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뮤지컬계 ‘신데렐라’ 임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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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1.14 09: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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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내가 접수한다” 3년 전 뮤지컬 <드라큘라> 리허설 무대. 앙상블이었지만 운좋게 4마디 짧은 노래를 맡았다. 작품의 하이라이트로 여주인공이 바로 이어받아 다음 노래를 부르게 돼있었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 힘주고 시작한 ‘내 목숨 빼앗고 하늘의 뜻을 말해~’. 그런데 고음에서 정말 웃긴 ‘삑사리’가 났다. 다들 웃음을 참느라 어깨를 들썩였고 연출가와 음악감독의 눈앞에서 그만 따라 웃고 말았다. 그리곤 차마 뒷감당할 자신이 없어 연습실 라커에 숨었다는 임혜영(27). 허리가 뻣뻣해 올 때쯤 어느 선배가 용케 찾아내 겨우 나왔다고 한다.

2006년 ‘생짜’ 신인으로 뮤지컬에 발을 들여놨을 당시 얘기다. 임혜영은 그 때 일을 전하며 얼굴이 상기됐다. 데뷔작인 <드라큘라> 이후 <사랑은 비를 타고>의 유미리, <그리스>의 샌디 등을 거쳐 지난해는 TV 오디션 중계를 통해 1128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 <마이페어레이디>의 엘리자 두리틀까지 줄줄이 주연을 따냈다. 어느새 ‘신데렐라’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금은 LG아트센터에서 공연중인 <지킬앤하이드>에서 지킬 박사의 약혼녀 엠마로 등장한다.

임혜영은 성악 전공으로 다져진 기본기와 빠지지 않는 외모, 신인답지 않은 무대에서의 대담함 등으로 단박에 기대주로 떠올랐다. 여배우가 귀한 뮤지컬계에서 반가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여성 관객이 좌지우지하는 특성상 여배우들은 마땅한 작품이 많지 않고 뜰 기회도 적은 편이다. 그는 정상에 올라있는 김소현과 <마이페어레이디> <지킬앤하이드> 등에서 더블캐스트로 어느새 라이벌 구도다.

“(김)소현 언니와 ‘닮았다’,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얘기는 듣지만 라이벌이라니요. 아직도 유명 뮤지컬 배우를 만나면 손이 떨리는데요. 큰 작품 하고나면 사람이 바뀐다고들 하는데 저는 처음의 순수함은 그대로 간직하고 열정만 키워가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마음이 울적할 때는 한강에 간다. 숙명여대 성악과에 진학할 때까지 고향인 강릉에서 살았던 ‘강릉 아가씨’. 바다가 그리울 때 대신 강을 찾는 것이다.

“강릉하면 경포대가 유명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안목(해변)을 더 좋아해요. 주변이 번잡하지 않고 오로지 바다와 나만 있을 수 있으니까요. 어릴 때 가슴이 답답할 때면 자주 찾았죠. 부모님이 사업하시느라 바빠 혼자 있을 때가 많았어요.”
그는 예고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외동딸을 외지에 보낼 수 없다는 부모의 반대로 강릉 강일고에 진학했다. 막연하게 뮤지컬 배우를 꿈꾼 사춘기 때 지역 여건상 무대구경을 할 수가 없었다. 대학생이 돼서 비로소 첫 뮤지컬 <비밀의 정원>을 보고 가슴이 벅차 올라 눈물을 흘렸다.

“남들은 비교적 평탄하게 배우가 된 것 아니냐고 하지만 왜 어려움이 없었겠어요. 오디션에도 많이 떨어졌죠. 3년전 <그리스> 오디션에서 떨어져 펑펑 우는데 한 선배가 그러시더군요. ‘혜영아, 그렇게 100번 울고나면 너가 해보고 싶은 작품들을 할 수 있을 거다’. TV오디션 때는 1주일에 한 명씩 탈락하는데 끝까지 살아남는 일이 정말 잔인할 정도였어요.”
한 작품을 맡을 때마다 자기만의 의식도 치른다. 작품이 올라가는 공연장을 혼자 찾아가 천천히 객석을 걸어다녀본다. 불켜진 무대, 객석의 눈빛을 상상하며 자기최면을 걸듯 다짐하는 것이다. ‘꿈의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자.’

“지금까지는 예쁜 역할을 많이 해온 것 같아요. 사람 냄새 나는 수수한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맡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저의 과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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