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교육] 블라디미르 사벨리예프 “한국의 산 · 강 · 음식 모두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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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2.12 09:06:23
  • 조회: 11073
ㆍ한국인이 된 러시아 과학자
ㆍ“어린이들 공부 내몰려 안쓰러워요”
지난 10월25일 경기도 안양의 인덕원 고교에서는 한국인이 되려는(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는) 외국인들을 위해 ‘귀화시험’이 치러졌다. 법무부가 실시한 이날 시험에는 2000여명이 응시했다(경향신문 10월28일자 11면). 러시아인 블라디미르 사벨리예프(Vladimir V. Saveljev)는 이 시험에 합격했고, 현재 그는 전통적 한국인과는 얼굴이 조금 다른 ‘한국인’이다.
불경기다, 취업난이다, 남북갈등(또는 남남갈등)이다, 한국 교육이 맘에 안 든다 등등 여러 이유를 대면서 수많은 한국인들은 한국을 버리고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 그런데 그는 무슨 이유로 50여년간 가졌던 러시아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인이 됐을까. 기자는 사벨리예프 한양대 공대 전자통신컴퓨터공학부 전임연구원을 만나 그의 인생 경로와 국적 취득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기자는 그를 만나자 대뜸 “왜 러시아 국적을 버리고 한국 국적을 취득했습니까” 하고 물었다.
“제가 한국인이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저의 일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수년간 일한 다음 저는 이곳의 연구환경이 완벽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제가 연구하는 ‘3D 디스플레이 도구(display device)’의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연구를 하면서 만약 한국인이 된다면 일이 훨씬 효율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한국의 대학 또는 연구원에서 일하는 연구원이나 교수들이 만든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시작한 모든 일을 이곳에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사실은 제가 좋아하는 것이 한국에 모두 있습니다. 산, 강, 달리기, 불교, 한국음식 등 말입니다. 특히 한국의 불교는 저에게 힘, 평화, 정서적 안정을 줍니다. 저는 한국에서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저는 한국과 한국인이 아주 좋아 자발적으로 한국인이 됐습니다.”

- 도대체 왜 한국을 좋아합니까?
“한국인들은 일을 할 때나 놀러 갈 때 함께 모여서 합니다. 이런 것이 다른 나라의 사람들과 비교할 때 매우 보기 좋습니다. 저는 한국인들이 함께 모여서 뭔가를 한다는 생각과 행동을 좋아합니다. 한국의 자연은 정말 제 마음에 듭니다. 저는 속초에서 동해바다를 보았고, 설악산에도 가 보았고, 서울 근처의 산도 두루두루 올라가 보았습니다. 정동진에서 보는 일출이 정말 좋았고, 지난 10월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본 안개는 서울에서 잘 볼 수 없는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저의 한국 거주는 벌써 8년에 이릅니다.”

- 한국 국적을 가지려면 러시아 국적을 버려야 했을 텐데요.
“한국에서는 두 개의 국적을 갖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저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순간 (한국의 국적법에 의해) 러시아 국적을 잃었습니다. 러시아는 2중 국적을 허용하지만 한국은 이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성인이 된 저의 아이 3명은 각각 독일 헝가리 호주에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말을 들으니, 호주나 헝가리는 2중 국적(dual nationality)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아내는 여전히 러시아 국적을 갖고 있습니다. 그녀는 아직 한국 국적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한다면 제가 한국 국적을 갖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기자는 이런 대답에 대해 혹시 서구적 합리성을 나타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국적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겪지 않았나요.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한국의 역사 지리 등은 잘 아는데, 한국어를 배우는 것 그 자체가 꽤 어려웠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저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등 도움을 주지 않았더라면 저는 국적 시험에 통과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청계산 정토사의 위행자 보살, 남원 스님 등은 저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었고, 국적 취득 시험을 보는데 그들에게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청계산 정토사 주지이며 동국대 불교대학 선학과 교수인 한보광 스님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저에게 주었습니다. 그는 별 말씀이 없어도 사람들의 마음에 영향을 주는 분입니다. 저는 그를 통해 한국인들의 사고방식, 한국의 문화, 한국의 사고방식을 잘 알게 됐습니다.”

- 어떤 과정으로 한국에 왔습니까.
“저는 1998년 정보통신기술에서의 비선형 광학현상 및 간섭성 광학(Nonlinear Optical Phenomena and Coherent Optics in Information Technologies)에 관한 국제 과학회의에 초청돼 처음으로 한국에 왔습니다. 이를 계기로 손정영 박사가 저를 초청해 일하도록 했습니다. 2000년 한국에 왔고, 그 뒤 오랜 기간 손 박사와 함께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 현재 한양대학교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저는 요즘 한양대 전임 연구원 신분으로 3차원 영상 표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문제점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보안용 라디오메트릭 영상장치(radiometric images) 개발도 연구 중입니다. 고해상도 밀리파 영상, 디지털 홀로그래피(digital holography) 알고리즘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 (기자는 사벨리예프가 연구하는 이런 과학기술 분야의 용어들을 잘 모른다. 하지만 그가 보내온 e메일을 근거로 여기에 그대로 옮겼다.)- 러시아의 옛 고향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살던 시절을 말해 주세요.“저는 과학과 기술의 연구를 위해 건설된 노보시비르스크 시(市)의 특별구역인 ‘아카뎀고로도크(Akademgorodok, 대학 도시)에서 살았습니다(러시아어로 ‘고로도크’는 소도시라는 의미임). 그곳은 지극히 추운 시베리아 기후만을 제외하면 살기에 그럭저럭 괜찮은 곳입니다.”

- 한국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까.
“어린이들을 공부로 너무 내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이들을 가족과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외국어에는 영어 말고도 여러 언어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이 인터뷰는 사벨리예프와 e메일을 주고받은 이후 대면 인터뷰를 한 것을 근거로 작성됐다. 사발리예프는 기자의 영어로 된 질문에 대해 영문과 한글을 뒤섞은 답변을 주었다. 그와의 인터뷰도 한국어와 영어를 뒤섞어가면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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