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거운인생/건강한실버] 20년 벌어서 20년 사는 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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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한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사회학 박사 임춘식
  • 08.12.10 09:46:16
  • 조회: 338
장수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20년 벌어서 20년 사는 노후’에서 ‘40년 벌어서 40년 사는 노후’ 시스템으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 현실은 차갑기만 하다. 평균 수명은 연장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불안한 고용시장은 조기 은퇴를 재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당장 노후 준비가 시급한 세대가 ‘베이비 부머’, 즉 해방 직후 일어난 베이비 붐 1955~1963세대다. 이들은 지금의 40·50세대로, 총 인구의 16%라는 거대한 집단을 이루고 있다. 이들이 퇴직하는 20년 후에는 본격적으로 고령 사회의 문제점들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선진국에서도 베이비 부머 세대의 은퇴가 커다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한민국을 이끌어 온 40·50세대는 효도했지만 효도를 받을 수 없는, 바로 ‘낀 세대’의 모습이다. ‘자식 농사가 곧 노후대책’이던 시대를 지나 ‘부양의 의무는 있되 권리는 없는 시대를 맞은 우리나라 베이비 부머의 노후는 그래서 불안하기만 하다. 이들은 부모 세대의 부양은 물론, 자신들의 노년과 자녀 교육을 동시에 떠맡고 있으며, 환위기와 부동산 대란을 겪으며 평탄치 않은 전성기를 보낸 세대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베이비 부머들은 제대로 노후를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 은퇴는 더욱 빨라지고 노후는 점점 늘어나는 시점에서 그들의 고민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에서 모두가 행복한 은퇴를 꿈꾸지만 현실은 냉정하기만 하다.

우리나라의 40·50 세대를 연상시키는 것이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1915~2005)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의 주인공 윌리 로먼이다. 로먼은 예순 살이 넘은 나이 든 세일즈맨이다. 그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본주의 국가의 꿈을 믿어 의심치 않고 살아왔다. 그러나 그의 꿈은 급격히 밀려오는 변화와 함께 점점 무너져 내린다. 게다가 30년 이상 근무해 온 회사로부터 뚜렷한 사유도 없이 갑작스러운 해고를 당한다. 희망을 품었던 자식들마저 부모의 뜻을 따르지 않고 다른 길을 선택해 배신감을 느낀다.

돌이킬 수 없이 늙어버린 육체를 바라보는 괴로움, 무너진 기대에 대한 슬픔과 쉬지 않고 걸어온 삶의 피로, 끝나가지만 이루어 놓은 것이 없는 인생에 대한 회한은 그를 절망으로 몰아넣는다. 결국, 그는 한밤중에 차를 전속력으로 몰고 나가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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