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떨고있는 간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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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2.08 10: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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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다니는 최모 상무(54)는 근무시간에도 사무실 전화가 아닌 휴대폰을 자주 이용한다. 예전 같으면 ‘조용히’ 통화할 일이 없었지만 요즘은 부하 직원이 결재서류를 들고 들어와 있을 때 휴대폰이 울리면 급히 자신의 방에서 나간다. 최씨는 “경기침체에 대규모 조직개편이 예상되는 만큼 ‘감원 1순위’인 임원들은 떨 수밖에 없다”면서 “사내 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연말 조직개편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고 말했다.

각 기업의 팀·부장급과 임원들이 실직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침체가 심해지면서 구조조정 당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는데 갈 곳은 줄어들고 있어서다. 우리나라의 대표 산업인 자동차·조선·건설 등의 대기업 팀·부장급과 임원들은 회사를 떠나게 되더라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협력업체나 관련 중소기업 등 갈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엔지니어들은 전문성과 해외 업무 경험, 국내외 네트워크를 두루 갖춰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당장 협력업체나 중소기업의 부도가 속출하고 있어 퇴직 뒤 옮길 수 있는 직장이 줄어들고 있다. 대형 조선업체에 다니는 김모 이사는 “지금까지 임원들은 직장을 떠나도 눈높이를 한 단계 낮추면 계열사나 협력업체, 중소기업에 들어가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다”며 “해마다 인사철이면 자기 회사로 옮겨달라는 중소기업이 많았는데 요즘은 경기가 최악이다보니 이런 얘기가 아예 없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업체 임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사업 노하우가 적고 정부 측과도 교감이 적은 중소형 업체들이 자신들의 단점을 메워줄 대기업 출신 임원들을 서로 데려가려고 했지만 건설 경기 침체로 중소형 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의 한 임원은 “선배들은 해외 현장 경험이 많기 때문에 퇴직 후 2~3개월 정도 쉬다가 중소기업으로 옮기는 게 관례였다”면서 “영업과 마케팅, 인맥관리를 확실히 챙겼다고 자부했지만 어느 직장이든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협력·부품 업체 등에 스카우트되거나 관련 단체로 자리를 옮기는 일이 쉬웠던 대형 자동차 업체 관계자도 “현대·기아차가 감산을 할 정도면 협력·부품업체는 어떻겠느냐”면서 “자동차 관련 단체나 연구소로 자리를 옮기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팀장이나 부장 등 중간 관리자급도 안절부절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조직개편으로 부서가 해체되거나 생소한 업무에 지방발령까지 받게 되면 사직서를 한번쯤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견 건설사에 근무하는 김모 부장(47)은 “팀이 해체되고 지방으로 발령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어 불안하다”며 “주말 가족이 되기는 싫지만 다른 회사로 옮기기도 쉽지 않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들 가운데는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전 미국이나 동남아 등으로 가족이민을 떠나 자신의 사업과 자녀교육을 동시에 챙기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사람들도 있지만 달러와 엔화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자금이 부족해져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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