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해발 5550m…함께, 불가능을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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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2.22 09: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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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에베레스트 등정한 장애+비장애인 원정대 ‘와판트’

머리를 짓누르는 통증 속에 무거웠던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뎌가며 드디어 도착한 칼라파타르(해발 5550m) 정상. 맑고 청명한 파란 하늘 아래 솟아 있는 눈부신 설산. 에베레스트, 눕체, 푸모리 등 히말라야 고봉들이 대원들 앞에 마주했다. 누군가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또 다른 대원들은 부둥켜안고 소리내어 울었다. 남겨진 동료 대원들의 몫까지….

11월21일. 다섯 명의 뇌병변 장애인과 아홉 명의 일반대원으로 구성된 와판트(WHAPHANT· whale과 elephant의 합성어) 원정대원들은 흔들리는 14인승 경비행기에 몸을 싣고 네팔 카트만두를 떠나 루크라(해발 2840m)에 도착, 에베레스트를 향해 조금은 무모한 산행을 시작했다. 출국 한 달 전부터 국내에서 함께한 산행훈련 덕분에 해발 3440m의 남제바잘까지는 별 무리없이 산행을 진행했다. 조금씩 고도를 높이며 단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딩보체(해발 4410m)에 도착해 휴식을 취하며 마지막 호흡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산행 일주일째인 11월27일 저녁. 추위와 땅거미가 내리고 있는 로브제(해발 4930m의 산간마을)의 한 롯지(산장)에 도착하자마자 대원들 대부분이 두통을 호소하며 다이닝룸(롯지에 딸린 식당) 벽에 몸을 기대거나 드러누웠다. 팀닥터로 동행한 김윤택 박사(56·여)가 갑자기 분주해졌다. 청진기 등 진찰도구와 약을 챙겨들고 대원들을 하나씩 점검해 나갔다. 세 명의 뇌병변 장애인과 일반대원 두 명의 혈중산소포화농도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며 심한 고산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결정의 순간이 다가왔다. 이번 원정의 목표로 삼은 칼라파타르까지는 600m 남짓.

다음날인 11월28일 새벽. 대원들은 두 갈래길로 갈라졌다. 열 명의 대원들은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해 돌무더기 길을 걸어 칼라파타르봉 아랫마을 고락셉(해발 5140m)으로 향했다. 고산증으로 하산을 결정한 세 명의 대원은 산악인 박재철씨(53)의 보살핌을 받으며 페리체(해발 4270m)로 발길을 돌렸다. 힘든 결정이었지만 이틀 뒤 하산 길에 남체바잘에서 대원들 모두가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한 15박16일의 에베레스트 트레킹 원정대는 주변의 우려와 달리 칼라파타르에 올랐다. 비록 급경사 구간에선 동행한 셰르파들의 등에 업혀 산행을 해야 했지만, 뇌병변 장애인들은 가장 힘든 고산증을 이겨냈다. 평등과 희망을 향한 소중한 첫걸음을 내디딘 와판트는 내년 봄 또 다른 장애인들과 함께 히말라야로 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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