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고즈넉한 산길, 바다 그리고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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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9.01.13 09:02:17
  • 조회: 11331
서산 숨은 비경혹시 충남 서산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천수만과 간월암, 해미읍성만 찾지 말고 눈여겨봐야 할 곳들이 있다. 황금산, 부석사, 영성각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이름조차 생소하다고 고개를 갸웃할지 모르겠다. 여행안내서에선 찾기 힘든 곳이다.

대산 벌천포 황금산은 산악인들도 잘 모른다. 아니, 산악인들이 눈여겨볼 만한 산은 아니다. 해발 130m. 언덕을 겨우 면한 수준이다. 정상에 올라서도 빽빽한 숲 때문에 서해가 한눈에 탁 트이지 않는다. 그럼 황금산의 매력은 대체 뭘까? 황금산은 산이 좋은 곳이 아니라 산 너머에 있는 해안이 아름답다.

산 너머 해안이 더 아름다운 황금산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보면 갈림길은 있는데 정상이 어디인지, 이정표조차 없다. 정상에는 임경업 장군을 신으로 모신 사당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정상으로 올라서지 말고 산 건너편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으면 된다. 내려가는 길은 역시 두 갈래인데 두 곳 모두 아름다운 해변을 끼고 있다. 하나는 코끼리처럼 생긴 기암이 있고, 다른 곳엔 해식동굴이 있다. 안내문도 이정표도 없기에 편의상 코끼리 해안, 동굴해안이라고 부르자.

산 하나를 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고생깨나 하겠다고 겁먹을지 모르지만 30분이면 충분하다. 먼저 동굴해안이다. 흔적도 희미해져가는 길을 따라가다보면 갑자기 바다가 보인다. 해변은 아늑하다. 모래밭이 아니라 몽돌밭이다. 거제도 몽돌만한 돌멩이부터 보길도 공룡알만한 돌까지 층층이 쌓여있다. 수석 애호가들이 탐낼 만한 아름다운 돌도 많다. 산 너머에 이런 해변이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아늑하다. 일요일 오후 2시쯤 도착해서 30분 정도 머물렀지만 딱 한 사람을 만났다.

“여기 낚시하러 사람들이 조금 오는 모양이에요. 산 너머에 이런 곳이 있을까 누가 알겠습니까.”
만약 산 앞에 이런 바다가 있었다면 명소가 됐을 게 분명하다. 해식동굴은 오른쪽의 바위틈에 있다. 그럼 코끼리 해안은 어떨까. 해금강에서나 볼 수 있는 코끼리 바위(왼쪽 사진)가 있다. 다만 해변에 깔린 자갈은 동굴해안과 달리 거칠고 동글동글하지 않다. 두 곳 모두 연인과 한나절 숨어있다 가기 좋은 곳이다. 다만, 지정 관광지가 아니라 해안으로 밀려온 쓰레기들이 한 귀퉁이에 쌓여있다.

부석사(가운데) 하면 영주 부석사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서산에도 같은 이름의 부석사가 있다. 희한하게도 창건설화는 똑같다. 의상대사를 연모한 선묘낭자가 몸을 던져 용이 됐고, 뱃길을 지켰다는 이야기가 그대로 전해져온다. 조선 태조를 도왔던 무학대사가 중창했고 경허, 만공스님 같은 큰스님들이 주석했다니 허투루 볼 절은 아니다. ‘심검당(尋劒堂)’ 현판은 경허스님의 글이고, 부석사 큰방에 걸려있는 ‘부석사(浮石寺)’ 현판은 만공스님이 썼다고 한다.

유래 깊은 절은 전망이 좋다. 먼 옛날 절터를 잡았던 사람들은 뛰어난 풍수가이고, 뛰어난 건축가였다. 절보다 절터를 더 중요시했는지 모른다.
영주 부석사에선 산줄기들이 내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산 부석사에선 아득한 서산 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보인다. 드넓은 들판 너머로 아득하게 내려다보이는 바다는 압권이다.

아득한 서산 앞바다가 한눈에 부석사
서산 부석사는 ‘열린 절집’ 같다. 마당에 투호를 놓아뒀는데 관람객들이 와서 투호놀이를 하고 있었다. 전망 좋은 곳에는 벤치를 설치했다. 한겨울이라 춥긴하지만 바다를 바라보기엔 딱 좋다. (경내에 있는 찻집에서도 바다가 잘 보인다.) 템플스테이도 많이 한다. 대학생쯤으로 돼보이는 봉사자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충효교실’ 플래카드도 붙어있다. 절은 그리 크지 않다. 여행자를 주눅들게 하는 위압적인 건축물이 없어 더 좋다.

영성각은 해미읍성 앞에 있는 중국집이다. 서산까지 가서 중국요리를 먹으라고? 의아해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물론 서산에는 별미가 많다. 굴밥, 어리굴젓, 꽃게탕, 밀국낙지, 생선회…. 그럼 영성각을 찾게 된 이유는? 해미읍성엔 관광객이 두어명밖에 보이지 않아도 영성각 안은 늘 북적북적하다는 귀띔 때문이었다. (실제로 인터넷에 영성각을 치면 많은 글이 올라와 있다.) 읍내의 조그마한 식당 홀에만 종업원이 네댓명. 집주인은 화교라고 했고, 34년 됐단다. 간판도 우리말은 없고 ‘永盛閣’이라고 돼있다.

매콤한 짬뽕·쫄깃한 탕수육 일품 영성각
기자가 식당에 들어간 때는 오후 5시20분. 식사를 하기엔 이른 시간이었지만 좌석의 3분의 2는 이미 찼다. 손님들도 꾸준히 밀려들어왔다. 뭐가 맛있느냐고 인근 주민에게 슬쩍 물어 얻은 정보에 따르면 별미는 짬뽕(오른쪽)과 탕수육이다. 탕수육은 유난히 바삭바삭했고 고소했다. 시골구석의 중국집답지 않게 피망, 양파 등을 넣어 만든 탕수육은 ‘컬러풀’했다. 짬뽕은 매콤했는데 국물맛이 깊었다. 서울 특급호텔이나 이름난 중국집보다 나으면 낫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맛의 비결이 뭘까 물어보려다 그만 뒀다. 전국 어느 골짜기를 가도 자장면집이 있다. 그러나 맛은 대동소이하다. 요리사의 노하우를 수없이 들었지만 대부분 비슷하다. 손맛이라든지, 정성이라든지, 그것도 아니면 며느리도 안가르쳐 준다든지…. 노하우를 전해 들었다고 해도 집에서 만들어보면 똑같은 맛을 낼 수 없다. 요리책을 옆에 두고 레시피대로 만든 음식이 깊은 맛이 안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말 몇마디로 노하우를 결코 알 수 없다. 요리는 눈이나 지식으로 하는 게 아니라 경험으로 한다. 한마디 듣고 고개를 끄덕거릴 정도였다면 이미 인근의 중국집에서 비결을 캐냈을 것이다. 하여튼 서산 해미의 이 중국집은 여행의 재미를 더해주는 곳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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