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욕망이 거세된 인간 ‘슬픈 웃음’에 버무렸죠”연극 ‘마리화나’ 오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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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2.12 09: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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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금이 갔다는 전갈로 한 차례 미뤄진 인터뷰는 3일 대학로에서 이뤄졌다. 대학로에 위치한 2층 카페에서였다. 멀쩡히 계단을 올라온 오달수(40)는 “다리가 아니라 갈비뼈”라며 “의사가 1주일간 꼼짝을 하지 말라는데…”하면서 별스럽지 않다는 듯 담배를 물었다.

그가 출연하는 연극 <마리화나>의 첫 공연일은 이틀 후인 5일. 서울 공연에 앞서 지난 주말 여주에 먼저 다녀왔다. 아무래도 그곳 무대에서 몸짓 연기를 하다가 말썽이 난 듯하다. <마리화나>는 여주에서 할머니 관객까지 사로잡았다고 한다. 슬랩스틱 코미디가 섞여 있는 데다 궁중에서의 은밀한 성을 담고 있어 2006년 초연 당시에도 반응이 좋았다. 올해 공연에는 배우가 모두 바뀌면서 오달수도 가세했다. 그의 블랙코미디 이미지까지 겹쳐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 <올드보이> 등의 강렬한 잔상 때문인지 실제의 오달수는 반대로 더 차분하고 느리고 점잖게 보였다. 게다가 태평스러움까지 갖췄다. 50여회 공연을 앞뒀지만 갈비뼈 부상에 눈도 꿈쩍이지 않았다. 그가 <마리화나>에서 연기할 내관 용보도 비슷한 구석이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진짜 고수도 아니면서 고수인 척하는 그런 인물이에요. 웃기죠, 어설프고. 욕망이 거세된 인간이니 마냥 웃긴 것만은 아니고요. 다른 인물들도 그렇지만 캐릭터가 재미있어요.”
배경은 서기 1436년 조선의 궁안. 세자와 세자빈, 내시, 궁녀 등 7명이 등장한다. 내관 용보는 왕세자 휘지와 형제같이, 때론 애인처럼 지낸다. 그러나 속으론 왕세자와 관계가 소원한 세자빈 봉빈(서주희)을 사랑한다. 한편으론 욕망을 채우기 위해 동료 내관과 동성애를 나누기도 한다. 세종실록에 남아 있는 한 줄을 바탕으로 고선웅씨가 창작하고 연출했다.

오달수는 박찬욱 감독의 내년 개봉작 <박쥐>에 송강호·신하균 등과 함께 나온다. 현재까지도 내용이 극비리인 영화에 대해 “감독은 치정극이라고 말하는데, 수요일마다 모여 마작을 두는 사람들이 나오고 아주 골 때리는 영화”라고만 귀띔했다. 내년 1월에는 그가 대표로 있는 극단 신기루 만화경이 <설공찬전> <네개의 문> 등을 연달아 무대에 올린다. 신기루 만화경은 9명의 운영위원이 작은 사안이라도 함께 의논해 결정을 내린다. 연극에 첫 발을 내디디고 10여년간 몸 담은 연희단거리패에서 나와 2000년 만들었다. ‘가내수공업으로 창작극을 만들면 좋겠다’는 바람 정도로 시작했다.

“<마리화나>와 일정이 겹치기도 했지만 애들(후배)이 시켜주질 않아요. 캐스팅이 안돼서 못하는 거죠, 뭐. 욕심없이 만든 극단이라 달리 큰 목표는 없어요. 관객들에게 ‘이런 인생 이야기도 있더라’는 정도만 들려주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 눈에 살기를 담는다고 해서 얘기가 더 잘 통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태어나서 처음 연극을 보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면 좋을 것 같아요. 연극이 골치아픈 것이란 선입견이 생기면 곤란하니깐. 뭐든 자연스러운 게 좋죠.”

그가 연극을 시작할 당시 마음가짐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었다. 그는 부산 동의대에서 공업디자인을 전공했다. 다음은 “안하면 안되는 것”이었고, 지금은 “당연히 하는” 단계다. 이후 단계는 “왜 하는지를 알면서 하는 것”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2002년에 <바다에 가면>이란 작품을 함께한 주진모 선배가 있어요. 요즘의 제 정신적 스승이죠. ‘연극은 각(覺)하는 과정’이라는 말을 화두처럼 던졌죠. 전에 작품 분석한답시고 꼬치꼬치 물으면 선배들이 머리 쥐어박으며 ‘그냥 해라, 좀. 짜샤. 하다보면 안다’ 그랬는데 나중에 작품 올릴 때쯤이면 알겠더라고요.”

오달수는 이제껏 재미를 많이 선사한 때문인지 “감동을 주는, 조금은 슬픈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마리화나>의 내관 용보가 주는 한바탕 웃음의 뒤끝도 왠지 처연할 것 같다. 5일부터 내년 1월24일까지 마방진극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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