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짭조름한 인생 이야기에 술 한 잔, 안주 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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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2.03 09: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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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술에 안주가 따라 나오는 통영 다찌집

일이 조금 꼬였다. 통영 다찌집에 찾았을 때는 오후 10시. 통영은 한려수도의 백미답게 바다와 산 모두 아름다울뿐더러 윤이상, 박경리, 김춘수, 유치환, 유치진, 전혁림 등 예인들이 나거나 자란 예향이니 볼거리야 지천이다. 하지만 이번에 통영에 내려간 것은 다찌문화가 궁금해서였는데 정작 취재원과 저녁식사가 길어졌다. 상을 물린 다음 여주인에게 관광객이 찾는 집말고 토박이들이 찾는 다찌집을 소개해달랬더니 여주인이 이유를 듣고나서 전화를 돌렸다.

“아마 문 닫았을낀데…. 여는 10시면 문닫아요. 유명한 데가 있기는 한데 거는 전화해보니까 낼(내일) 아들 장개보낸다꼬 일찍 닫았다 캅니더. ‘호두나무 실비’라고 딴 데도 좋은 데 있으니까 걱정 마이소.” 일식집 여주인 김금자씨(48)가 직접 앞장 섰다.

다찌란 술 한병을 시키면 안주가 무제한 따라나오는 통영식 술집. 통영을 알려면 다찌집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호두나무 실비’ 메뉴판에는 2인 기준 4만원이라고 쓰여있다. 술은 파란 플라스틱 통에 얼음에 담겨 나왔고 해산물 안주가 한상 가득 채워졌다. 다찌집이 술을 낼 때는 반드시 플라스틱 통에 담아온단다. 관례다. 보통 소주 한 병에 1만원, 맥주 한 병은 6000원을 받는다. 손님이 술 한 병만 먹고 가면 주인은 손해를 보게 된다. 다찌집들은 그래서 관광객들을 싫어한다. 해서 요즘은 2인 기준 얼마다라는 불문율이 있다.

“술 더 시키면 안주는 더 주나요.” “안주는 주인맘입니더. 기본상은 똑 같지만 술을 얼마치 이상 무면 더 좋은 안주를 낸다 아인교.”
다찌집 주인은 바빴고 대답은 기자를 안내해준 ‘대송일식’ 주인 김금자씨가 다 했다.
“사장님도 다찌집에 대해 잘 알아요.” “평생 이 바닥에서 일했습니더. 실제 다찌집도 했지예.”

요즘 제철 생선이 뭐냐는 질문에 김씨는 생선과 해산물을 줄줄 뀄다.
“겨울엔 생선은 다 맛있습니더. 2월초 돌도다리가 나오는데 3월15일까지가 최고고 15일 지나면 빼(뼈)가 ○○○히사 마 별롭니다. 봄엔 쑥을 넣어가 도다리쑥국을 끼리는(끓이는) 데 그게 일품 아입니까. 4~5월 조개가 젤 좋을 때고, 5~6월에는 이시가리(돌도다리)가 좋심더. 이시가리는 몸에 무늬가 있고, 6~7월은 농어, 다금바리, 8~10월은 도미, 감성돔임더. 또 동지알(안)에 대구란 말도 있는데 겨울 대구가 물(먹을)만 하다카는 뜻입니다. 2월 대구를 복대구라고 안 합니꺼. 다금바리는 종류도 많심더. 북바리, 자바리, 도도바리, 우각바리, 다금바리…. 전부 몇 갭니꺼. 다금바리가 8종류데 두 종류는 까무삐네(잊어버렸네). 내가 오늘 와 이카노….”

술이 두어순배 돌자 다찌이야기가 김씨의 인생이야기로 흘렀다.
“열아홉살 때 등본 한 장 떼들고 부산역 앞 31번소개소에 갔는데 그 때부터 일식집에서 서빙을 했어예. 그때 소개소 주인이 딴 데 보냈으면 잘못 됐을낍니더. 돈 좀 모다가(모아서) 93년부터 통영 항남동 도깨비골목에서 국일다찌를 했는데 억수로 잘됐심니더. 후제 삼송횟집을 했는데 불이 난 거라. 그기 98년 2월4일입니더. 첫 분양받은 아파트 내일 집들이한다꼬 좋아했는데 집에서 불났다는 전화를 받은 거라….”

김씨의 눈에는 물기가 비쳤다. 남편은 화재 이후 쓰러져 10년째 누워있다고 했다. 잡초처럼 살았다는 김씨는 2006년 ‘대송일식’이란 일식당을 열었는데 통영에서는 가장 큰 일식집 중 하나라고 한다. 이야기는 다찌집에서 김씨로 다시 통영문화로 왁자한 선술집 술잔처럼 빙빙 돌았다.

다찌란 무슨 뜻일까? 김씨도, 주민들도 몰랐다. 나중에 김일룡 통영시 향토역사관장(63)에게 물어보니 김 관장은 “일본의 선술집을 뜻하는 다찌노미(立(ち)飮み)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관장은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 일본의 청주문화가 들어와 간단한 안주를 곁들여 팔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나중에 업소들의 경쟁으로 안주가 많아졌고 술값도 비싸졌다”고 설명했다. 통영의 경우 일제때 어업전진기지로 해산물이 집중되던 도시. 그래서 갖가지 해산물이 많이 나와 통영식 다찌문화가 형성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김 관장의 젊은시절, 즉 30~40년 전에도 이미 안주가 푸짐했다고 말했다.

다찌는 처음에는 항남동에 많았지만 지금은 무전동이 많다. 요식업중앙회 통영시지부에 따르면 현재 다찌집은 20개 정도. 다찌문화도 그 때 그 때 진화했다. 술값을 조금 낮춘 반다찌도 나왔다. 그래서 통영사람은 온다찌, 반다찌로 나눠부르기도 한다. 관광객을 겨냥한 관광다찌도 나왔다.
다찌집에서 내린 결론은 다찌는 결국 단골손님에게 유리한 술집이란 것이다. 단골에게 좋은 뱃살을 내주는 참치 횟집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술값이 비싸서 술을 더 시키면 손해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거기에 걸맞은 특별안주가 따라 나온다. 아마도 관광객들은 첫 술자리에서 단골대접 받기 힘들다. 그래도 다찌집 분위기만 느껴도 재밌다.

그럼 다찌의 그 많은 해산물은 다 어디서 나올까? 통영 서호시장과 중앙시장이다. 이튿날 새벽 서호시장을 찾았다. 새벽부터 상인들은 바빴고, 싱싱한 해산물로 거리는 넘쳐났다. 횟집 주인 김씨가 한 말이 떠올랐다.
“통영은 해산물도 억쑤 많고 질도 최곱니더. 그래서 횟집이 이렇게 발달하지예.”

-길잡이-
대전~통영고속도로를 이용한다. 무전동 호두나무실비(055-644-4980), 울산다찌(055-645-1350)는 통영시민들이 많이 찾는 집이다. 대송일식(055-648-0797)은 다찌는 아니고 일식집. 눈여겨봐야 할 호텔은 12월 미륵도에 오픈 예정인 이에스리조트(www.esresort.co.kr/ 02-508-2323)다. 통영 수산과학관 바로 위편에 들어서는데 방안에서 바다가 다 보였다. 모두 120실. 이종용 사장은 “지붕선 하나, 유리창 하나까지도 모두 곡선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했고, 조광식 이사는 “기왓장 하나까지 수입해왔다”고 했다. 경관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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