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불교 원전으로 佛心 업그레이드를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2.08 10:40:14
  • 조회: 11525
ㆍ‘한권으로 읽는 빠알리경전’ 펴낸 일아스님

일아 스님(62)은 독특한 이력을 지닌 비구니 스님이다. 가톨릭 수녀 출신으로 뒤늦게 불교 조계종에 출가해 17년 동안 미국에 머물며 초기 불교를 연구하고 있다. 그가 미국 생활의 결실로 가장 오래된 불교 경전인 ‘빠알리(팔리어) 경전’의 핵심을 모아 ‘한 권으로 읽는 빠알리 경전’(민족사)을 펴냈다. 빠알리 경전은 부처님 직계 제자들의 암송을 모아 집대성한 것으로 불교의 핵심 교리는 모두 이 경전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참선을 중시하는 한국 불교에서는 방대한 내용의 빠알리 경전에 대한 관심이 적어 그동안 번역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국 불교는 불교의 뿌리인 빠알리 경전을 너무 푸대접합니다. 불교는 주체의식을 심어주는 종교입니다. 빠알리 경전은 나는 누구인지, 내가 따르는 부처는 누구인지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요.”
그는 “빠알리 경전에 나오는 부처님의 직설은 아이들이 들어도 이해가 될 정도로 쉽고 간단하다”며 “부처님 가르침을 일반인이 쉽게 깨달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 영혼을 다 담았을 만큼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여대를 졸업하고 3년간 고교 교사 생활을 했다. 대학 시절부터 진리를 찾아 독신 수도자의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원에 입회해 2년간 가톨릭 신학원에서 공부했다. 6년 동안 수녀로 생활하며 가톨릭 학교인 계성여중 교사로 가정과 종교를 가르쳤다. 그러나 수녀로서의 삶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는 법정 스님이 쓴 ‘불교 경전’ 등을 읽으며 불교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당시 법정 스님은 수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결국 종신 서원을 앞두고 수녀원을 나왔다. 1982년 겨울 송광사 불일암에 머물던 법정 스님을 찾아가 “제대로 수행할 만한 절,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스승이 있는 곳으로 보내달라”고 매달렸다.

법정 스님은 그에게 장문의 편지를 써주며 조계종 비구니 특별선원인 석남사로 보냈다. 당시 석남사에는 불교계에 비구니 선풍을 크게 일으킨 인홍 스님이 있었다. 인홍 노 스님은 ‘가지산 호랑이’라는 별명답게 추상 같은 불호령과 매서운 휘초리를 내리며 제자들을 공부시키고 있었다. 그는 세속 나이 36세의 늦깎이로 행자 생활부터 다시 시작해 법희 스님을 은사로 비구계를 받았다. “나는 지금도 가톨릭을 좋아합니다. 다만 나와 맞지 않았을 뿐이죠. 불교는 자유와 자비의 종교이기 때문에 내 종교가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배타성이 없습니다.”

운문사 승가대학을 졸업한 일아스님은 태국 위백아솜 위빠사나 명상 수도원과 미얀마 마하시 위빠사나 명상 센터에서 2년간 수행했다. 1991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스토니브룩 주립대 종교학과를 거쳐 웨스트대 비교종교학과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처음엔 영어 실력이 모자라 모든 강의를 녹음한 뒤 노트에 옮겨 적어 외우는 식으로 공부했다. 그의 박사 논문인 ‘빠알리 경전 속에 나타난 부처님의 자비사상’은 이번에 펴낸 책의 모태가 됐다. 로스앤젤레스 로메리카 불교대 교수를 지냈으며 LA갈릴리 신학대학원에서도 불교학을 강의했다.

그는 이 책의 집필을 위해 강의를 그만두고 2년 동안 두문불출하며 원고 작업에만 몰두했다고 한다. 빨리어 경전을 일일이 뒤져 찾아낸 문헌을 주제별로 엮어내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미얀마에서의 위빠사나 명상 체험과 버클리대 명예 교수 루이스 랭카스터, 스리랑카의 그루베 같은 대석학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직설적인 성격의 일아 스님은 “빨리어 경전은 불교의 원전인 만큼 불자들이 꼭 읽어 한국 불교가 업그레이드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글수정
  • 글삭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