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대중과 호흡 욕망 … 더 깊고 넓어진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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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1.14 09: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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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은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도약의 원년이 될 것인가.
올해 처음 선보이는 한국 영화는 15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워낭소리>다. 1월 개봉하는 한국 영화는 <워낭소리>와 정준호 주연의 설날 코미디 <유감스러운 도시>뿐이다. 이는 2006년을 정점으로 쇠퇴 중인 한국의 상업영화와 반대로 약진 중인 독립 다큐멘터리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할아버지와 소의 실존주의적 고통=<워낭소리>에 대해 ‘늙은 소와 농부 할아버지의 인연’이라는 소재가 주는 따스함을 기대한다면 당황할 공산이 크다. 영화의 시선은 담담하다 못해 차가워서 때론 소름끼칠 정도다.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최원균 할아버지(80)와 이삼순 할머니(77), 그리고 그들과 함께 평생 밭을 갈아온 소뿐이다. 그렇게 오랜 세월 함께 일했으면 이름을 붙여줄 법도 한데, 할아버지는 그저 ‘소’라고만 부른다. 소의 평균수명은 15년이지만, 이 소는 40년을 살았다. 할아버지는 허리를 펴는 것조차 힘들어 하면서도 새벽이면 습관처럼 소를 몰고 밭에 나간다. 수의사는 소가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의사는 할아버지가 계속 일을 한다면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살아있는 화석’ 같아 보이는 소는 가는 듯 마는 듯 느릿하게 움직이고, 할아버지는 죽을 힘을 다해 소를 부린다. 그렇게 무리한 날이면 몸져눕기 일쑤면서도 할아버지는 고통스러운 노동을 멈추지 않는다.

결국 할아버지와 소의 고된 노동은 둘 가운데 하나가 세상을 떠야 끝날 성싶다. 밭을 매기보다 소먹일 꼴을 베는데 더 열을 내는 할아버지지만, 소가 제멋대로 움직이면 욕을 하며 매질을 하곤 한다. 할아버지와 소가 맺은 기묘한 애증관계 사이에는 평생의 반려였던 할머니가 들어설 자리조차 없다. 왜 할아버지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숨이 끊어지기 전까지 코뚜레를 맨 소는 무슨 운명을 타고났을까. 무의미하고 희망없는 이들의 노동은 바위를 산정으로 영원히 굴려 올리는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실존주의의 풍취를 낸다.

‘워낭’이란 말은 소의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을 일컫는다. 1990년대부터 방송용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오던 이충렬 감독은 삶이 고될 때마다 고향(전북 영암)의 아버지와 일소를 떠올렸다. 전국 축협에 문의해 적당한 인물을 물색한 끝에 최원균 할아버지와 그의 소를 발견했다. 지난해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여 피프메세나상(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았고, 15일 개막하는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부문에 한국 최초로 진출했다.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약진=독립영화 제작·배급사 인디스토리와 새로 생긴 다큐 배급사 시네마 달은 올 상반기에만 6편의 다큐멘터리를 공동으로 마케팅·개봉하기로 했다. 다큐멘터리 개봉 편수가 2007년 3편, 2008년 8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움직임이다. 2007년 <우리 학교>의 성공이 독립 다큐멘터리 약진의 한 계기였다. <우리 학교>는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 상영’을 포함해 총 12만명 이상의 유료 관객을 동원했다. 독립영화계에서 성공의 기준점은 1만명이다. <워낭소리>와 <우리 학교>의 고영재 프로듀서는 “다큐 감독들도 대중과 호흡하고픈 욕망을 갖고 있었지만 엄두를 못냈다”며 “<우리 학교>의 성공 이후 콘텐츠를 만드는 데 머물러 있던 감독의 의식이 관객과의 만남에까지 확장됐다”고 말했다.

2007년 11월 문을 연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도 다큐멘터리 진영에는 천군만마였다. 만들어 놓고도 개봉할 곳이 없었던 작품들이 인디스페이스에서 안정적으로 상영됐다. 다큐멘터리의 소재, 표현방식도 다양화되고 있다. 과거 독립 다큐멘터리는 노동, 시사문제 중심이었으며, 형식도 내레이션 일색이었다. 그러나 <워낭소리>에는 내레이션이 일절 배제돼 있다. <필승 ver 2.0 연영석>은 음악 다큐멘터리를 표방했다.

소재는 환경(<어느날 그 길에서>), 여성(<쇼킹 패밀리>), 한센병(<동백꽃>), 트랜스젠더(<3xFTM>), 스턴트맨(<우린 액션배우다>) 등으로 뻗어나갔다. 고 프로듀서는 “과거에는 모르는 주제를 찾아가 다루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엔 감독 개인의 철학, 가치관에 따라 꾸준히 촬영을 해 깊이 있는 작품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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