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超신세대’ 10대들의 유쾌한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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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1.15 08:5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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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김진경 청소년 소설 ‘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

지난해 여름 서울 광화문 거리와 인터넷 공간에선 ‘촛불 소녀’로 대변되는 10대들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놀이하듯 집회에 참여하면서도 인터넷 공간을 통해 토론하고 뜻을 나누는 모습은 누구보다 진지했다. 당시 10대들이 촛불 속에 뿜어낸 열기는 시인이자 소설가, 아동문학가인 김진경씨(56)의 창작욕을 자극했다. 김씨는 이번에 발표한 청소년 소설 <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문학동네)를 통해 촛불집회에서 발견한 10대들의 새로운 모습과 가능성을 담았다.

“촛불집회 후 우리 사회가 변했습니다. 기성 세대와는 다른 에너지, 희망을 가진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됐고, 그것에 대해 작가가 얘기가 필요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소설이다. 소설 속 나라는 낮과 밤이 뒤바뀐 나라.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 아래 세계 경제 중심지가 있는 지구 반대편의 시간에 맞춰 표준 시간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해가 지면 학교로 등교하고, 해가 뜰 무렵 보충수업을 마치고 학원에 간다. 그뿐인가. ‘공부 잘하는 기계’로 불리는 시계모자 착용이 국가 정책으로 추진되면서 아이들은 모두 시계모자를 쓰고, 그것을 거부한 아이들은 특수반에 편성된다. 시계모자는 아이들에게 환각과 정신분열을 일으키는 부작용을 낳고, 그런 아이들은 강화학교라는 정신병원에 격리 수용된다. 지하철 민영화로 노선이 폐간된 구간에는 노숙자들이 모여 지하도시를 이룬다.

김씨는 “촛불집회 국면에서 충돌하는 문제의 본질을 포착해 근미래 SF 형태로 알레고리화했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문제의 본질은 ‘서구 선진국 따라잡기’라는 획일적 패러다임이다. “우리 사회는 서구식 근대화 과정에서 하나의 공간·시간을 강요해왔습니다. 그러나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획일적 가치가 현실과 충돌하고 있죠. 그런 부딪힘을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SF 소설로 써봤습니다.”

소설에서 10대들은 ‘초신세대’로 명명된다. 특수반 아이들은 ‘시계모자를 거부하는 아이들의 모임’ 카페를 만들고, 강화학교에서 지하도시로 탈출한 아이들은 ‘지하도시 통신’을 만들어 여론을 형성한다. 어른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 시계탑을 부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행동에 옮긴다. 10대들만이 생각할 수 있는 발랄한 소통 방식도 있다. 행운의 편지를 통해 암호로 메시지를 숨겨놓고, 아이들은 놀이하듯 메시지를 읽어낸다.

소설에는 전교조 초대 정책실장이자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으로 일하며 교육문제에 천착해 온 작가의 고민이 녹아들었다. SF 소설의 외피를 띠고 있지만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작가는 입시위주 교육이 점점 강화되는 현실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벼려낸다. 그는 획일적 가치관을 강요하는 ‘외눈박이 신’이 아닌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는 ‘천개의 겹눈을 가진 신’의 세계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소설의 주인공 기우는 말한다. “만약에 신이 있다면, 무한한 숫자의 겹눈을 가진 신일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인간은 물론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바라보는 각각의 시간과 공간, 가치가 그 겹눈 하나하나를 이루고 있겠지요. 그 천개의 겹눈이 겹쳐져 맺는 상 안에 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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