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어울리는 아름다움 생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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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경향신문[http://www.khan.co.kr]
  • 08.12.01 09:13:48
  • 조회: 324
안녕하십니까. 순례자가 글을 쓰는 곳은 예수살이 공동체 사무실입니다. 제일 먼저 책꽂이에 꽂혀있는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아름답고자 합니다. 우선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아마도 잘 어울린다, 자연스럽다, 멋있다, 여유롭다, 편안하다, 따뜻하다 등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중에 대표적으로 한두 가지를 고르면 자연스럽다, 잘 어울린다이겠지요. 문득 아름다움에 대한 두 가지 기억이 떠오릅니다. 하나는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행복한 눈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언론을 통해, 행복한 눈물에 대한 기사를 읽었을 때, 작품 가격이 수십억원이라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때 우리 사회가 왜 이토록 돈, 돈 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동시에 행복한 눈물을 벽에 걸어놓고 감상하면 삶의 품격이 저절로 더 고상해지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스스로 품격 있는 삶을 살지 않는데도 고액의 예술작품에 의해 삶의 품격이 이루어진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너무 철없는 것이겠죠.

다른 하나는, 한반도 운하 문제로 종교인들이 강을 순례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곳저곳의 강들이 인간의 무지와 탐욕으로 인해 짓밟히고 찢기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이지만, 아직은 하늘이 준 태고의 자연스러움이 온전하게 살아있는 곳들이 있었습니다. 본래의 모습이 살아있는 강은 말 그대로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사무치게 그리운 옛 고향에 돌아온 듯이 좋았습니다.

넉넉하고 따뜻한 어머니 품에 안긴 듯이 편안했습니다. 저절로 행복한 눈물이 생각났습니다. 아무리 수십억원 하는 세계적인 예술품이라 해도 하늘이 준 자연의 아름다움만 할까. 나의 삶을 환하게 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넘어설 수 있을까. 어떤 관점과 논리로 보더라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대신할 수 있는 예술품은 있을 수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다음은 우리의 화두인 서울이야기를 해봅시다. 순례자는 내내 당신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삶의 질적 내용인 편안함, 멋있음, 여유로움 등의 잣대로 서울의 구석구석을 돌아보았습니다. 도처에서 끊임없이 삶의 질을 높이고자 부드러움, 멋있음, 아름다움을 실현하기 위해 돈을 물 쓰듯이 쏟아 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에서도 시원함, 자연스러움, 여유로움을 볼 수 없습니다.

순례자의 이야기가 사실인지, 당신이 직접 확인해 보십시오. 물론 나누어서 부분적으로 보면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서로서로 잘 어울리는지의 관점에서 보면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경우를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금 있는 그곳에서 당신이 직접 보십시오. 무엇이 보입니까. 보이는 건 천길만길 높이의 건물 벽들입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바닥입니다. 질주하는 자동차들입니다. 사방으로 시야가 꽉 막혀있습니다. 트인 곳은 고개를 쳐들어야 겨우 보이는 하늘뿐입니다. 자연스러움, 어울림, 편안함, 시원함 따위는 자취도 없습니다. 만약 서울의 사방에 울타리 벽을 높게 쌓는다면 어떻겠습니까. 그야말로 복잡한 미로로 만들어진 거대하고 화려한 감옥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봅시다. 예외의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 어디에도 오직 인간만 있을 뿐 자연과 어울리는 곳이 없습니다.

내 집만 있을 뿐 이웃집과 어울리는 집이 없습니다. 나만 있을 뿐 너와 어울리는 삶이 없습니다. 자연과 어울리지 않고 인간만 있는데 어떻게 어울리는 아름다움이 자리 잡을 수 있겠습니까. 이웃집과 어울리지 않고 내 집만 있는데 어떻게 어울리는 아름다움이 가꾸어지겠습니까. 너와 어울리지 않고 나만 있는데 어떻게 어울리는 아름다운 삶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농촌과 어울리지 않고 도시만 있는데 어떻게 어울리는 아름다움이 살아있을 수 있겠습니까. 당신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 만들어낸 결과가 얼마나 참담한 것인지 짐작이 가십니까. 아름다운 서울을 만든다고 하면서 아름다움을 쫓아내고, 부수고, 내다버리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우리 사회의 자연생태, 사회양극화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되는 것일까요. 아름다움의 고향인 자연을 너무 멀리 떠나왔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자연을 잊은 채 무시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로 인해 아름다움의 감각이 오염되고 변질되고 마비되어 천박해졌습니다. 살아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잃어버렸습니다. 저절로 생명이 없는 조작된 거짓 아름다움에 눈이 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사람이 많이 모여 있습니다. 서로 어울리는 아름다움을 살릴 수 없는 원천적인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원인을 잘 알면 해법은 저절로 나오게 됩니다. 그 해답은 하루빨리 어울리는 아름다움의 눈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서둘러 자연과 이웃과 상대와 농촌과 단절 될 수밖에 없는 서울을 떠나는 것입니다. 가장 멋지고 바람직한 삶인 단순 소박한 삶과 민주주의의 생활화라는 꿈을 갖고 당신을 낳고 길러준 고향이자 어머니인 자연, 농촌으로 돌아가십시오. 그곳에 당신들이 꿈꾸는 생태적이고 인간적인 길이 있습니다.

당신이 진정 여유로움, 고상함, 아름다움 등 질 높은 삶을 살고자 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서울을 떠나십시오. 아름다운 서울, 아름다운 농촌, 아름다운 이웃집, 아름다운 내 집, 아름다운 친구, 아름다운 자신을 위해 단순 소박함과 민주주의의 생활화를 꿈으로 안고 고향인 자연, 농촌으로 돌아가십시오. 우리 시대 최고의 선은 당신의 생태적이고 인간적인 아름다운 삶을 위해 서울을 떠나는 것이라고 봅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청안청락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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