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고독한 작가와 우울한 펭귄… 이 시대 우리들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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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2.15 08: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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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소련해체 이후 동유럽 사회의 혼란 유머있게 풍자
“‘펭귄’은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사람들을 상징합니다. 집단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던 사람들이 갑작스레 집단에서 떨어져 나와 어쩔 줄 모르고 불안을 느끼는 모습을 형상화했습니다.”

<펭귄의 우울> <펭귄의 실종>을 낸 우크라이나 작가 안드레이 쿠르코프(47·사진)가 한국을 찾았다. 쿠르코프는 2일부터 7일까지 한국작가회의에서 주최하는 ‘세계 작가와의 대화’ 행사에 참석해 국내 러시아문학 전공자들과 독자들에게 현대 우크라이나 문학에 대해 강연한다. 그의 소설은 소련 해체 이후 동유럽 사회의 혼란상을 무겁지 않게 그려낸다. 2006년 <펭귄의 우울>이 먼저 우리나라에 소개됐고, 최근 후속작 <펭귄의 실종>이 출간됐다.

<펭귄의 우울>은 쿠르코프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작품이다. 우울증에 걸린 펭귄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우크라이나 사회와 정치를 유머있게 풍자해 인기를 끈 이 책은 영어·프랑스어·일어 등 30여개국의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적으로 250만부가 팔렸다.

경제난에 빠진 동물원이 굶주린 동물들을 방출하면서 펭귄 미샤는 소설가 빅토르의 집으로 오게 된다. 미샤는 우울증과 심장병에 걸렸다. 펭귄은 어느날 자신이 소속된 집단을 잃어버린 동유럽 사람들의 자화상이며, 펭귄과 빅토르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장편소설 하나 쓰지 못한 그저그런 작가인 빅토르는 어느날 신문에 살아있는 사람들의 조문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빅토르는 자신이 임의로 작성한 조문의 주인공들이 하나씩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거대한 음모에 빠진 것을 알게 된다.

추리소설 형식을 띠면서도 소설은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기보다는 부패와 폭력에 무감각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는 데 치중한다. 빅토르는 자신을 죄어오는 음모를 느끼면서도 굳이 그 정체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쿠르코프는 빅토르가 소련 이후 사회의 전형적인 ‘신생아’라고 말한다. “빅토르는 소련 시절 반체제적이었지만 소련 붕괴 이후 방향성을 잃고 문제를 덮어버리는 전형적인 인간입니다. 저도 빅토르와 똑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형제는 반체제 인사였고 스스로도 소련에 반대했지만 정작 소련이 붕괴되니 혼란을 겪은 거죠.”

‘집단’이라는 안정된 우리를 잃어버린 이들은 새로운 집단을 만들어낸다. 빅토르는 펭귄과 함께 우연히 함께 지내게 된 소녀 소냐와 유모 니나와 함께 그럴듯한 가족을 이루지만 그것은 피상적인 관계에 불과하다.
<펭귄의 우울>에서 빅토르는 펭귄을 남극으로 다시 돌려보내려고 하다가 스스로 남극으로 떠나버린다. 그런 그가 후속작 <펭귄의 실종>을 통해 남극에서 다시 돌아온다. 잃어버린 펭귄 미샤를 찾아 남극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키예프, 모스크바, 전쟁지역인 체첸을 종횡무진하는 빅토르의 여행 이야기 속에 한층 강화된 블랙유머와 풍자를 풀어놓는다.

“우크라이나 사회는 혼란스럽고 부정부패가 판치고 있습니다. 문학의 역할은 사람들을 제정신으로 유지시키는 것입니다. 정치가나 선동가들에 의해 조종당하기 쉬운 사람들에게 올바른 판단력을 길러주는 역할을 문학이 해야 합니다.”
춥고 흐린 우크라이나의 날씨, 추위를 이기기 위해 자주 등장하는 코냑과 진한 커피 등 동유럽의 이국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이 소설의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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