틀의 토론 방식이 베를린의 여러 악단에 퍼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좋은 음악을 위한 토론이 아닌) 단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토론은 시간 낭비다.”

-한국에서 특별히 하고 싶은 것은.
“한국 음식을 어서 먹고 싶다. 베토벤의 ‘운명’과 슈베르트의 ‘미완성’을 함께 즐겨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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