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이 불황에 음반사 차린다고 미친놈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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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2.26 09: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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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인디레이블 ‘해적’ 만든 송용진

삐딱해 보이는 송용진(32)은 알고 보니 속이 꽉 찬 남자였다. 지난 4년간 ‘해적’이 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목돈을 들여 곳간 같은 녹음실을 마련해뒀고, 뮤지컬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생긴 돈으로 곡식을 쟁여놓듯 악기와 장비를 사들였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인디레이블 해적이다.
로커로 출발해 뮤지컬 배우로 더 유명해진 후 다시 로커로 못다한 꿈에 도전한 것이다. 이달 초까지 뮤지컬 <록키호러쇼>에 출연한 그는 현재 <헤드윅> 공연에도 한창이다. 록뮤지컬 배우로 정평이 나 있어 골수팬들이 많지만 <그리스> <렌트> <알타보이즈> <형제는 용감했다> 등 다양한 작품에 나왔다.

“지인 100명 중 99명이 말렸어요. 요즘 같은 때 음반사를 차리고 앨범을 낸다니까, ‘미친 놈’ 소리가 나올 만도 하죠. 하지만 ‘악재가 호재’라는 말도 있잖아요. 제가 좀 잡초 기질이 있어서 누가 말리거나 상황이 안 좋으면 더 오기가 발동하더라고요.”
인디레이블을 만들어 록음반을 내는 것은 기타를 만지기 시작한 중학생부터의 꿈이었다. 그러나 해적을 차려 혼자서 북 치고 장구까지 치려니 버겁긴하다.

해적 첫 앨범은 자신의 미니 앨범 ‘유라 1st’. 싱어송라이터로 작사·작곡과 편곡·기타연주·프로듀싱까지 했다. 또 CD자켓부터 보도 자료, 세금 문제까지 신경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정신이 없다. 멀쩡히 회사 잘 다니던 두 살 밑의 동생 용준씨도 형을 돕기 위해 해적선을 타게 됐다. 인터뷰에 동석한 동생은 “형으로서는 괜찮은 편인데 상사로서는 너무 깐깐하고 꼼꼼해 힘들다”고 귀띔했다.

“일부러 제 음반을 먼저 냈어요. 초기인 만큼 시행착오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거든요. 다른 사람의 것보다는 제 음반으로 겪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요. 점차 틀이 잡히고 있어요. 지금은 뮤지컬 배우 이영미씨의 음반을 녹음하고 있습니다.”
내년 1월에는 이영미의 음반으로 해적 두번째 작품이 나온다. 이영미는 95년 대학가요제 금상 수상자로 배우보다 가수로 먼저 데뷔했다.

군대 간 조승우가 선물로 남긴 이영미와의 듀엣곡이 담길 예정이다. 3월엔 소속 밴드 ‘딕펑스’, 5월엔 송용진의 정규 앨범을 선보인다. 요즘은 공연과 음반작업을 병행하느라 새벽 6시까지 녹음실에서 일하며 고3 수험생처럼 살고 있다.
“공연을 하려면 체력이 중요하잖아요. 시간이 없어도 1주일에 두 번은 조기축구회에 나가 뛰어요. 녹음실이 있는 홍대에서 <헤드윅> 공연장이 있는 삼성동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하고요. 다행히 술과 담배를 하지 않아 잘 버티는 것 같아요. 제가 20대 때 제일 잘한 일은 담배를 끊은거죠.”

20대 때는 부침이 있었다. 이과로 대학 진학 후 방황하다가 2년 만에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 진학했다. 이때부터 록밴드 <시골버스> <쿠바> 등에서 활약했다. 보컬로 공연하는 송용진의 모습에 반한 뮤지컬 연출진이 <락햄릿>의 오디션을 권하면서 99년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다. 한신대 철학과도 졸업한 그는 상명대 대학원에서 뮤직테크놀로지를 전공하고 있다. 욕심도 많고 부지런하다.

내년 1월4일에는 송용진·이영미의 조인트 콘서트 ‘해적’으로 팬들을 만날 계획이다. 음반에 담긴 <사랑해> <내일이면> <고마웠어요> <정혜경> 등을 들려준다. 물질에 탐욕스러운 젊은이들을 비꼰 노래 <정혜경>처럼 앞으로 사회적인 메시지도 많이 담고 싶다. 지난 촛불정국 때는 공연이 끝난 후 광화문을 자주 찾았다.

“제가 느끼는 감동을 누군가에게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에 음악과 배우를 시작하게 됐어요. 팬들이 제 공연이나 노래를 통해 ‘다시 힘을 내기로 했다’고 할 때가 가장 기뻐요. 사람들의 마음이든 관심이든, 문화적 취향이든 앞으로 신출귀몰하는 해적처럼 주류에 쏠려있는 많은 것들을 노략질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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